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왕산 산행 세 번째,
첫 번재 산행(2007.1.9)은 용산에서 걸어 올라 정상에 오른 후 스키장 슬로프를 건너 임도로 뱅뱅 돌아 내려 딛으며 하산하느라 5시간여 걷고,
두 번째 산행(2009.1.20)은 눈이 잔뜩 쌓여 발자국도 없는 계곡을 럿셀하며 걸어 올라 정상 거친 후 스키장 곤돌라 타고 하산.
다음달이면 다녀온지 일곱 해 되는 세 번째 산행인 오늘(2015.12.22), 후미팀 몇 명은 곤돌라 이용해 올라 정상 딛은 후
발왕재 쪽으로 1Km정도 눈길을 더 내려 딛은 후 되돌아 올라와 정상 부근 헬기장에서 점심식사 중 용산에서 걸어 올라온 선두 그룹을 만났다.
산행 들머리 도착 전 용평 스키장 입구를 지나며 달릴 땐 차창 밖으로 보이는 상고대가 함성을 지르도록 예뻤는데
산에 오르니 상고대는 없고, 바닥에만 조금 쌓인 눈은 적설량이 적어 전만큼 예쁘지가 않다.
전에는 발목 위까지 눈에 빠져가며 올려 딛느라 엄청 힘들었는데 오늘은 곤돌라 타고 오른데다 날씨까지 쾌청하니 컨디션이 꽤 좋다.
정상에서 사방으로의 조망은 오대산 줄기이며 황병산과 소황병산, 곤신봉, 풍력발전기가 즐비하게 늘어선 선자령과 그 뒤로 동해까지,
대관령을 건너 능경봉과 고루포기산 등 백두대간 줄기가 일망 무제로 펼쳐지니 내 두 발로 걷던 추억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시원스런 조망을 무덤덤하게 보기만 하는 이도 있으니 같은 곳에서 같은 조망을 보는 사람마다의 생각과 감정은 이렇듯 다르다.
내려다보이는 선자령은 다녀온지 불과 3주 전, 첫눈 산행하러 갔을 때 제법 눈이 많았는데 오늘은 눈이 전혀 없고, 풀력발전기만 즐비하다.
점심식사 후 다시 정상을 오르고 옆 봉우리 건물쪽으로 향하는 길에 맞은편에서 남자들 몇 몇과 함께 오는 이이들이 있어
가까이 마주쳐 보니 요즘 TV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세 이이들 이다. 풍경사진 찍느라 본인은 늦게 발견했다.
시청자 입장에서 반가워 애들 이름도 불러보고, 사진도 찍으려니 사진 찍지 말라며 동행인인 남자들이 감시의 눈초리를 번뜩인다.
방송용 프로그램을 녹화하는 것도 아니고, 애들 사진 한 두 컷 찍는다 해도 상업적으로 이용할 것도 아닌데,
사진 찍지 말라는 것까지는 이해를 하겠으나...
앞장서서 걷던 우리 일행들에게는 애들 아빠가 "아이들이 놀라니 떠들지 말고 빨리 그냥 지나가라"고 했단다.
인기 연예인을 보면 보통 사람들은 같이 사진도 찍으려 하고, 쳐다보기도 하며 반가워하는 것은 인지상정인데 그렇다고
산행인들이 뒤따라 다니며 불러대는 것도 아니고, 서로 마주 서서 걷다 만나 반가워서 이름 불러본건데 자기네 개인 마당도 아닌,
더군다나 이 높은 산 꼭대기에서 떠들지 말고 빨리 지나가라니? 누가 떠들기라도 했나 애들을 잡아가기라도 하나 그렇다고
작은 소리에도 놀라는 갓난애인가? 아마도 다른 곳에서는 이미 더 많은 사람들과 부딪치며 겪었을 아이들인데 ..
감시하는 남자들 눈초리가 많아 애들 아빠 얼굴은 잘 보이지도 않았지만,
시청자들에 의해 인기를 얻으며 먹고 살면 오히려 고맙다며 공손히 인사해야 할 판에,
겸손할 줄 모르는 애 아버지의 태도와 말 한마디에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일행들 입에서 수퍼맨인지 뭔지 그 프로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는 말까지 이어져 나온다.
허기사 본인도 이미 커버린 세 아이 보다는 아직 말도 못하고 천사같은 다섯 남내 중 막내에게 더 관심이 간다.
곤돌라 승강장이 있는 봉우리로 돌아와 다시 한 번 조망 감상한 후 건물 쪽으로 향한다.
발왕산 꼭대기에 우뚝 솟은 건물을 보면 고두현 시인의 시가 떠오르곤 한다.
3주 전 선자령에서 쳐다본 발왕산, 요즘 블로그 배경사진에 보이는 발왕산에도 건물이 조그맣게 보인다.
발왕산에 가 보셨나요 / 고두현
<용평 발왕산 꼭대기/ 부챗살 같은 숲 굽어보며
곤돌라를 타고 올라갔더니 / 전망대 이층 식당 벽을
여기 누구 왔다 간다, 하고 / 빼곡이 메운 이름들 중에 / 통 잊을 수 없는 이름 하나//
"아빠 그동안 말 안드러서 / 좨송해요. 아프로는 잘 드러께요"//
하, 녀석 어떻게 눈치챘을까 / 높은 자리에 오르면 / 누구나 다 / 잘못을 빌고 싶어진다는 걸>
곤돌라 승차권은 올라올 때 이미 왕복권을 구입했기에 타도 되고 타지 않고 걸어 내려가도 된다.
선두그룹 젋은이들은 걸어간다며 죄다 가고 나이든 사람만 타고 내려간다며 곤돌라에 올랐다.
하얀 설원엔 언제나 알록달록 옷을 입은 젊은이들로 만원을 이룬다.
아들네 세 식구가 몇 년 동안 열심히 타러 다니다 올 봄 아들이 스키타다 쇄골을 다치는 바람에
아직 고정시킨 핀을 뽑지 않은 상태라 요즘은 한 번도 못가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할까 싶은 생각에 마음이 짠 해온다.
다른때 같으면 겨울 들어서자 마자 다니기 시작하여 이미 몇 번 다녀왔을텐데...
스키장 주차장으로 하산 후 자리를 옮겨 구룡포에서 특별주문하여 가져온 과메기에 하산주를 결들인다.
산행하느라 힘들었으니 출출한 시간에 먹는 음식은 뭐가 되든 꿀맛이다.
용평에서 수도권까지는 빨리 왔으나 서울 근처에선 퇴근 러시아워에 걸려 지체되니 도로는 불이 난듯 붉은 물이 들고,
날은 금방 어두워지니 야경 반영하는 한강 바라보며 여유롭게 감사하며 집 도착. 오늘 하루도 감사 드린다.
서울 입성하여 집 도착하는 시간이 고속도로 달려온 시간보다 더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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