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寫眞

보령 성주산(677m)

opal* 2015. 6. 16. 22:00

 

 

 

 

보령에 있는 성주산(677m)은 오늘이 첫산행 이다.  십 여년을 다녀도 못가본 산이 많은 걸 보면 산이 참 많기도 하다. 

 

예전 같으면 유월 하순에 장마가 시작되곤 했는데 근래에는 장마는 커녕 가믐이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요즘은 메르스라는 신종 바이러스가 확산되어 온 국민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고 있다. 

겨울에 걸리는 감기는 찬 기운이 몸 속에 들어와 생리적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반면

요즘 메르스는 덥고 건조한 기운이 몸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 

추울 때는 추운 대로 더울 때는 더운 대로 별의별 바이러스가 다 골치 덩어리다.

 

오랜만에 달리는 서해안 고속 도로, 아침식사 겸 잠시 휴식차 들린 행담 휴게소 마당,  요즘 같은 계절

다른 때 같으면 빽빽히 들어차 있던 대형버스가 우리가 타고온 버스까지 합쳐 서너 대 밖에 안보인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 보아도 사람들이 별로 없고, 줄서서 기다리던 화장실도 썰렁 그자체다.

 

오늘의 산행코스 중 한 곳인 만수산(575m)은 개인적으로 2004년 한 번 산행한 적이 있었다.

산행을 끝내는 마지막 하산 날머리에서 무량사를 만났다. 계절은 11월 하순, 그해의 첫눈이 내리는데 

커다란 감나무 꼭대기에 몇 개 남지 않은 빨갛게 농익은 까치밥에 햐얗게 쌓이는 눈을 보며 얼마나 아름다워했던지...

첫눈으로 인해 감성이 작용했음일까?  무량사를 둘러보며 아름다운 모습에 또 얼마나 많은 감탄을 했던지... 

    무량사에는 극락전(보물 356호) 석등(보룰 233호) 오층 석탑(보물 185호) 등이 있고, 김시습 영정과 부도도 보았다.

부여군 외산면과 보령군 미산면 경계를 이루는 만수산은 매월당 김시습의 혼이 깃든 산이다.

 

사진이나 기록은 없지만 

10 여년이 지난 지금도 무량사의 자연 그대로 휘어진 기둥의 멋진 모습은 머릿속에 아직도 뚜렷이 자리잡고 있다.

부여에 워낙 유명한 유적들이 많다보니 덜 알려져 오히려 호젓한 분위기에 더 압도 되었었는지도 모르겠다.    

 

날씨도 덥고, 산행 길이도 길으니 오늘은 2진으로 남아 만수산 한 곳만 산행하고 오랫만에 무량사나 혼자 둘러볼까 하는

출발전까지의 생각이었던 것이 선두대장님의 불참으로 무량사 답사 생각은 산산히 깨어져 버렸다.

갑작스런 사정이 생겨 새벽에 산행지 개념도만 전해 주고 되돌아 가는 바람에 산행 길이가 짧아졌다.  오늘 코스는 성주산,

문봉산, 비로봉, 만수산을 다 도는 긴 코스였는데 처음 가는 첫산행에 길을 잘 아는 사람이 없어 만수산이 생략 되었다. 

 

참석자 중 두 사람만 차에 남고, 모두가 들머리인 성주 2리 백운교 앞에 하차하여 산행 시작.

집이 별로 많지 않은 이곳엔 감나무, 대추나무 등 유실수가 많고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잎들이 유난히 싱싱하다.  

들머리 들어서니 오래 되어 키가 크고 멋지게 휘어지며 쭉쭉 뻗은 토종 적송들이 신선한 청량감을 선사한다. 

넓은 임도로 한동안 오르다 오솔길이 계속되는 가파른 오르막은 바람 한 점 없어 땀은 비오듯 쏱아지고, 선글라스는 커녕

걸쳤던 안경까지 벗어 가방에 넣고 한 발 한 발 낑낑대며 오르니 선두와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기 시작 한다. 

 

넓은 임도를 가로질러 가파른 오르막 다시 올라  나무 사이로 빠꼼히 하늘이 보여 다 왔나 하고 올라보니 웬걸?

앞에는 다시 내리막이 이어지고, 무성하게 덮여 안부는 안보이고 건너편에서 우뚝솟은 봉우리가 더 오라며 손짓한다.

고도가 높아지니 계곡 건너 능선으로 이어지는 다른 봉우리들도 보이고, 지나온 봉우리도 꽤 높게 보인다.

 

들머리에서 안 내리고 차에 남아있던 두 분을 안부에서 만났다. 하산지점 날머리에서 느긋하게 지름길로 오신거다.

군데 군데 서 있는 굵고 멋진 노송도 감상하다 송진 채취를 위해 껍질 벗겨진 모습을 보면 애처롭고 마음이 아파 이내

일본인들을 향한 욕이 튀어 나온다, '나쁜 놈들~' 모진 고문과 상처를 안고 잘 자란걸 보며 우리 국민성을 닮았단 생각이 든다.

 

2시간 10분 만에 성주산 정상 도착. 커다란 오석으로 만든 정상석 옆에 서서 인증샷 남기고 6명이 점심 식사.

다른 때는 선두그룹이 법 먹을 동안 따라 갔었는데 오늘은 어디쯤 가고 있는지 나뭇잎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다.

오르는 동안에는 각진 바위들이 많았는데 오를 수록 진흙과 자갈이 뭉쳐진 바위가 많이 보이니

마이산을 이루는 암석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하~ 여기도 수 억년 전엔 바다 였었구나~~

 

점심식사 후 잠시 내려딛은 후 정상과 똑같은 높이의 봉우리(677m)를 또 하나 오른다.

건너편으로 작은 봉우리(577m) 위로 문봉산(633m)이 가까이 보인다. '선두들은 저곳을 오르고 있는걸까?' 

다시 내려딛는 등산로는 가파르고 바위가 많아 밧줄 잡고 내려 딛어야 하는 위험한 곳이 몇 군데 있다.

 

문봉산 오르기 전 안부에서 우측으로 탈출로가 있어 후미그릅 6명은 이곳에서 하산 하기로 결정,

한참을 내려딛으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은 편백 숲이 넓다. 피톤치드 생각하며 긴팔옷 소매를 걷어 올렸다.

향긋한 나무 내음이 코끝을 스쳐 깊은 숨을 들이 쉬며 잠시 힐링 시간을 갖는다.

 

조금 더 내려 딩으니 계곡을 막아 사방댐을 만든 구조물이 보이는데 계곡에 물이 없어 바짝 말라 있는 상태다.  

넓은 임도를 만나 스틱 접어넣고 편안하게 걸으니 길옆 크게 자란 풀 속에 조림한 편백나무들이 군데 군데 보인다.

하산 깃점인 성주 1리 마을 도착하니 차가 다니는 편도 2차선 아스팔트 도로가 있고,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온다. 처음에는 마을 정자 옆 공터에 우리가 타고온 차을 세워 놓았는데

마을 주민이 이곳에 세우면 안된다며 다른 곳으로 보냈다고 한다. 시골인심 종다는 말이 옛말이 되어간다.   

 

문봉산으로 갔던 선두그룹 다 오기를 기다려 차 불러 타고 무창포 해변으로 달렸다.

 무창포는 내게 색다른 추억이 있다. 30년 전쯤인가?, 검은 군용 보트타고 먼 바다로 나가  다이버들 산소통 메고

심해로 들어가 키조개 전복 등 채취하는 동안 녹조가 낀 바닷물에서 친구들과 수영했던 일이 있었다. 

 

산행이 일찍 끝나 무창포 해뱐에서 싱싱한 회 맛 즐기고 귀가행 버스에 오르니 오늘 하루 기분도 최상급,  

늘 이렇게만 살아 갈 수 있도록 건강이 지속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건강하게 지낸 오늘 하루에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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