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세시간 정도 자고 꼭두새벽에 나서는 산행, 두 달 동안 5회에 걸친 두 번째 지리산 종주 산행이 오늘 끝난다.
09:20. 서북능선 들머리 성삼재(1090m) 도착. (09:20) 구례와 남원 산내면을 잇는 지방도로(861)는 험준한 산길로
백두대간 마루금 고개다. 고갯마루에서 보이는 풍광이 아침 맑은 햇살에 상큼하다. 성삼재 휴게소를 안고 있는,
도로가 뚫리기 전의 백두대간 마루금인 종석대(1356m)는 가보고 싶지만 맘대로 다닐 수 없는 통제구역이라 다음에
기회를 만들어 봐야겠다. 아스팔트 길가 철제 울타리 쪽문 안에 만복대 5.6km, 당동마을 2.6km 로 표시된 이정표 옆으로
들어서서 능선을 계속 오른다. 첫 번째 헬기장을 지나 작은 고리봉(1248m)을 오르며 돌아보고 또 돌아본다.
노고단에서 내려온 능선이 종석대를 지나 성삼재 휴게소를 거쳐 고리봉으로 예쁘게 연결되어 있다. 봉우리사이가 오목하게
들어간 하트 윗부분처럼 생긴 반야봉도 옆에서 반긴다. 많은 봉우리와 능선, 계곡들이 점점 늘어나며 시야에 들어온다.
우측 아래 지리산 온천이 있는, 분지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마을 뒤 운무 위로 무등산 어깨가 보인다.
멀리서 만복대가 어서 오라기에 두 번째 헬기장을 지나 눈으로 다져진 얼음길을 내려선다. 그늘진 곳은 바위사이 얼음길이라
위험하고 양지쪽 오르막은 질척여 바지에 흙이 묻는다. 성삼재와 만복대가 양쪽으로 똑같이 3.0km로 표시된 팻말을 지나
세 번째 헬기장, 10분쯤 더 올라 네 번째 만난 헬기장은 묘봉치다. 돌아보니 지나온 작은 고리봉과 계속 오르내린
예닐곱 개로 이어진 봉우리들이 고만고만하게 어깨를 나란히 하며 노고단을 가린다.
잎 색이 변한 산죽 깔려있는 오르막은 마치 차 밭 사이로 걷는 기분이다. 만복대 위로 보이는 하늘이 눈부시게 파랗다.
정상이 빤히 보이니 더 지루하다. 양쪽의 억새를 보호하기 위한 목책 사이의 깊게 패인 길이 질어 신발에 묻은 흙이 무겁다.
만복대(1438.4m)에 오르니(11:35) 四方으로 一望無際. 북사면에 눈 덮인 지리산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많은 봉우리와 여러 갈래의 지능선, 많은 계곡을 둘러 볼 수 있는 전망이 뛰어나다. 서리 내린 상강 전날 처음 와 반했고,
같은 길을 걷건만 여전히 좋은 풍치가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어느 산에서도 볼 수없는 큰 덩치의 웅장함에 주눅이 든다.
환호와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운 풍경이 발길을 더디게 만든다. 마주보이는 반야봉이 반겨주며 속삭인다.
계절도 이른데 아낙 몇이 돌탑 그늘을 찾아 앉는다. 이틀 전 먹던 명절음식을 갖고 와 나누어 먹으며 웃음꽃을 피우니
참으로 행복한 날 , 행복한 순간이다.
세걸산과 바래봉을 바라본 후 북사면의 눈길을 내려서니 멀리 천왕봉과 주능선이 나타나 잠시 발걸음을 주춤거린다.
바위 전망대에서 풍광을 둘러본 후 가파른 눈과 얼음길을 내려딛는다. 잔설은 쌓였어도 상록수 우거진 곳을 통과하니
어느새 봄을 알리는 아름다운 새소리가 화음을 넣어준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곳에 올라 천왕봉부터 지나온 길들을 바라보고
정령치(1172m)로 내려선다. 정령치 휴게소는 겨울눈으로 차량이 통제되는 곳이라 문이 굳게 잠겨있다(12:35).
그대로 올라서서 뱀처럼 구불대는 차도를 바라보며 고리봉을 향한다. 1305m의 고리봉에서 돌아보니 지나온 만복대 옆으로
반야봉이 지능선과 골짜기를 펼쳐 보이고 뒤로 주능선과 천왕봉이 sky line을 이루고 있다. 같은 길을 다시 걸어도
산과 대화하는 맛과 느끼는 맛, 감흥이 늘 다르다. 내려가지 말고 전망 좋은 높은 능선에서만 계속 걸으면 좋겠다.
일행들의 고마움과 재촉에 밀려 내려가려니 두 번째 완주하는 뿌듯함도 가슴속 깊이 오래 간직 되리라.
턱 아래로 보이는 세걸산과 몇 발작 더 앞으로 보이는 바래봉이 대간 능선인양 능청을 떨며 이어져있지만
방향을 좌회전으로 틀어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주의를 기우려야 하는 곳이다. 천왕봉에서 이어져 오던 길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내려서야 한다. 가파른 내리막에 눈과 얼음, 돌 등 위험요소들이 많다.
1km정도 내려서니 상록수가 우거져 밟히는 솔가래가 푹신하여 편하다. 나무사이로 바래봉을 바라보며 우측의 철망
울타리를 따라 걷다 좌측으로 이어진 길을 따른다. 멋진 소나무 사이로 3km를 내려서니 고기리 삼거리다(14:35).
뱀사골에서 정령치를 넘어 오는 도로와 남원으로 가는 길을 등지고 우측으로 60번 지방도로를 따라 걷는다.
고도가 뚝 떨어진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걷다보니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산이 곧 분수령이다. 따라서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못한다.)이란 말이 잠시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15분가량 걸으니 덕치 마을 삼거리(14:50).
이곳에서 좌측 길로 들어서면 수정봉을 오르는 다음 구간의 입구인 아름드리의 멋진 노송들이 있는 노치마을이다.
산행 소요시간 5시간 30분.
2007년 2월 20일 (火). 지리산 3구간을 다시 걷다.
(성삼재~묘봉치~만복대~정령치~고리봉~주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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