킬리만자로 트레킹

Trek 6, 인물) Horombo Hut에서 Kibo Hut 가는 날.

opal* 2009. 12. 10. 11:27

 

 Trek 6, 산행 나흘 째, 호롬보 헛에서 키보 헛 가는 날.

 

 오늘 하루도 무사히 정진 할 수 있기를~~~

 

 양치질하러 나왔다가 일출 순간을 만났다. 

 

 호롬보 헛에서 키보 헛 가는날, 출발에 앞서 키보봉을 배경으로(06:30)

 

 언덕을 오르다 잠시 휴식 중. 오늘은 또 무슨 말을 가르쳐 주면 좋을까?

 

 시네시아 군락지 지나며 사진 찍으랴, 언덕 오르랴, 오를 수록 힘은 들고.

 

 언덕에 올라 잠시 또 휴식, 선두 가이드의 어김없는 외침, "물 많이 드세요~" 우리 말이 많이 늘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산소가 부족하므로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습지 쉼터 가기 전, 어제 고소 적응하며 내려오던 길을 오늘 다시 오른다. 내일은 정상에 갔다가 이 길을 또 내려와야 한다.

 

 Cook 대장(가운데 뒤)과  가이드와. 배낭은 가이드에게 넘겨주고 가장 필요한 물병만 주머니에 넣고 오른다.

 

 마웬지 갈림길, 어제 고소적응을 위해 여기까지 와서 구름에 가려진 봉우리를 그토록 보고싶어 했는데 오늘은 날씨가 좋아 아주 잘 보인다.

그러나 정상 우후루는 안 보이고, 일단  꼭대기 능선(길만스 포인트)엘 올라서야 좌측 빙하 뒤로 멀리 보인다.

 

 마웬지봉 배경. 옆으로 보이던 마웬지가 뒤로 물러난다.

 

공룡 등줄기 같은 마웬지봉, 암벽이나 빙벽 전문 장비를 갖춰야만이 오를 수 있다.

 

<게으른 동생 마웬지가 늘 불씨를 꺼트리고 불을 빌리러 오기 때문에

화가 난 형 키보가 주먹으로 내리쳤기 때문에 울퉁불퉁하게 생겼다>는 차가족의 설화 있다.

 

미국에서 두 분, 대전에서 일곱 분, 의정부에서 두 분, 인천에서 한 분, 그리고 서울에서...

각 처에서 모인 19명이 일곱 명의 가이드들과 함께 걷는다.

 

Room mate와 선두 가이드와(26세, 가이드 중 제일 어린 듯).

 

 

가이더님들 감사 합니다, 이 힘든 고난의 길을 당신들로 인해 웃으며 올라갈 수 있어 행복합니다.

 

 Alex, Good luck, Enock, Josep, Sinai... 곁에서 자주 대화를 나누는 가이드는 얼른 알겠는데, 거리를 두고 걸으며

어쩌다 한 번씩 마주치는 가이드는 얼굴 구별을 잘 못하겠다. 그들은 우리 대원 숫자가 많으니 더 힘들겠지? 

Chief guide 알렉스와 보조 가이드 등 일곱 명 전체. 서로 돕고 사는 세상 아름다운 우정들,

경이롭고 아름다운 풍광에 흠뻑 빠져드는 순간도 좋지만, 역시 여행의 묘미는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아닐런지?

 

 키보봉보다 길 좀 멋지게 나오게 구도 잡아 달라 부탁 했더니... 에공~

 

 마웬지 배경.

힘들고 고달픈 여로, 뒤로 물러나는 마웬지가 단조로운 길에 위안을 준다.

 

(짧은 동영상 이지만 주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지루해하고 힘들어 하면 노래도 가끔씩 불러주는 가이드들이 고맙기만 하다.

세게 부는 바람 소리에 노랫소리가 잘 안들린다, 사진으로만 볼 땐 바람의 세기가 안 나타나지만 동영상으론 알 수 있다.

며칠 동안 우리말 가르쳐 줬더니 끝 부분에 들리는 "짐" 소리가 제법이다.

"처음엔 짐 와요, 길 비켜 주세요." 그대로 따라 하더니 이젠 아예 '짐'이란 단어 한마디로도 표현 할 줄 안다.

가르쳐 준 보람이 있어 즐겁다.

 

Horombo Hut 떠난지 네 시간 반, 드디어' Kibo Hut'이 멀리 보인다. 그러나 시간은 얼마가 더 걸릴지...

마웬지 언덕에서 바라볼 땐 곧은 길로 쭉 뻗어있어 빠른 시간내에 도착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이는 붉은 황톳길, 은근히 높아지는 고도에 숨은 차고. 서서히 배도 고파온다.

한 시간 전까지만해도 내복 위에 셔츠만 입었는데, 추워서 가디건 하나를 더 입었다. 

 

사막화 되어가는 황톳길을 몇 시간째 걸으니 갑자기 시인 한하운 '전라도 길'이 생각 난다.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 숨 막히는 더위 뿐이더라 // 낯선 친구 만나면 /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 수세미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 숨 막히는 더위 속으로 쩔름 거리며 / 가는 길 //

신을 벗으면 /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 발가락이 또 한 개 없다 //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 가도 가도 천리 먼 전라도 길

                                                                                                   1949.4.'신천지'  전라도 길(소록도로 가는 길에)

 

 너무 힘들고 지루해서 그랬을까? 왜 갑자기 이 시 생각이 떠올랐을까?

원산에서 형무소를 탈옥하여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자유와 평화를, 아름다운 조국의 산하를 그렸던 한 하운,

그러나 나병으로 인해 거처없이 쫓겨다니던 문둥이 시인이 소록도를 찾아 들며 쓴 詩 이다.

 

 점심식사 하느라 쉰지가 불과 한 시간 전, 또 휴식시간을 갖는다. 식사 전엔 배가 고파 힘드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햇살은 강하게 내리쬐도 고도가 높으니 기온이 낮아 따뜻한 모자와 웃 옷 하나를 더 걸쳤다.

 

아침 06:30에 출발하여 오후 2시, 오늘의 목표 장소 Kibo Hut(4700m) 도착.

옆에서 뒤로 물러서는 마웬지봉에게도 가끔씩 얼굴 맞추고, 

나비 리본을 머리에 꽂고 우뚝 솟은 키보봉과 종일 마주하며 7시간 반을 걸었다.

 거리는 9.2km 정도로 길지 않으나, 고도 1000m를 높이려니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한라산 성판악에서 관음사 입구까지 19.2km 길이를 종주하는 시간과 같게 걸렸다.)

 

산장에 짐 내려놓고 고소에 적응하기 위해 밖으로 나와 건물보다 조금 더 높은 바위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며 기념도 남긴다.  

 

 

"내일을 위하여~~!!!" 예행 연습?ㅎㅎㅎ

 

다음 여행지로 이짚트 낙타 여행을 꿈꾸고 있는 Room mate, 

"언니, 나 내일 힘들면 정상 안 갈래~"

 "그럼 뭐 할 건데?" 

 "GILMANS POINT 까지만 갔다가 내려 올래"

 "ㅎㅎㅎ"  같이 웃었다.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른다.

 

있는 폼 없는 폼 다 내가며 동행의 우정을 다지고, 다음 여행지 얘기도 나눈다.

옆의 두 사람은 세계 구석 구석을 누비고 다니는 여행 매니아들이다.

 

 

" 킬리만자로, 사랑해요~"

 

마웬지봉을 배경으로,  "키보봉 멋져요, 굿이야요. !!!"

 

오늘 하루도 무사히 목적지까지 도착하게 해주신 킬리만자로 신령님이시여 감사 드립니다. 

구름 한 점, 비 한 방울 안 만난 하루에도 감사 드립니다.

내일도 또 이렇게 오늘 같이만...

 

산행 첫 날부터 뽈레 뽈레(천천히, 천천히)를 귀에 못 박히도록 들었고,

고소증으로 쓰러져 리어카에 실려가는 사람을 보고 경고 받았으니 내일은 잘 실천 할 수 있으려나?

그러나 문제는 수면 부족과 배고픔 등 다른 것이 문제 될 것 같아 중압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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