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북쪽에 있는 청계산은 개인적으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산으로 오늘 첫산행이다.
동쪽으로 명지산이 있고, 그 사이에 귀목봉, 남쪽으로 운악산이 있으며
북쪽으로 연결되는 능선은 한북정맥으로 강씨봉, 민둥산, 국망봉으로 이어진다.
다른 팀들은 보통 노채고개에서 산행 시작하여 능선으로 이어가며 길마봉을 거쳐 청계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으나
우리팀은 바닥인 청계호수에서 올라 길마봉과 청계산을 이어 타고 청계호수로 하산하는 원점회귀로 계획했다.
08:50 들머리인 청계호수에서 시작된 산행은 순조롭게 잘 이루어졌으나 계곡물 따라가는 길을 택하다 보니
가을인데도 바위에 이끼가 많고, 낙엽에 덮인 길이 불분명 한 걸 보면 사람들이 많이 다니질 않은 오지 숲이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이리 건너고 저리 건너기를 반복하며 흐릿한 길을 따라 오르다 보니 길마봉으로 가는 길이 아닌
청계산으로 직접 오르게 되는 계곡길 이다.
그제 어제 이틀간 가뭄 끝에 단비가 내려 계곡에 물이 흘러 좋으나, 젖은 낙엽과 이기낀 바위는 다리에 긴장갑을 주는 복병이 되었다.
참나무 종류 나뭇잎은 다 떨어져 발목까지 빠지도록 수북히 쌓였으나 가뭄에 바짝 오그라들었던 단풍잎은 물기를 머금어 더 예뻐졌다.
위로는 구름이 잔뜩 낀 저기압이고, 지상에선 이틀 동안 가을비가 내렸어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자욱한 안개가 종일 걷힐 줄을 모른다.
운무 속에 묻힌 숲 분위기는 환상적으로 멋지나 조망은 전혀 없다.
청계산 정상에 서면 경기도에서 제일 높은 화악산과, 세 번째 높은 명지산을 볼 수 있는 곳인데 한 치 앞이 안보인다.
생각보다 가파르고 바위로 이루어져 밧줄 잡고 오르내리는 곳도 여러군데 있고, 정상 가기전 청계호수로 하산(1.7Km)하는 갈림길도 있다.
두 시간 반 걸려 바위가 들쭉날쭉한 청계산 정상(849.1m) 도착. 지역적으로 거리가 가깝고 아주 높은 산이 아니라 정상엘 일찍 도착했다.
12시 전이라 점심 먹기에는 이른 감이 있으나 그대로 앉아 식사를 나눈다
산꼭대기에 걸쳐있는 구름은 바람이 없으니 움직일 줄 모르고 골짜기에 자욱한 안개는 햇살이 없어 걷힐 줄을 모른다.
개념도 상에는 갈림길이 있으나 오리무중 운무 속엔 보이질 않아 지루함을 느끼며 걷다보니 귀목봉과 오뚜기령으로 갈 수 있는 갈림길이다.
귀목봉과 오뚜기령 거리는 양쪽 똑같이 1.4Km,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 설왕설래 옥신각신 끝에 오뚜기령으로 방향을 잡았다.
귀목봉으로 가면 또 정상을 올랐다 내려딛는 힘듦이 계속 될 것 같고, 오뚜기령은 바로 차를 탈 수 있을까 해서 였다.
그러나 그것은 큰 오산이었음을 깨달은건 오뚜기령에 도착한 후다. 귀목봉 쪽은 정상 오르기 전 하산길이 있고,
오뚜기령은 차가 올 수 없는 곳으로 마을까지 이어지는 구불구불 임도가 4Km가 넘는다.
더 빨리 내려 딛을까해서 후미 팀 몇 명은 자갈 섞이긴 했지만 넓은 임도 보다 능선길을 택했다.
바위는 이끼가 끼고, 발목까지 빠지는 젖은 낙엽은 밟는 순간 그대로 주루룩 미끄러지며 엉덩방아를 연출한다.
내려딛으려던 다리 하나가 그대로 미끄러지며 낙엽 속에 숨어있는 모난 돌과 충돌하니 돌멩이는 튀어나오고,
엉덩이는 얼얼하여 얼른 일어 설 수도 없다. 가뜩이나 요즘 다리가 조금씩 아파 맘놓고 제대로 딛지도 못하고 있는데
아픈다리 쪽을 부딛쳤으니...
스틱에 의지하며 조심조심 내려 딛는데도 여전히 미끄러지며 두 번째 엉덩방아, 웬일이니? 다친데를 또 다친다.
중간에 만난 임도는 산모퉁이를 돌고 또 돌기를 반복,
고도를 낮추며 지루하게 내려딛다 우측에 마을이 내려다 보이니 후미대장이 또 능선으로 인도,
속도빠른 젋은이 따라 가기가 버겁다 보니 다리는 아프고, 서넛이 잠시 쉬며 과일 나누어 먹고 내려 딛으니
길도 아닌 가파른 내리막에 아래엔 젖은 낙엽이 위협하고, 키작은 나뭇가지들이 얽히고 설켜 얼굴을 할퀸다.
힘들게 힘들게 다 내려 딛으니 찻길이 바로 닿는 곳이 아니고 논이 가로 막고 있다.
찻길에 나와 있는 아주머니께 동네 이름 물으니 '무리울' 이란다.
개념도를 펴보니... 아니 그럼 이렇게 많이 돌았다는 거야???
앞서서 내려가 꼬리도 안보이는 후미대장에게 전화걸어 차 보내달라 하니 조금만 더 걸어내려 오란다.
다리가 아파 도저히 못걷는다 했더니 길 끝이 보이 곳에서 수신호 하며 오라고 한다. 차가 그곳에 와서 기다고 있단다.
아침에 청계호수에서 기다린다던 차가 산꾼들이 길을 못찾는 바람에 일동면 무리울 삼거리로 와서 기다리는 것이다. ,
이곳은 한북 정맥 중 강씨봉 산행 들머리가 되는 곳이다.
4시간 반으로 예정했던 산행 시간은 6시간 반이 넘게 걸렸으니 두 시간 이상이 차이가 났다.
엉덩방아로 충격이 커서 그런가? 길도 아닌 곳으로 다녀 그런가 다른 때도 그 정도는 걸었건만
오늘은 왜 더 많이 걸은 기분이며 더 힘들게 느겨질끼?
하산 후 회장님이 준비해오신 양념 소고기 불고기로 배를 채우며 하산 주 한 잔씩 나누고 귀가행 버스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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