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 트레킹

Trek 6, Horombo Hut에서 Kibo Hut 까지 (2)

opal* 2009. 12. 10. 11:28

 

Trek 6, 산행 나흘 째 오후.(오전 내용은 아래 폴더에 있음)

Horombo Hut에서 Kibo Hut 까지 (1)에서 계속 이어지는 마웬지 언덕에서 키보 헛까지

 

 마웬지 언덕에서 서서히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길, 하루 하루 오를 때마다 고도가 달라 기후에 따른 영향으로 식물들이 없어진다.

대원들이 가이드보다 앞에 가거나 하면 빨리 가서 천천히 가라며 못가게 막는다. 천천히 가면서 고소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끔 여자 Porter들도 눈에 띈다.

행색은 고달파 보이나 집과 가족이 기다리는 하산 발걸음은 가벼워 보인다.

 

 사막화 되어가는 지표면, 길은 빤히 잘 보이나 걸어도 걸어도 키보봉은 다가설 줄 모른다. 

멀리까지 잘 보여 평지 같지만 시나브로 고도를 높인다.

 

노란바지의 선두 가이드 "짐 와요~, 길 비켜 주세요~." 며칠 동안 우리말 가르쳐 줬더니 제법 잘 한다.

풀 한 포기 못 사는 적막하고 황량한 벌판이지만, 같은 곳을 향해 걷는 나그네들의 정겨움이 있어 세상은 아름답다.

 

길은 멀어 지루하고, 배가 고파오니 힘은 들고...

남자 대원 한 사람이 노래를 가르쳐주니 가이드들 모두 합창으로 따라한다.

군밤타령에 가사를 바꿔서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킬리만자로에 바람이 분다...  얼싸 좋네 군밤이요~"

고도가 높아지니 바람도 세고, 숨이차서 노래도 제대로 안나온다.

 

 키보봉으로 향하며 뒤돌아본 마웬지봉. 풀 한 포기 제대로 살 수없는 사막화 되어가는 땅이 아깝다.

마웬지봉을 쳐다보면 마치 공룡의 등줄기 같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높은 킬리만자로, 화산재로 이루어진 산이라더니 역시 검다, 

그런데 왜 사람마저 검어 서구 사람들로부터 천대를 받고 살아야 했을까?

지금 내가 대하는 저들은 낙천적이고 순박하기만한데.

 

 총대장 가이드 알렉스씨(청바지), 늘 뒤에서 대원들을 보살펴 준다. 사진 아래에 물 드시는 파란점퍼 님, 일행 중 가장 연세도 많으시지만

본인 닉을 '임금님'으로 소개하니 가이드들 처음엔 뜻도 모르며  "임금님~ 임금님~" 하며 챙겨 드린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잠시 쉬어 가자기에 배가 고파  "우리 밥 먹고 가요~" 하니 더 가서 먹어야 한단다.

 

 

호롬보를 떠난지 4시간, The saddl(해발 고도 4500m)을 지나며 보니 길이 휘어 빙 돌아가게 생겼다.

마웬지봉은 키보봉 동쪽으로 약 11km 떨어져 있고 두 봉우리 사이가 말 안장처럼 움푹 들어가 새들이라 부른다.

키보 산장과의 고도차 200m가 남았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멀리 있는 당신~~~'

사진 윗부분은 화장실 모습.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도 하는 모양인데 우리는 그냥 지나친다.

길이 직선으로 뻗어있어 작은 언덕 넘으면 금방 도착할 수 있을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힘이드는지 조잘대던 말들도 없어지고 묵묵히 걷기만 한다. 

 

 

사막?과 이어지는 Mawenzi,  마웬지 봉을 처음 보던 둘째 날은 밀림 속에서 나와 관목지대 들어서며 첫 대면을 했다.

푸른 숲으로 둘러쌓인 봉우리인 줄 알았던 첫 날의 생각이 이곳에 와 보니 전혀 다른 모습이다.  

마웬지는 '뾰족한' '뒤틀린'이란 뜻으로 경사가 매우 급하고 암릉으로 이루어져

한스마이어의 우후루 픽 등점(1889년)보다 23년 후인 1912년에 첫 등정이 있었다.

지금도 암벽 및 빙벽등반에 필요한 장비가 갖추어져 있어야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뒤에 오는 일행들 모습 한 컷. 일행 뒤로 다른 팀의 포터들도 보인다.

킬리만자로에서 제일 큰 키보봉을 온종일 바라보며 걷는 땡볕 길,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구름이 우리를 격려하며 가끔 그늘을 만들어 준다.

 

가이드가 앞을 보라고 일러주기에 쳐다보니 멀리 Kibo Hut이 보인다.

지루하리만치 걷고 또 걸어 왔는데 이젠 금방 갈 수 있으려나? 

 

Zoom in. 전초기지 키보산장을 안고 있는 산을 당겨 보았다.

나무 한 그루 살지 못하는 마의 땅, 생명체 조차 발견 할 수 없는 듯한 죽음의 땅을 왜 그리 오고 싶어 했을까?

고도가 높은 산들은 얼음으로 덮여있는 것이 보통인데, 이곳은 저렇게 화산재만 쌓여 흘러 내리고 있다.

매일 아침이면 하얀 눈의 옷을 입고 있던 키보봉. 오늘은 종일 알몸으로 과시하고 있다.

공상과학 만화영화를 보고 있는 듯, 우주의 낯선 행성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가빠지는 숨에 말조차 아끼니 쓸 글 조차 없는 듯...ㅎㅎㅎ

 

 Kibo Circuit 팻말을 지나 쉼터가 보인다. 오랫만에 만나는 팻말이 정겹다.

 

군데 군데에서 보이듯 간이 식탁이 있는 점심 식사 장소, 배가 고프면 아무데나 앉아 먹는게 아니고

산에서도 들에서도 이렇게 식사 하는 장소가 정해져 있고 룰을 지키니 주변이 깨끗하다.

 아침을 일찍 먹어 그런지 시간이 꽤 지난 것같은데 오후 1시 반, 먼저 도착한 선두 가이드가 뒤에 오는 사람들 챙기며 지켜 보고 있다. 

 

 아침 06:30에 출발하여 오후 1시 반에 먹는 늦은 점심. 닭고기 튀김 한 조각과 삶은계란 하나, 빵과 전병 그리고 과자 몇 조각과 음료수 한 잔. 어디서나 이런 저런 생각 없이 주는 대로 다 먹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의자와 폭 좁은 간이 식탁이 있는 쉼터지만 바람을 피해 햇빛 잘드는 바위 아래에 자리잡고 앉았다.

닭튀김과 음료수와 과자는 배낭 메고 온 가이드에게 주고 빵과 계란만 먹었다. 옆에 있는 두 사람 계란은 상해서 냄새가 나 못 먹었다. 

오는 동안 배가 많이 고팠었는데, 저녁과 내일의 생리 지출이 두려워 맘놓고 먹질 못하겠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기도 하고, 작은 언덕 모퉁이를 돌면 금방 도착 할 수 있을 것 같던 키보 헛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키보봉 향해 걷다 뒤돌아 마웬지도 바라보고, 걸어 오고 있는 일행들이 힘겨워 보인다.

 

 점심 먹느라 쉰지가 한 시간 전, 키보산장이 보이는데도 계속 오르지 못하고 또 휴식, 머리가 무겁고 띵~, 고소증세 인가 보다.  

 

 

 잠시 쉬고 다시 출발.

 

잠시 휴식 후 출발, 머리를 잔뜩 숙이고 오르는 중인데 옆에서 누군가 앞을 보라고 알려준다.

너 댓명이 한데 뭉쳐 뛰어 내려오고 있다. 깜짝 놀라 자세히 보니 고산증에 걸린 사람을 리어카에 태워 아래를 향해 뛰어 간다. 

정상 부근에서 쓰러졌단다, 고소증 환자는 가이드들이 데리고 무조건 아래로 아래로~!!! 그것만이 약이란다.

머리가 띵 한 상태에서 보니 내가 고소증 걸린 주인공 기분, 정상 오르기 전 날 경고장~!!! 을 받았다. 그래 천천히, 천천히 가는거야~!

 

Horombo Hut에서 산행 시작 7시간 반 만에 Kibo Hut 도착. 오늘도 해발고 1000m를 높이며 걸었다.

거리는 9.26km로 길지 않으나, 우리나라 한라산 19.2km거리에 고도 1200m의 종주와 맞먹는 시간이다.

그 만큼 고소증세는 우리에게 힘들고 무섭다.

호롬보 헛처럼 이곳도 산장 건물에 쓰인 숫자와 마당에 있는 팻말의 고도 숫자가 50m나 차이나게 다르다.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사막, 열악한 환경에 세운 산장은 커다란 바위 아래 을씨년스럽고 외로워 보인다.

 

 건물 내 이층 침대, 너무 천천히 온 탓에 아래층은 일행들이 다 차지하고 이층만 남았다.

만다라 산장이나 호롬보 산장같이 한 방에 다 잘 수 없어 대전 팀 7명은 옆 방에서 외국인들과 같이 자게 되었는데,

외국인 젊은 한 쌍이 거침없이 뽀뽀를 해댄다나 어쩐다나...

만다라 헛이나 호롬보 헛에서 그랬듯이 밤에 찾기 쉽도록, 해 넘어가 어둡기 전에 화장실 위치부터 알아 놓는다. 

 

 짐 내려놓고 밖으로 나와 고소에 적응하기 위해 건물보다 위에 있는 바위에 올라 사방을 둘러 보았다.

 

   찍어주고 찍히며 추억 남기기.

 

 바위에서 조망되는 마웬지봉과 산장 건물, 우리가 걸어온 길도 보이고, 잠을 잘 곳은 사진 우측에 보이는 회색 지붕.

건물 안에 식당과 방이 있는데 다른 산장보다 면적이 좁다. 

 

  이곳도 수용시설이 부족해 밖에서 텐트치고 자는 사람들도 있다. 나무 한 그루, 풀 한포기, 물 한 방울이 없어 삭막하고 열악하다.

 

 해가 기울며 키보봉 그림자가 점점 길게 드리운다.  긴 시간을 지루하게 걷던 길이 양지와 음지의 경계를 이루듯 이어져 있다.

오전내내 햇살을 등지고 어둡게 보이던 마웬지봉이 구름을 머리위에 이고 저녁 햇살에 밝게 드러난다.

 

 햇살 기운 키보봉, 해는 이미 키보봉을 넘어가고 어둠이 내려 앉는다.

오늘은 하루 종일 구름도 안끼고 비도 내리지 않아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킬리만자로 산신령님께 감사 드리고 또 감사 드리며, 안으로 들어가 일찍 자리에 눕는다.

 

오후 5시가 되니 모두 일찍 자라고 하는데 숩관이 안되어 잠이 얼른 오질 않는다. 7시쯤 겨우 잠들었다가 9시에 깼다,

조금이라도 더 자야 하는데 화장실에 가는 일로 너무 일찍 잠이 깨어 얼마나 아까운 시간을 보냈는지... 

킬리만자로 신령님이여~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