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와 가평군의 경계를 이루는 운악산은 4년만에 다시 찾는 다섯번째 산행.
(2007.12.23, 2008.07.27, 2010..08.03, 2011.06.27) 갈 때마다 코스가 달라 가평이 되었다 포천이 되었다 한다.
운주사 쪽에서 오르는 이번 코스는 포천에 속하고 현등사쪽은 가평에 속해 포천에서 올라 가평으로 하산한 적도 있다.
여름산행이라 오늘은 운주사 쪽 1코스로 올라 대원사가 있는 계곡길인 3코스로의 하산이니 포천에 속한다.
거리가 가까워 들머리 운주사 입구에 일찍 도착했다.(08:40) 차에서 내려 단체 기념부터 남기고,
1진은 1코스를 향해 언덕배기 오르고, 2진 몇 명은 하산 지점으로 가 역산행 한다며 차에 도로 올라탄다.
순서 기다려 맨 나중으로 화장실 다녀 나오니 1진은 1진대로, 2진은 2진대로 제각기 가벼러 혼자 오를 수 밖에. 지난주
중원산이나 군자산 산행 때도 그랬듯 요즘은 곧잘 2진으로 편하게 다니고 있으니 믿는 구석이 있는지 다 자기 갈길 바쁘다.
다른때보다 산행 길이가 짧아 1진으로 나설 줄 알았던 유진 할미 김 여사도 2진으로 가겠다며 버스로 도로 오른 상태였다.
산행 중 고생스럽거나 특별한 일 없는 평범한 산행은 2년 정도만 지나면 까맣게 잊거나 한 두 토막 정도 생각나고,
아니면 여러번 다녀온 산은 기억이 뒤섞여 순서가 바뀌기도 한다. 다녀온지 오래 되었거나
단체로 다니다 보면 앞사람 뒤꽁무니만 따라 다녀 어느 길로 들어섰는지 생각 안날 때도 많다.
한북 정맥에 속한 운악산은 정상을 중심으로 사방에서 오를 수 있는 등산로가 꽤 많다. 현등사 처럼 오래된 사찰이나
암릉이 험해 힘들었던, 또는 901년 후삼국 중 한 나라인 후고구려(후에 마진(摩震), 태봉(泰封)으로 개명)를 건국한 궁예(弓裔) 등,
몇 몇 기억은 생각나도 이길 저길 골고루 다니긴 했어도 어느 길로 몇 번 갔었는지, 어떤 코스인지는 헷갈린다.
이럴 줄 알았으면 복습이나 예습이라도 하고 오는건데... ㅎㅎ 누가 이렇게 혼자 떨어질 줄 알았으랴,
4년 전 산행 땐 오늘처럼 서쪽 운주사쪽에서 올라 서봉, 동봉 정상을 거쳐 반대편인 동쪽 현등사 쪽으로 하산했는데
그때도 혼자 2진으로 하산 지점에서 미륵바위 아래 인가? 눈썹바위가 있는 코스로 서너 시간만 걸었었다.
에라 모르겠다. 운악산 자연휴양림 입구로 들어서서 직진하여 사무실 건물 뒷쪽 등산로 이정표 따라 계단을 올라섰다.
바위길과 계단으로 이어지며 가파르게 고도를 높이니 바람이 얼마나 시원하게 불어오는지.
땀 뚝뚝 흘리며 몇 발작 오르다 쉬기를 반복하며 혼자 샬방샬방 걷는 길은 호젓하기 이를데 없이 좋다.
얼마쯤 걸었을까? 산행 마치며 내려오는 이들이 있어 인사 나누니 "혼자 오셨느냐?" 묻는다.
"아니요~ 일행들이 많이 왔는데 먼저 가고 나는 걸음 속도가 늦다보니 이렇게 떨어졌어요".
"내려오다 만난 사람은 남자 한 분 뿐이던데?"
"그래요? 그럼 1코스로 갔나봐요, 중간에 1코스로 가는길 있나하고 살피며 올라왔는데 못봐 그냥 온거에요.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 합니다. "
가파르게 이어진 긴 계단 오르다 힘들면 매미소리 녹음하고, 전망 좋은 바위에 오르면 아래 내려다보며 조망감상,
자연과 벗한다는게 이렇게 편하고 좋은 것을... 사람들은 왜 더운 여름산행을 힘들다고만 생각할까?
땀이 나오는 대로 마르는 바람은 오를수록 세게 불어오니 암릉이라 떨어질까 한 편으로는 겁도난다.
사진 찍거나 발 옮겨 딛으며 조심한다. 여럿이건 혼자건 자신에 대한 책임은 똑같은데 더 주의하는 모습이 우습다.
밧줄잡고 바위를 오르는 곳이 많아 스틱은 아예 접어 배낭 옆 주머니에 꽂아 넣고 단단히 조였다.
바위 뒤 위로 뽀족한 봉우리가 보여 정상인가 하고 올라보면 그 넘어 또 뽀족한 봉우리가 보이며 속인다.
한꺼번에 다 보여주면 미리 겁먹고 하산 할까봐 조금씩 보여주는 것 같다. 이젠 이 길로 하산 하기도 힘들다.
오를 땐 잡을 곳이 보여 잡고 올라왔지만 내려 딛을 땐 발 딛을 곳이 안보여 더 겁날 것 같다.
힘들게 올려 딛고 다시 바위 타려는데 전화벨이 울려 받으니 "어디쯤 가고 있느냐?" 묻는다.
"1진은 어디로 간 줄 모르겠고, 혼자 2코스로 올라가고 있는데 암릉이 너무 험하다."
"어디로 내려올거냐?"
"아직 정상엘 못갔으니 더 올라가봐야 알겠고, 이길은 위험해서 못내려간다.
이래 이정표에서 정상까지 쳔 여m 남았다는 걸 보았으니 정상 오른 후에 결정해서 하산 하겠다. 2진 일행은 어디로 갔느냐?"
"무지치 폭포까지 올라왔는데 이곳에서 점심먹고 하산할 예정" 이란다.
계곡 거대한 암벽에서 물 떨어지는 무지개 폭포(홍폭)는 궁예가 이곳으로 피신하여
흐르는 물에 상처를 씻었다는 전설이 있다. 무지치(무지개) 폭포는 1코스에서 진입하기 편하다.
바위 하나 올라 감상하고, 또 하나 오르며 힘들어 하고, 그래도 즐겁게만 느껴지니 누가 이 산행을 말리겠는가.
오르면 오를수록 조망좋고 시원한데 바위는 더 험해진다. 밧줄도 밧줄이려니와 노란 손잡이 겸 발 디딤판이 바위에 잔뜩 박혀 있다.
가파르게 길어 위험하기도 하지만 이런 땐 오히려 혼자가 편하게 느껴진다. 여렷이 이어 오르다 힘들면 쉴 수도 없을테니 말이다.
손잡이 겸 발판을 딛으며 오르다말고 잠시 숨을 돌리니 이건 산행을 온건지 유격휸련을 나온건지 헷갈린다.
운악산은 경기 오악(화악, 관악, 감악, 송악) 중의 하나인데 풍경이 수려한 곳은 망경대가 꼽힌다.
경치 좋은 망경대를 감상하고 다시 오른다. 만경대는 동봉 동쪽에도 있는데 암릉의 멋진 풍경은 그쪽이 더 멋지다.
운악산(雲岳山)이란 망경대를 중심으로 높이 솟구친 암봉들이 구름을 뚫을 듯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정상이 가까워지니 까마귀 세 마리가 유난스럽게 깍깍 댄다. 숫놈인지 톤이 굵다. 바로 머리 위라 더 시끄럽다.
등산객이 오고 있으니 혹시 밥이라도 얻어 먹을 수 있겠다는 자기들끼리의 신호 인지도 모르겠다.
서봉(935m)에 오르니 강아지를 데리고 온 나이 지긋한 부부가 사진을 찍고 있다. 셔터 눌러 주기를 부탁하기에 눌러주고
나역시 부탁하여 정상 인증을 남기니 "어디로 내려가야 하느냐"며 묻는다. 차를 가지고 왔단다.
"어느쪽에서 올라왔느냐: 물으니 1코스로 올라왔는데 너무 가파라서 내려가기가 싫단다.
"나는 2코스로 올라왔는데 2코스는 강아지를 데리고는 절대로 내려 갈 수가 없는 암릉이라 얘기 해주고,
1코스로 도로 가던지 계곡길인 3코스도 알려주며 동봉엔 안가겠느냐 물으니 동봉도 있느냐며 묻는다. 아직 정오 전이다.
동봉은 서봉과 불과 300m 거리이다. 서봉과 똭같은 크기의 정상석이 있는데도 더 큰 바위로 새로운 정상석을 또 하나 세워 놓았다.
정상임을 알리는 바위가 자꾸 커지는 이유를 모르겠거니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작고 아담한 돌 하나에 산 이름만 새겨
정상이라는 표시만 하면 자연도 크게 해치지 않고 좋으련만... 정상은 풀 한포기 없는 넓은 운동장이 되어가고 있다.
동봉에서 절고개로 내려가 3코스로 하산할까 하다 그늘도 좋지만, 능선따라 내려가면 조망 감상하는 일도 즐겁고,
2진 일행에게서 전화도 왔기에 뒤로 돌아섰다. 아직 시간이 일러 그런지 허기도 느껴지지 않는다.
서봉으로 다시와 잠시 휴식 취하며 애꿎은 얼음물만 벌컥벌컥 들이키고 1코스로 하산 시작.
강아지 데리고 온 여인 말처럼 가파르게 한참을 내려 딛으니 다리가 편치 않다.
2진의 다른이에게서 "어디쯤이냐"며 또 전화가 온다. "서봉, 동봉 정상 다 직고, 3코스로 하산하려다 일부러 1코스로
내려가고 있다" 대답하니 "폭포 아래에서 점심 먹었고, 1시쯤 되면 내려갈까 한다"기에 "조금만 더 기다리라" 하고
부지런히 내려 딛으니 가파른데다 바위길이라 속도가 나질 않는다. 물론 거리도 만만한 거리는 아니다.
다시 전화가 와 받으니 폭포에서 떠나 팔각정에서 기다리겠다 한다. 알았다 대답했으나 팔각정이 어디쯤인 줄은 모른다.
무지치 폭포로 가는 갈림길, 남 녀 한 쌍이 앞에서 걷고 있다. 뒤따라 가다보니 돌아서서 내게 갈울 묻는다.
나도 가보질 않아 길은 정확히 모르겠다 대답하고 뒤따르니 벌써 정상엘 다녀오는거냐 묻는다.
아침 8시 반부터 운주사 앞에서 시작하여 2코스 암릉으로 올라 정상 찍고 내려오는 중이라 했더니 놀라는 기색이다.
무지치 폭포는 계단 길로 다시 오르게 생겼다. 쉬지않고 부지런히 내려 왔더니 허기가 느껴진다.
폭포 오르기를 포기하고 그들과 작별하여 뒤돌아 내려오다 보자기 깔고 도시락을 펼쳤다.잘차린 성찬은 아니지만
혼자 먹어도 꿀맛이다. 얼음물에 밥 말아 맛있게 먹는 모습이 샘이 나는지 한 두마리 덤비던 개미들이 떼로 모여든다.
밥 한 수저 떠서 땅바닥에 흩뿌려 놓아주고, 달달한 몇치 조림도 한 젓가락 집어 반찬까지 나눠주며 같이 먹었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이런 곳에서도 느껴지다니... 재미있다.
식사 마치고 내려딛으니 금방 팔각정을 만났다.
바로 그 아래 쪽에서 뎅걸 뎅걸 귀에 익은 얘기 소리가 들려 부르니 2진 일행이다. 기다리다 안와 그냥 내려섰단다.
들머리에서 하산깃점으로 간다던 2진 일행들은 거의 30분을 옥신각신 하다 결국 1코스로 다시 왔다고 한다.
종일 혼자 걸으며 호젓해서 좋아 했는데 함께 걷는 길은 함께라서 또 좋다. 휴양림 입구로 내려와 보니
길 바로 좌측 팬션 건물 옆에 있는 계단을 오르면 1코스가 되는 걸 팬션의 일부분 같아 보여 몰랐던 것이다.
오늘 혼자 걸은 결과로 운악산의 모든 등산로가 확실하게 머리 속에 입력 되었으니 여러가지로 득이 되었다.
하산깃점으로 더 내려가 차에 오르니 에어컨이 신나게 작동하여 시원하다못해 춥다.
하산주로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시고 귀가길 오르니 시간이 너무 이르다며 푸념들을 한다.
아침 차 탈 땐 먼저 타니 올 때는 늦게 탄 사람부터 차례 대로 내리고 맨 나중에 내리게 된다.
집 근처에서 내려 같은 지역 4명이 오붓하게 치킨과 생맥주 한 잔씩 나누고 헤어져도 어둡지를 않으니
역시 가까운 산은 귀가 시간이 일러 좋다. 즐거운 산행으로 힐링과 행복 만끽한 하루에 오늘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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