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다시 찾은 태백산(1989. 5. 13 道立公園 지정, 2016.4.15.國立公園 승격)은 이번이 열 번째 산행이다.
태백산은 설경이 멋져 주로 겨울에 찾아 눈꽃을 많이 보는 산이다.
오늘 처럼 유일사 입구에서 올라 반재를 거쳐 당골로 하산한 경우는 기록 없는 2004년 첫산행 날과 3년 전(2014.1.7) 이다.
다른 때는 주로 화방재에서 오르거나 문수봉을 거쳐 하산하는 코스를 택한 경우가 많았다.
태백산(太白山)은 강원도 영월군, 정선군, 태백시, 경북 봉화군 경계에 위치 한다.
2016년 8월 22일부터 대한민국의 2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의 첫 산행,
태백산에서 눈꽃이 아닌 신록과 야생화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조금은 흥분된다.
보통 당산역에서 마지막 회원들을 태우는데 오늘은 흑석역에서 타겠다는 이가 있어 흑석동으로 가는 중
현충원 앞에 경찰들이 늘어섰다. 현충일인데다 새로 당선된 대통령이 오게 되어 그런가 보다.
업무시간 되려면 멀었는데 새벽부터 요란떠는 느낌이다. 대통령도 막히는 길을 다녀봐야 백성들 민심을 알게 되지 않을까?
차창 밖으로 험준한 산들을 보며 구불구불 4시간 반을 달려 유일사 탐방 지원센터 도착. 해발고도 890m 이다,
화방재(960m)에서 걷는 것보다 정상까지 거리는 가까우나 고도가 70m 가 더 낮아 가파르게 치고 올라가야 한다.
눈길만 오르다 세멘 포장길 오르려니 새롭다.
요즘은 전국적으로 가물어 가뜩이나 땅이 메마른데 돌이 많은 척박한 밭의 배추를 보니 더 안쓰럽다.
여름에 먹을 고냉지 배추인데 더 이상 타들어가지 않게 빨리 비가 내려 주기를 바라는 마음과 배추에게도 응원을 해본다.
몇 발자국 떼는 동안 선두그룹은 모두 도망치고 뒤에 쳐니니
처음 참석인 듯한 얼굴의 여인 땀을 뻘뻘 흘리며 뒤에 따라오기에 기다렸다 같이 동행해주니
미안하다며 먼저 가라고 한다.
눈길만 걷던 산에서 녹음 속을 걷다니... 유월에만 볼 수 있는 개다래의 생존방식을 본다.
삭막했던 앙상한 가지에 잎이 무성하니 새로운 맛, 까마귀도 반갑다고 까아깍 대고,
여기 저기서 들리는 여러가지 새소리와 뻐꾸기 소리가 아름다워 길 가다 말고 휴대폰 꺼내 동영상 녹음하여 친구에게 보내기도 했다.
구불 구불한 길을 이리 돌고 저리 돌며 고도를 높인다.
길가의 싱싱하고 무성한 풀들이 이맘 때 만났던 정선의 두위봉이나 가리왕산을 떠오르게 한다.
공사 차량일까? 이 높은 곳에 차가 보인다.
혼자 휘적 휘적 올라 유일사 입구 도착. 화방재에서 사길령 거쳐 넘어오면 만나지는 갈림길 이다.
유일사 입구 능선은 백두대간에 속하는 곳, 부쇠봉과 화방재 사이에 있으며 화방재를 지나면 함백산으로 이어진다.
넓은 도로는 유일사 입구에서 끝나고, 본격적으로 오르는 돌계단 시작 . 백두대간 길을 다시 밟는다.
등산로 옆에 뿌리가 뽑히며 쓰러져 수명을 다하는 나무도 보인다.
겨울에 왔다가 유일사 석탑을 본 일이 있어 혹시나 하고 등산로를 조금 벗어났으나 나무가 무성해 그런지 보이질 않는다.
암반에 뿌리 내리고 살던 나무는 뿌리를 들어 올리며 명을 다하고.
눈쌓인 길을 걷던 추억이 많은 태백산에서 돌 길을 오르려니 이 또한 새로운 맛,
아이젠 바닥에 눈이 뭉쳐 힘들게 오르던 생각이 떠오른다.
겨울에 못느껴본 고산의 원시림 느낌이 오대산 꼭대기 능선을 걷고 있는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태백산에서 눈꽃 대신 여름꽃을 보니 얼마나 반갑던지...
주목 군락지가 있는 태백산, 주목을 배경으로 사진 찍던 나무는 아직도 사랑을 받고 있다.
눈 쌓인 겨울에 나무가지 아래서 사진 찍히던 생각도.
태백산이 도립공원에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지 1년이 지났다. 도립공원 때보다 면적이 4배 정도 확대 되었다.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후 첫 산행이 된다.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을 간다는 주목이 수명을 다하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다.
군데 군데 보이는 주목나무, 눈빛 승마 일까? 오랫만에 만나는 여름꽃 이다.
고령의 주목(적목)나무들이라 온전하지 않아 나무마다 줄기에 이 땜질을 해 놓았다.
줌으로 당겨본 함백산(1573m)은 계방산(1577m) 다음으로 남한에서 여섯 번째 높은 산으로 백두대간에 속한다.
오르다 말고 뒤돌아 찍은 모습. 나무줄기를 때운 주목나무와 함백산.
고사된 주목나무가 곳곳에서 보인다. 몇 년 안가서 주목나무 군락지라는 말도 없어지는 건 아닐까?
낯선 여인들이 부탁하기에 찍어주고, 보답으로 찍히고 났더니 도시락 준비를 안해 배고프다기에 사탕과 초콜렛 조금씩 건네 주었다.
현충일이라 등산객 보다는 관광객 모습이 많이 보인다. 젊은 패기에 높은 산을 너무 얕잡아 본 모양이다. 참외만 갖고 와 다 먹었단다.
정상쪽으로도 고산식물이 많이 보여 반갑고 고맙다.
태백산은 주목 군락지로도 유명한데 더 이상 죽지 말고 오래 오래 살아 주기를 바라고,
작은 나무들은 얼른 얼른 커서 울창한 숲을 이루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장군단 뒷모습.
장군단은 직사각형으로 생겼다.
돌계단에 앉았던 초등 5년생,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일어나 셔터를 눌러 주었다.
태백산 국립공원에는 영봉을 중심으로 장군봉과 문수봉, 부쇠봉 등의 봉우리가 있다.
최고봉은 화방재 건너 이웃하고 있는 함백산(1,572m) 이고,
다음으로 장군봉(1,567m)과 영봉(1,560m), 부쇠봉(1,546m), 문수봉(1,517m) 이다.
태백산은 백두대간 중간 쯤에 솟아 있는 민족의 영산이며, 태백에는 검룡소, 황지 연못 등이 있어
한강과 낙동강, 삼척의 오십천이 발원하는 한반도 이남의 젖줄이 되는 뿌리산이다.
중요 민속문화재 제228호인 태백산 천제단 등 지정문화재 3점을 포함하고 있어 생태·경관, 역사·문화적인 가치가 높은 산이다.
장군단과 천왕단 사이 평원엔 산철쭉이 군락을 이루며 피어 있어 얼마나 반갑던지...
'장군단에서 천제단으로 이어지는 능선엔 큰 나무가 없어 그늘도 없을텐데 왜 더운 날 태백산엘 가자고 했을까?'
생각은 완전히 기우였고, 탄성이 나올 정도로 꽃들과 분위기가 환상적 이다. 머릿속엔 설경만 가득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주로 겨울산행을 하며 눈
(상상 못했던 태백산의 꽃들은 우측 목록 '꽃과 단풍' 중 "태백산에서 만난 꽃"(← 클릭)에 따로 있음)
'해당화' 하면 보통 바닷가를 떠올리는데... 태백산 정상엔 해당화도 피어 반겨 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태백산 정상에서의 조망.
태백산 정상에서 줌으로 당긴 모습.
천왕단,
태백산엔 장군단, 천왕단, 하단 등 3기의 천제단이 있다.
제일 큰 둥근 울타리의 천왕단을 중심으로 북쪽으로 300m 거리에 직사각형의 작은 장군단,
남쪽으로 300m거리에 울타리가 없는 하단 등 세 곳 이다.
제를 올리는 천제단 울타리 안 위패에 붉은 글씨로 쓰여진 한배검을 검색해 보았다.
한배검은 대종교(大倧敎)의 신관(神觀)을 이루는 기본사상인 삼신일체사상(三神一體思想)으로
'우리민족의 시조신으로 모신다'는 뜻 같다.
≪삼국유사≫
고조선조에는 한인(桓因)·한웅(桓雄)·단군왕검(檀君王儉)의 삼신이 부·자·손관계로 나타나는데 비해서
대종교에서는 삼신의 관계를 '세검 한몸(三神一體)'으로 본다.
≪삼일신고 三一神誥≫와 ≪신사기 神事記≫·≪신리대전 神理大全≫ 등의 경전에 따르면
시공성(時空性)을 초월한 유일무이한 절대적인 신(神)인 한얼(天帝)이 바로 신앙의 대상이다.
한얼은 한님 (‘한’은 ‘하늘’이라는 뜻이고, ‘크다’는 뜻이며, 짝이 없는 ‘하나’라는 뜻이다.)이라고도 하는데,
대덕(大德)·대혜(大慧)·대력(大力)을 두루 갖추고 있다.
대덕으로는 ‘한얼도리(神道)’를 베풀어 만물을 만들고 번창하게 하며,
대혜로는 ‘한울 이치’를 밝혀 만물을 가르쳐서 두루 깨달아 잘 살 수 있게 한다.
대력으로는 ‘한울나라(天國)’를 열어 만물을 다스려 서로 다투지 않고 잘 살게 하는 세 가지 자리(三位)를 차지한다.
한님이 차지하는 이 세 자리의 이름이 따로 있으니, 만드는 자리를 ‘한인(桓因)’이라 하고,
가르치는 자리를 ‘한웅(桓雄)’이라 하며, 다스리는 자리를 ‘한검(桓儉)’이라 한다.
따라서 그 자리를 나누면 세검[三神]이요, 합하면 한님이기 때문에 ‘세검 한몸이신 한님[(三神一體天帝)]’이라고 부른다.
또한 이 한님을 우리 민족의 시조신으로 모실 때는 ‘한배검(天祖神)'이라 부른다.
한배검은 한님으로서의 본자리에 있으면서 여러 가지 몸으로 변화하여, 창조·조화의 자리에서 ‘한아배[天父]’도 되고,
교화의 자리에서 ‘한스승[天師]’도 되며, 치화의 자리에서 ‘한임금(天君)'도 되니, 체(體)와 용(用)의 관계로 설명될 수 있다.
‘한님[天帝神]’의 경우이건 ‘한배검[國祖神]’의 경우이건 간에 나누면 셋이요, 합하면 하나라는 신의 자리가 정해진다.
따라서 이들은 항시 상호보족적으로 작용하며, 불가분리의 위상(位相)을 차지하며 우주만물을 지배하게 된다.
즉, 1은 3의 몸이 되고, 3은 1의 작용이 된다는 것이다.
삼신을 섬기는 일, 단기(檀祈:댕기)드리는 일, 저고리에 동정을 다는 일 등은 이러한 사상에서 비롯된 풍습이다.
즉, 아기가 태어나는 것은 삼신이 점지한 것이라고 하여 삼줄을 매달아 표시한다.
단기(댕기)는 아기가 난 지 사흘이면 머리털에 색실로써 매는 것인데,
한배검에게 명과 복을 비는 것이라 하여 단기를 ‘맨다’라고 하지 않고 ‘드린다’라고 표현한다.
또한 한배검이 내려온 백두산(한울메)을 기리고자 누구나 웃옷의 깃 위에 흰 동정을 달아 입는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 퍼옴)
현충일 휴일이라 관광객은 많지만 겨울산행 때보다 등산객들은 확실히 덜 보인다.
망경사 근처에서 먹는 줄 알았더니 먼저 온 선두그룹 정상에서 식사 중이다. 한데 어울려 식사하고 있으니 뒤에 오던 여인도 마저 도착.
날씨가 흐린데다 바람이 부니 고산이라 춥다. 태백산은 겨울에만 추운 줄 알았더니 여름에도 춥다.
겉옷 더 입고 밥먹는 중에도 손이 시려워 얼른 먹고 일어섰다.
너 댓명은 문수봉 간다고 식사도 않고 달려가고 너 댓명은 춥다고 먼저 도망가고... 점심 식사 후 다시 한 번 인증.
추운데도 불구하고 꼴찌까지 기다려준 고마운 일행들 이다.
마음은 문수봉으로 달려가고 싶지만 그것은 마음뿐, 오늘 코스는 망경사 방향으로 하산 이다.
태백산엘 처음 왔을 땐 하산 방향을 몰라 다른이에게 물었던 생각이 난다. 그했던 산이 어디 한 두 곳일까 마는....
태백산 정상 천제단 앞에서 줌으로 당겨본 문수봉. 마음 같아선 한 걸음에 달려 가고 싶다.
망경사 방향으로 하산 중 담은 모습.
해발 1,500m 부근의 단종비각은 보수 중. 비각 안에 있는 비석 사진은 2014.1.7. 태백산 산행 사진에 있다.
태백산 용정과 망경사.
위 사진 아랫부분은 용정과 해우소 모습.
망경사 앞에서 바라본 문수봉(1,517m).
망경사에서 반재로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가 내리막,
겨울에는 눈이 많이 쌓여 가만히 있어도 미끄러질 정도라 엉덩이 썰매를 타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 가뭄이 심해 어딜 가나 물 보기가 힘들었는데 태백산은 산이 높고 골이 깊다 보니 계곡물이 보인다.
겨울에 다니느라 계곡물을 못봐 계곡물 없는 줄 알았더니 그 또한 기우,
차고 깨끗한 계곡물에 더위 식히며 일행들의 발씻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횡재한 기분 이다.
먹는 샘물까지 만나니 가뭄에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여름 같으면 퐁당 들어앉고 싶은 마음이...
흘러내려가는 물을 가문 지역에 퍼다 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 더운 날씨에 웬 태백산? 장군단에서 천왕단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길은 큰 나무가 없어 그늘도 없고,
땀흘리고 하산하면 계곡물도 없을텐데 계곡물 많은 산 놔두고 왜 굳이 태백산을 택했을까?'
완전 기우였다. "역시 오길 잘했어" 다른 때보다 더 걸린 5시간 산행시간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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