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문화,여행)

레프팅이 있던 태화산 산행 날.

opal* 2010. 7. 20. 23:08

 

 

 

 (용아님 作)

선두대장 용아님, 산행 사진을 카페에 올리며 첫 마디가,

"더운 날씨에 등산로도 못찾고, 험한 산행 하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장맛비 개이고 찾아온 불볕 더위에 레프팅 안 하실 두 분만 정상엘 다녀오고,

 

다른 분들은 레프팅 약속시간 때문에 정상 600m를 남겨 놓고 하산을 했다.  

초반에 오르다 길이 없어 너무 힘들다며 기권한 12명은 들머리 하차지점으로 다시 차를 불러 날머리 하산 깃점으로 가 역산행 하고,

몇 명은 아예 역 산행 마저 포기하고 시원하게 동굴 관람을 했다.       

하산 깃점에 있는 고씨 동굴은 볼거리를 제공하며 더위에 익은 몸을 시원하다 못해 덜덜 떨게 만든다. 

헬멧을 쓴 채 바위에 머리를 부딪치며 동굴 내부를 이리 저리 다니며 느긋하게 감상하니 단체 입장이 아니라 떠밀려 다니지 않아 여유롭다.

 

(고씨동굴 정상, 천왕전)

 

많은 사람들로 붐비던 생각을 하니 다른 동굴을 보던 예전 생각이 난다.

오래 전 아이들 어렸을 적, 고씨동굴을 보기위해 피서철에 일부러 와 표를 끊어 입장 차례를 기다리는 중

갑자기 부는 바람에 강물이 풍랑이 일어 배를 띄울 수 없다며 환불해줘 동굴 내를 못본 일도 있었다.

고씨동굴은 다른 동굴들과 달리 강 옆 절벽에 입구가 있는데 그때는 지금 처럼 강물 위로 다리가 있지 않고 

강 양쪽에 줄을 매어 배 위의 사공이 줄을 잡아당기며 강을 건너던 시절 이다. 

  

생애 처음 찾은 고수 동굴, 울진 성류굴, 제주 만장굴, 정선 화암동굴, 백두대간 종주산행 후 들렸던 삼척 환선굴,

불과 몇 년전에 개장해 모노레일을 타고 들어간, 아직도 살아 활동하고 있는  대금굴, 오늘 들어가 본 고씨동굴 등

모두 그나름 대로 아름답고, 여름에는 에어컨 보다 시원해서 피서 겸 다녀 볼만하다.  

 

동굴을 둘러보고 산행 안한 일행끼리 점심 식사 끝낸 후 잠시 휴식 취하니 레프팅 약속시간이 되어 간다,

그러나 산행하는 팀은 아직 내려올 기미가 안보인다. 너무 덥고 힘들어 시간이 걸리는 모양 이다.

 

하산이 약속시간 보다 한 시간 늦어져 바로 가이드에게 간단히 주의사항과 요령을 듣고 레프팅을 했다.

1, 2, 3호에 나누어 탄  일행들은 물에 들어서자 마자 래프트 간격을 좁혀가며 물 끼얹기가 시작되고,

옷이 금방 물에 푹 젖으니 종일 흘린 땀이 쏙 들어가고 온 몸이 서늘해 진다.

 

승선자들은 좌우로 나뉘어 한 발은 안전하게 배 안의 발 걸이에 끼우고 한 발은 양반다리 포즈로 줄지어 앉아 

가이드의 구령에 맞춰 Paddling(노 젓기)을 하는데 처음엔 호흡이 잘 안 맞아 블레이드(Blade) 부분이 서로 부딪친다

 

레프팅을 할 때 방향 전환은 가이드가 한다. 선미에 앉아 배의 방향을 조종하거나 승선자들에게 패들링 방법등을 지시하고 구령을 외친다.

 맨 앞의 1호 보트, 보트 내에 남자라곤 총 11명 중 가이드 빼고 맨 앞 두 사람,

가이드는 "남자들이 패들링을 제대로 하지 않아 속도가 안난다"며 "도움이 안되어 힘들다"고 투덜 댄다.

 

우측 앞자리 회장님은 몇 번을 "막걸리 생각만 나는데 어디가서 막걸리 한 잔만 사다 마셨으면 좋겠다."하시고,

좌측 선두 이 대장님은 "산행이 너무 힘들어 밥도 못먹고 물만 마시다 내려왔더니 배가 너무 고파 노 저을 힘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2, 3호 보트가 가까이 다가오면 얼른 일어서서 신명나게 물을 끼얹다 못해 서로 물에 빠트리고, 빠지고...

노 저을 기운이 없다면서도 어디서 갑자기 기운이 솟아 나는지 보는 이 조차 신나고 즐겁다.  

더운 날씨에 서로 물 끼얹으니 너무 시원하다. 산행 중의 더위는 언제 그랬더냐 싶게 금방 다 잊는다.

산행 후의 레프팅은 그래서 더 매력이 있나 보다. 

 

전에는 레프팅 도중 강가에서 막걸리 파는 분이 있어 막걸리를 마실 수가 있었는데 요즘은 아예 안 판단다.

한동안 힘차게 노를 저으니 이제야 손 놀림이 구령에 잘 맞춰 진다.

총각 가이드의 구령 구호도 여러가지, 가이드가 외치는 대로 열심히 댓구 해주니 신이 나나 보다. 

"하나 둘"하고 외치면 "셋 넷"하고 대답하고, "영치기" 하면 "영차", "2, 9 "에는 "18". 댓구가 똑같은 "3, 6"도 외친다. 

뒤 보트가 옆으로 오면 "뭘 봐?"하고 외치면 우리 선원들은 "짜~샤"하고 합창으로 대답해 주곤 깔깔대며 웃는다.

가끔씩 노를 젓다 쉬고, 젓다 쉬며 유유 자적하게 물 흐르는 대로 한 참씩 떠내려 간다. 

 

시간이나 거리 상으로 반 이상 내려온 듯 하다. 막걸리를 기대했던 분들 실망이 컸던지 

"배가 고프니 레프팅 약속 시간 두 시간 다 때우'지 말고 어서 빨리 진행 합시다." 가이드에게 구걸 한다.

즐겁고 재미 있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인 모양, 하산 시간이 늦은 후미팀은 점심 밥을 못먹었기 때문이다. 

 

물살 센 곳 몇 군데를 스릴 느끼며 지나고,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물살이 가장 세고 거친 곳,

전에 왔을 때 사진 찍히던 자리에  오늘도 어떤이가 와 삼각대 세워 놓고 보트 떠 내려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사에게 손 흔들며 포즈도 취해 주었다. 솟구치는 거센 물결에 뱃머리가 부웅 높게 떠오르며 뱃머리에 부딪친 강물이 

보트 안으로 넘쳐 들어오고 배가 곤두박칠 치듯 떨어지니 일행들 모두 스릴과 쾌감을 만끽하며 탄성을 지른다.

 

다시 잔잔한 물결, "스릴 넘치는 구간이 길었으면 좋겠다" 모두들 아쉬워 하며 패들을 보트 안에 들여 놓는다. 

2, 3호 보트와 싸인 없이 1호 보트 혼자 신나게 달리니 뒤 보트들과 간격이 벌어지고 거리 차이가 많이 난다.

 뒤 보트들이 너무 떨어져있어 뒤에 오는 보트를 기다려야 한다며 배 방향을 아예 뒤로 돌려 놓고 기다린다.

 

"어머, 저 배 좀 봐 엎어 졌잖아!" 누군가의 입에서 외마디가 나온다.

"어디?, 정말 그렇네?"

"어머나, 어떻게 하면 좋아?"

"큰일이네, 빠진 사람은 없을까?"

"우리 소자는 어디 있는거여?" 부부가 참석한 회장님은 3호 배에 탔던 와이프가 궁금 하다.

물 싸움 할 때 보았기에 누가 어느 보트에 탔는지는 대강 짐작은 가지만,

같은색 모자와 구명조끼에 거리는 멀고 머리만 물에 동동 떠 있으니 누가 누군지 정확히 구별을 할 수가 없다. 

마음은 걱정되고 안타까운데 도와 줄 수가 없어 더 애가 탄다.   

 

모두들 놀라 노를 저어 보트를 가장자리에 대어놓고, 가이드는 먼저 배에서 내려 강가로 뛰어 거슬러 올라 간다.

그러는 동안 엎어진 보트에 매달려 떠내려오던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패들들도 모두 흩어져 제각기 물에 떠내려 간다.

맨 뒤에 오던 3호 배가 물살 센 곳에서 돌에 부딪쳐 엎어졌다는데 가까이 있던 2호 가이드가 먼저 달려가

보트 속에 있던 사람을 꺼내어 물가로 데리고 나온다.

방향을 뒤로 돌려 놓고 기다렸으니 망정이지 맨 앞에서 앞만 보고 혼자 달려 갔으면 그나마도 못 볼뻔 했다.

 

강가에 모두 모여 인원 확인을 하니 모두들 무사 하다. 안도의 숨을 쉬며 안부 물으니

돌에 부딪쳐 발에 상처난 사람도 있고, 짧은 순간에 큰 일 날뻔 했다

보트 속에 갇혀있다 나온 사람은 오늘 처음 나와 산행도 안하고 레프팅만 참석한 젊은 여인 이다.

'가는 날이 장날' 이라더니, "얼마나 놀랐느냐?"고 모두들 위로 해 주었다.

"보트 속에서 거꾸로 있었는데 발이 빠지질 않아 나올 수가 없었다"고 한다.

물 안먹었나 물으니 조금 먹긴 했는데 숨을 참고 있었단다, 시간이 조금 길었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이다.

가장 재미있어 하던, 스릴 느끼며 즐겁다던 그곳이 바로 마의 구간, 스릴과 위험의 양면성을 지닌 곳 이다. 

 

놀랜 여인을 1호 보트에 태우고 다시 출발 하여 떠내려가는 패들을 건져올리기도 하고,

한 짝씩 떠내려가는 일행들 슬리펴도 건져 올리며 종착지에 도착 했다.

차를 타고 다시 출발지점으로 와 샤워 후 하산 주 시간, 평소에 잘 안 마시던 짝꿍도 술을 마신다.

모두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내 간 돌리도~", "떨어진 내 간 좀 찾아 주세요"를 외친다.  

 

시원한 수박 맛으로 간단한 하산주 시간 끝내고 귀가행 차에서도 모두 놀란 이야기로 화기애애 하다. 

옆 짝궁 한마디 더 덧붙인다, "언니~, 언니가 1호 배에 같이 탄게 얼마나 다행인지... 지난번부터 

레프팅 안하겠다고 하신 언니를 내가 같이 타자고 권유했기에 언니가 빠졌으면 어쩔뻔 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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