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히 내리는 가을비를 맞으며 조선 선비들이 청운의 꿈을 안고 넘나들던 영남대로, 호젓한 새재 길을 걷다.
수안보 사조 스키장.
수안보 사조콘도에서 자고 일어나 느긋하게 조찬을 마친 후 후론트에 Call Taxi 부탁,
차량 많지 않은 한적한 시골길을 달려 전에 걸었던 백두대간 줄기를 감상하며 새재(조령관)를 향해 달린다.
봉우리 마다 안개 구름이 걸치고 구름 위로 얼굴 내민 신선봉이 아름답다.
전에는 구불구불 넘으며 즐기던 낭만의 고개 이화령을 지금은 터널로 몇 분 만에 후딱 통과 한다.
제 3관문, 조령관 도착하니 가을 비가 보슬보슬, 이른 시간이라 인적이 드물어 한결 호젓하고 고즈녁하다.
아침의 산뜻한 공기가 코와 피부를 자극하니 처음 와 보는 친구들은 탄성을 자아낸다. 아름답던 단풍은 이미 다 떨어진 상태다.
백두대간 마루금인 이화령과 하늘재 사이의 새재는 '새도 날아 넘기 힘들어' 조령(鳥嶺)이라고도 불린다.
조선 태종 14년(1414) 개통된 영남 지방과 기호지방을 잇는 높고 험한 고개는 충청북도와 도계를 이루며 한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이 된다
수많은 애환이 담겨 있는 옛길, 들머리나 날머리로 정해진 산행시엔 자세히 둘러볼 여가없이 곁눈질 하듯 훔쳐보던 조령관(鳥嶺關),
산행시엔 주로 북쪽 고사리(충북 미륵사지)쪽에서 오르거나 하산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선의 대표적인 관문(사적 제 147호)인 제 3관문(조령관)에서 2관문(조곡관)을 거쳐 1관문(주흘관)까지 사이엔
원(院)터 등 주요 관방시설과 정자와 주막 터, 성황당과 각종 시 비 등이 정비되어 있고, 선현들의 한시를 감상할 수 있다.
청운의 꿈을 안은 경상도 선비들이 한양 땅에 과거 보러 넘나들던 `문경새재`
당시 선비들 사이에 추풍령은 낙엽처럼 떨어지고, 죽령은 죽죽 미끄러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어 문경새재를 택했다고 한다.
과거 길에 나선 선비들이 장원급제를 기원했던 책바위,
안내판에 적힌 글을 읽으며 역사에 얽힌 시대 속으로 들어가보기도 한다. 요즘에는 입시생 부모들이 와서 기도 하기도 한다.
휘어진 나무 기둥을 이용한 오두막 쉼터에 앉아 물과 간식 즐기며 흐르는 맑은 계곡물에 손도 담가 본다.
아리랑비 앞에서.
새재로 가는 길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고도 차이로 힘들어 그럴까 선현들의 싯귀가 많이 보인다.
조곡관, 영남 제 2관문 이다.
날씨가 가물어 흘러내리는 물이 없다.
군데 군데 만나는 옛 오솔길로 걷기도 한다.
쭈구리 바위.
교귀정(交龜亭)은 조선시대 임금으로 부터 명을 받은 신 구 경상 감사가 업무를 인계 인수하던 교인처(交印處)로
성종(1465~1487) 때 건립 후 폐허가 되어 유지(遺址)만 남아 있던 것을 1999년에 중창 하였다.
조곡관과 주흘관 사이에 있다.
교귀정과 소나무.
1관문 안쪽 새재 옛길 입구에 들어선 `옛길 박물관`은 유일한 길 박물관으로, 옛길과 관련된 흥미로운 전시물들을 만날 수 있다.
주차장을 지나 한적한 곳에서 된장찌게와 안동 간고등어, 더덕구이로 오찬 나누고 나니
장작불 피우는 무쇠 난로 위에 고구마까지 구워주는 인심좋은 주인장, 벽에 걸어 놓고 보던 연시감까지 떼어주며 먹으란다.
문경 읍내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태워다 주겠다 하는걸 사양하고 영남 대로변을 걷고 또 걸었다.
빨간 사과가 주렁주렁 달리 과수원의 나무를 보며 환호와 감탄도 하고, 길 가 사과 파는 곳마다 들러 시식도 한다.
영남대로변에서 판매하는 문경사과, 시식도 하고 택배로 주문하기도 했다. 문경 새재는 1981년 도립공원으로 지정 되었다
둘째 가라면 서러울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길, 행복한 순간을 만끽하며 우산 받쳐들고 낙엽진 숲 길,
새재 길이 9Km이니 제 3관문인 조령관부터 문경 버스 터미널까지는 족히 12 Km는 될라나?
오랫만에 처음으로 먼 거리 걷는 친구들은 힘들어 하면서도 너무 재미 있어하며
"아름답고 멋진 곳 안내 해줘서 고맙고, 다음에도 또 좋은 곳 데려가 달라"며 치사의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 한다.
저녁, 집에 돌아오니
퇴근한 아들 몸에 열이 펄펄, 병원엔 들러 왔다하나 걱정 된다. 이런 일이 없었는데 혹시 '신종플루'?
고무 주머니에 얼음과 냉수 넣어 벼개하라 이르니 며늘은 냉찜질 해주기 바쁘다.
그러잖아도 매일아침 수영장 다녀와 출근하고 늦은 퇴근에 잠이 부족한데다 어제 전남 담양까지 출장 다녀와 피로가 겹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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