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기

지리산 다시 걷기2 (중산리-장터목 대피소~촛대봉~세석대피소-거림)

opal* 2007. 1. 16. 23:30

 

04:30에 출발하는 차에 올라 반가운 인사들을 나누고 고속도로에 들어선 후 잠을 청한다.

덕유산 휴게소에서 이른 아침식사(07:40) 후  단성IC를 나와(08:00) 중산리 도착(09:30).

눈이 살짝 내려 미끄러운 돌길을 오르니 이마부터 흐르는 땀이 턱에서 줄줄 떨어진다.

 

바람이 없는 남쪽 사면이라 날씨가 덥게 느껴진다. 구멍이 숭숭 뚫린 철다리를 건너 우측 천왕봉 가는 길과 헤어져

좌측으로 오른다. 겉옷과 내피를 벗어 가방에 넣고, 모자와 장갑도 벗는다. 두 번의 엉덩방아를 찧은 후 아이젠을 착용한다.

한 시간쯤 오르니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제법 크다. 눈이 녹아 흐르는 듯 봄기운을 느끼게 한다.

한 잠 못자고 밤을 꼴딱 새고 나온 내게 첫눈 같이 흩날리는 하얀 눈송이가 컨디션을 좋게 한다.

 

너덜지대의 나무다리를 건너고 얼어붙은 유암폭포를 지난다. 이곳까지는 천왕봉으로 오르는 길보다 완만해서 걷기에 편하다.

눈은 계속 내리며 구름 속으로 해가 보이다 말다 한다.

 

장터목 대피소를 1km남겨 놓고부터는 경사가 급하고 쌓인 눈도 많다. 속도가 느려지고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12시. 점심 먹으러 가는 걸까? 거미 한 마리가 눈 위로 기어가고 있다. 눈은 내려 쌓이는데, 얼마나 걸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

 

10분쯤 더 오르니 모터 소리가 크다. 장터목 산장에 올라서니 바람이 세차 눈발이 세다(12:20).

카메라 셔터 사용을 조금 생략 했더니 2시간 50분 걸렸다. 대피소에 들어가 간식과 차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백두대간의 바람 속을 뚫고 오른다. 바람과 눈이 얼굴을 때린다. 날리는 눈에 사방은 어둡고 가까운 곳의 멋진 나목과

바위만 보인다. 좁은 눈길을 오르내리며 연하봉과 표시 없는 삼신봉을 지나고 촛대봉까지 한 걸음에 도착한다(13:45).

 

동쪽으론 천왕봉, 서쪽으론 노고단까지도 보이던 전망은 날리는 눈만 보여 아쉽고 힘이 들지만 겨울산행의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하니 기분은 최상이다. 눈 속을 헤집으며 다시 서쪽으로 향해 십분 정도 걸으니 지리산 십 경의 하나인

세석평전의 철쭉은 분홍대신 하얀 눈꽃을 피워 온 산을 장식하고 있다.

 

1557m의 세석 갈림길, 우측으로 내려가면 백무동이 되고 그대로 직전하면 벽소령 대피소가 되는 네거리 이다. 

장터목에서 3.4km를 걸어와 대간 길과 하직하고 좌측의 세석 대피소에 들러 점심을 먹을까 하다 그대로 거림을 향해 하산한다.

 

낙남정맥의 산줄기가 우측으로 봉우리를 이어가며 따라 내려간다. 지리산의 주 봉우리들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삼신봉이

어딘가에 있을 텐데 구름이 훼방을 놓으며 보여주질 않고 약을 올린다. 지난 5월 삼신봉을 등산하며 운조루, 토지의 무대 평사리,

청학동을 둘러보던 기억이 새롭다. 삼신봉은 일렬로 늘어선 지리산 주능선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다.

산에 대해 전혀 모를 때와 조금이라도 알 때의 차이가 다르니 산행 맛도 다르다

 

2007년. 1월 16일 (火)   지리산 1-2구간을 다시 걷다.

(중산리-장터목 대피소~촛대봉~세석대피소-거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