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김남권
첫 번째 봄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의 마음이 머문 자리마다
꽃망울이 터지고
당신의 손길이 머문 자리마다
이파리가 돋아 납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두 번째 봄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의 따뜻한 눈빛으로 햇살을 불러오고
당신의 따뜻한 가슴으로 물결을 불러 왔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의 따뜻한 손길로 대지를 눈 뜨게 하고
당신의 따뜻한 발걸음으로 꽃이 눈멀게 했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세 번째 봄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빈 가지마다 햇살을 입히고
맨몸으로 시린 하늘을 건너와
소름이 돋아난 당신을 보았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서러운 가슴을 모닥불에 재우고
도린결의 깊은 어둠을 건너와
햇살이 돋아난 당신을 보았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홀로된 눈빛을 바람결에 뉘이고
풀꽃의 가녀린 꽃눈을 불러와
사랑이 돋아난 당신을 보았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네 번째 봄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처음 만난 엄마의 눈빛이 그랬습니다
처음만난 아빠의 눈빛이 그랬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세상에서 가장 인자한 빛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사월의 풍경
김남권
강물소리를 담아놓은 하늘이
푸른 비늘을 펄떡이며
햇살을 건너온다.
그곳 어디메쯤
겨울을 건너온 사람이
꽃을 빚고 서있을텐데
상처뿐인 나무에서
햇살의 숨소릴 파내고 있을까.
햇살이, 바람이 봄꽃을 어루만지며
나비를 품은 하늘을 잉태하느라
헛기침을 하고
기침소리에 깨어난 강물이
바람을 파먹느라
거울같은 파문을 찍는다.
그곳 어디메쯤
겨울을 건너온 사람이
햇살을 빚고 서있을텐데
애보리 쑥쑥 자라나는
땅속으로 바람의 길을 만들고 있을까
김남권
경기도 가평
1995년 '월간 시문학' 등단
시집 / <하늘로 가는 길> <저 홀로 뜨거워지는 모든 것들에게>외 다수
시낭송가, 아동문학가 등으로 활동
1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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