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가
2018-2019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연출 손진책
장소 :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날자 : 2019.06.05 ~ 2019.06.16
출연 : 국립 창극단
간결한 무대를 가득 채운 이 시대 최고 소리꾼들의 소리
.
소리꾼들은 군더더기 전혀 없이 정갈한 무대 위에서 고급스런 색감이 돋보이며 기품이 느껴지는 한복을 입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소리’만이 그 주인공 일뿐. 소리가 바로 ‘이것이 바로 한국의 격조이다’라는 타이틀롤을 거머쥐게 만든 장본인이다.
‘심청가’는 웬만큼 소리에 능숙하지 않고서는 전 바탕을 제대로 이끌어 나가기 힘든 판소리인 만큼
이 시대 최고의 소리꾼들이 모인 국립창극단원들이 공력을 다해 소리로 온전히 채운다.
망망대해에 일렁이는 물결 위에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소리꾼들이 내지르는 합창의 스펙터클
심금을 울리는 묵직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전에 다녔던 생각을 하고 국립극장 내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 먹고 공연을 보자 약속을 했다.
명동 예술극장이 재개관을 한 후에는 주로 명동으로 다녀 국립극장은 오랫만에 찾는다.
전에는 직접 운전하며 차 갖고 다녔는데 이번엔 대중교통 이용, 국립극장 주차장도 요즘은 공사중이라 다른 곳에 세워야 한다.
청계전에 있던 수표교.
국립극장 안내도.
차 갖고 다닐 땐 넓은 정문으로, 오늘은 대중교툥 이용, 지름길로 오르니 운치가 있다.
공연장 중 제일 큰 해오름 극장은 요즘 공사 중.
하늘극장.
달오름 극장은 오늘의 공연장.
여유있게 일찍 도착하여 여기 저기 둘러보며 전에 다녔던 해오름 극장 쪽으로 가니 공사 중이고, 식당은 아예 안보인다.
눈에 띄는 사람들도 별로 없어 카페로 가보니 식사는 할 수 없고 커피, 음료수 정도만 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일행에게 전화하여 이곳으로 직접 오지말라 하여 큰길가로 도로 내려가 만났다.
택시타고 오던 ㄱㅇ씨도 극장까지 왔다가 되돌아가고....
장충동 하면 족발집이 유명한데... 족발은 좀 그렇고, 간단하게 먹자며 회냉면을 시키니 내 입에는 너무 매워 먹다 남기고,
태극당으로 다시 들어가 달달한 아이스 크림이 들어있는 모나까로 입을 진정 시켰다.
아직 시간 여유 있으니 산책길로 가자기에 오솔길로 들어서서...
다음에는 숲으로 둘러쌓여 분위기 좋은 이곳에서 먹어 볼까나?
가파른 계단을 보더니 아연 실색, "돌아가기엔 너무 늦었으니 그냥 가보자" 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
오르고 나면 또 계단, "이러다 남산 꼭대기까지 다 올라가는거 아냐?"
한참을 오른 후 남산 둘레길을 만났는데 국립극장으로 가는 갈림길은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이러다 공연 시간 놓치면 어쩌지?"
낄낄대며 걷고 또 걷다보니 국립극장쪽으로 갈 수 있는 오솔길이 나타난다.
남산 둘레길에서 국립극장쪽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 분위기가 좋아 시간만 많으면 더 걸어도 좋겠다.
왔었노라, 보았노라 인증도 한 컷.
미리 예약한 R석은 \5만 인데 경로우대 받고.
공연 중에는 촬영을 못하니 공연 전에 간결한 무대라도 한 컷.
무대 뒷쪽은 발로 되어 있어 연주할 때는 악단 모습이 흐릿하게 보인다.
출연
외에도 다수 인원들이 고운 한복을 입고 무대를 장식한다.
오늘 도창(導唱·창극 해설자)은 안숙선 명창이 아니고 '유수정' 국립창극단의 예술 감독. 낮은 음역부터 소프라노까지 넘나든다.
완창 하려면 5시간 넘는 심청가에서 핵심을 간추려 2시간30분 정도로 다듬었다. 인터미션도 있다.
"주얌 주얌, 잘강잘강 선마둥둥 내 딸아"
"뜰 지키는 백두루미 나래를 땅에다 지르르륵 끌며 뚜루루룩 낄룩 징검정검,"
"고두누비 바지가래 따달 딸딸 걷어 자감이 딱 붙여"
"끌리는 초마자락을 거듬거듬 거더 안고 피같이 흐르난 눈물 옷깃에 모두 다 사무친다."
"죽장고 쩌지렁 쿵 쩡 쿵, 장자바의 옥퉁소 띳띠루 띠루, 석연자 거문고 둥덩지 둥덩덩 "
"범피 창파 높이 떠서 도용도용 떠나간다."
의성, 의태어 뿐만 아니라 말장단이 신이 난다.
"힐끗하면 핼끗하고 핼끗하면 힐끗하고 뺏죽하면 삣죽하고. 삣죽하면 뺏죽하고 "
공연 끝난 후 curtain call 시간에 촬영, 공연 중에는 창극단 단원 30 여명이 무대를 화려하게 채운다.
오늘의 도창(導唱·창극 해설자) '유수정' 국립창극단 예술 감독 인사.
차례대로 인사 하는 단원들,
심봉사역으로 나온 유태평양씨는 아직 20대(1992년생) 청년으로
90년대 중반인가 TV 프로그램에 5살짜리 '판소리 신동' 이라며 출연한 것을 본적이 있었다.
"창(唱)으로 전 세계에 유명한 사람이 되라고 부모님이 태평양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는
특별한 이름을 들은 적이 얼마 안된 것 같은데... 그랬던 아이가 어느새 이렇게 주역을 맡아 열연을 하다니...
심청역은 어린 심청과 황후 심청으로 나누어 서로 다른 소리를 들어 볼 수 있다.
어린 심청과 황후 심청은 민은경과 이소연이 나눠 연기한다..
효자들의 故事를 읊는 장면에선 심청의 효심이 얼마난 간절한지...
왕상은 고빙하여 어름궁기 잉어얻고(왕상이 추운 겨울날 어머니를 위해 얼음을 깨고 잉어를 잡으러 들어가려 할 때
잉어가 저절로 튀어 올라와)
맹종은 읍죽하여 눈 속에서 죽순을 얻어 양친성효 (맹종이 겨울철 아비를 위해 죽순을 따러나가니 땅이 얼어 죽순이 없자
눈물을 흘리니 그 눈물이 떨어진자리에서 죽순이 돋았다)
고사 속 그 누구도 직접 몸을 물에 던지지는 않았다.
심봉사를 사이에 두고 사진에서 우측은 어린 청이역, 좌측은 황후가 된 청이역.
“나 죽기는 섧지 않으나 의지 없는 우리 부친을 차마 어이 잊고 가리.
삼백석에 팔려 제수로 가게 되니 불쌍한 아버지를 차마 어이 잊고 가리.”
인당수에 몸 던지는 심청이의 절절한 창을 들으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심청가(沈淸歌)는 판소리 다섯 마당(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흥보가, 적벽가) 중의 하나로,
앞 못 보는 심봉사의 딸 심청(沈淸)은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의 동냥젖으로 자란다.
효성 지극한 청이는 아버지를 봉양하다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15세에 공양미 300석에 몸이 팔려 인당수(印塘水)에 빠졌으나
하늘의 도움으로 다시 환생하여 세상에 나와 황후가 되고, 맹인잔치를 별려 아버지를 만나 눈을 뜨게 된다는 이야기 이다.
심청가(沈淸歌)는 애절하고 슬픈 대목이 많아서 골계미(滑稽美, 익살스러움이나 풍자가 주는 아름다움)가 적어
과거에는 너무 슬픈 소리라 하여 높게 치지 않았으나 근래에는 '춘향가' 다음으로 예술성 높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누구나 빤히 다 아는 내용이지만 청이가 아버지 심학규와 이별 할 때,
인당수에 빠진 후 어머니와 잠시나마 재회 할 때,
황후로 환생하여 연회를 베풀며 아버지와 재회 할 때 등은 콧등이 시큰하고, 눈물이 핑 돈다.
공연 마친 후 셔틀버스가 지하철역 앞까지 태워다 주는데 우리는 걷기로.
공연 관람 마친 후 문을 나서는, 문화를 공유하는 동료들.
짧지만 즐거웠던 저녁시간, 덕분에 남산 둘레길도 걷고. ... 오랫만에 다시 찾은 국립극장은 언제 또 오게 될꼬?
1999년, 이곳 해오름 극장에서 별주부전(안숙선 명창) 볼 땐 큰 며늘도 데리고 와 보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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