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며칠 동해안 지역은 폭설로 골머리를 앓는다. 눈쓰레기도 많거니와 건물 지붕이 내려앉는 사고가 이어진다.
어제 저녁에도 경주에서 많은 적설량으로 리조트 강당 지붕이 내려앉아 대학 신입생 사상자가 생기는 불상사가 있었다.
그러나 타지역 사람들은 겨우내 큰 눈을 못보아 구경삼아 찾는 경우가 많다. 지난주 허리까지 눈 속에 빠지는 선자령
산행사진을 휴대폰 카스토리에 올렸더니 동생이 보고 호기심 발동하여 계방산 산행 신청하니 대형버스 두 대 란다
▲두문동재에서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도 눈을 찾아 3년만에 다시 함백산을 찾는다.1990년대 꽃사진 찍으러 처음 찾았던 산,
다시 2000년대 중반 백두대간 종주(2006.5.16)로 첫산행을 했다. 백두대간 마루금에 오르면 지금도 가슴이 설렌다.
출발할 때 날씨는 좋았는데 들머리가 가까워지니 눈발이 흩날린다. 강원지역에 눈오겠다던 예보가 들어 맞는다.
코스는 백두대간 마루금인 두문동재에서 만항재로 함백산을 넘어가는 코스라 두문동재 터널앞에 이르니 차량을 통제한다.
게다가 서울에서 화창하던 날씨는 잔뜩흐려 어둡고, 세차게 부는 바람에 제법 굵은 눈발이 옆으로 흩날리며 을씨년스럽다.
두문동재까지 구불 구불 올라가는 3Km 거리가 사람을 주눅들게 만든다. 산에 진입하기 전에 이미 기운이 다 빠질것 같은 생각이 들어
차 안으로 도로 들어가 역으로 정상이나 다녀와야겠다는 꾀를 부린다.
며칠 후 한라산 산행이 있어 워밍업 삼아 단단히 마음 먹고 나섰는데도 그까짓 3Km를 겁내다니... 한심한 생각이 든다.
▲정암사와 만항마을의 고드름.
1진 스무명이 먼저 출발하고 나머지는 2진, 차를 돌려 만항재로 향하는데 길에 눈이 많다.
한적한 길에 차령이 별로 없으니 눈이 더 많다. 정암사와 적조암을 지나 오르막에 대형 버스가 진행을 못하고 길을 막고 서있다.
눈은 계속 내리고, 길이 미끄러워 스노우 타이어가 아니라 못 올라가겠다하니 우리 기사도 겁을 먹고 정맘사로 되돌아 가겠단다.
눈 쌓인 도로는 좁아 되돌리기도 힘들어 엉거주춤 있는데 반대편에서 차 두 대가 내려온다.
작은 차는 버스 사이로 잘 빠져 나가고, 대형버스도 만항재에 산꾼들 내려놓고 두문동재로 가는 모양이다.
가네 못가네로 1진 대장에게 연락하니 산 위에서도 눈이 내려 앞이 안보이고, 럿셀이 안되어 힘들단다.
옥신각신 하는동안 시간은 흐르고, 차를 되돌리기 위해 조금 위로 오르니 만항마을 주민이 나온다.
"이곳 주민들 차도 다니고, 제설차가 다니니 걱정하지 말고 가도 된다"는 소리에 용기를 얻어 만항재로 향하니
어떤이들은 걸어서 올라가고 있다. 차가 못간다며 미리 내려준 모양이다.
▲만항재를 오르는 차 안에서 촬영한 모습. 만항재를 향해 임도를 걸어 올라가는 이들이 보인다.
만항재 도착하니 이미 와있는 차가 많다.
차에서 내리니 쌓인 눈도 많지만 커다란 교목들이 상고대로 모두 하얗게 변해 여기 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춥고 위험하다고 또는 귀찮다고 집에만 있으면 이렇게 멋진 구경을 할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행복한 순간이다.
동지가 지난지 달포, 해 길이가 조금 길어지니 기온도 바람의 세기도 생각보다 거칠지 않아 산행하기엔 좋은 조건.
다만 눈이 내리는 상태라 조망을 구경할 수 없어 아쉽고, 파란 하늘과 밝는 햇살이 없어 아쉬움은 있지만
멋진 설경이 압도적이라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 발 한 발 오른다.
▲산행 중에도 눈은 계속 내리고.
▲ 잔뜩 흐린 날씨에 눈이 내리고 있어 먼곳의 조망은 볼 수 없으나 온 산이 눈으로 하얗게 뒤덮여 말이 필요없는 아름다운 설경.
▲함백산 정상을 향하여.
▲함백산 정상에서(1572.9m)
은대봉, 금대봉, 매봉 등 백두대간 줄기를 조망하는 맛이 일품인데 오늘은 눈이 내려 광활한 조망을 볼 수 없지만
대신 또 다른 설경 맛을 선사하니 쉽게 볼 수 없는 설국의 나라에 온 것으로 행복감을 만끽한다.
함백산 첫 발걸음이 90년대 초반, 꽃사진 출사로 6월 초 밤새 달려와 새벽에 추워서 혼났던 일,
싸리재에서 화방재까지 백두대간 종주(2006.5.16)하며 많은 야생화들이 발목을 잡아 더디게 걸었던 일
6년 전(2008.1.27)엔 화방재에서 싸리재까지 깊은 눈 속에서 7시간 동안 걷느라 배고프고 힘들어 혼났던 일 등 잡다한 추억들이 떠오른다.
가장 최근에 왔던 일이 적조암에서 만항재까지 걷던 3년 전(2011.1.11), 그때만 해도 위 사진에 보이는 정상석 뒤 탑이 없었다.
▲함백산 정상(1572.9m)
함백산은 강원도 태백시 소도동과 정선군 고한읍의 경계를 이루며 화방재를 사이에 두고 태백과 마주보고 있는 산이다.
우리팀 1진은 두문동재를 출발하여 이곳으로 오고 있지만 두문동재를 향하여 떠나는 다른 팀원들도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만항재로 다시 내려가고 있다.
▲함백산 기원단.
태백산 천제단은 국가의 부용과 평안을 위해 왕이 천제를 재내던 민족의 성지이 반면,
이곳 함백산 기원단은 옛날 백성들이 하늘에 제를 올리며 소원을 빌던 민간 신앙의 성지 였다고 전해오며
전에는 함백산 일대에 석탄이 많아 광부 가족들이 함백산 주변으로 이주하게 되었으며
광부들이 지하 막장에서 석탄을 생산 하던 중 잦은 지반 붕괴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자
가족들이 이곳에 찾아와 무사안전을 위해 정성을 다하여 기도했던 곳이라고 한다. 소중한 자연유산 이다.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로 넘을 수 있는 고개 중 제일 높은 만항재(1330m)를 하산 중 바라본 모습.
우리가 타고온 차는 바로 아래에서 하산을 기다리고 있지만, 혼자 일부러 전에 걸었던 추억 떠올리며 만항재 까지 다녀왔다.
사진에 보이는 만항재를 넘으면 태백산 방향 화방재로 가는 길, 만항재에 있는 안내판엔 영월군이라고 쓰여있다.
1진까지 모두 하산 후 떡과 국수를 넣어 끓인 뜨끈한 칼국수 그릇에 얼은 손은 녹이며 함께 먹으니 이또한 소중한 추억이며 행복,
두문동재부터 백두대간 마루금 따라 긴 산행을 못해 아쉽지만, 4시간의 짧은 산행에도 행복했던 하루에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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