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寫眞

선자령(1157m)

opal* 2020. 1. 28. 23:00


 이번 겨울은 겨우내 큰 한파 없이 한 두차레 비가 내리고, 눈은 오지 않은 채 겨울이 가고 있다.  

이번 주 산행 계획은 주금산 이었으나 

눈산행 하기위해 장소를 선자령으로 바꾸고나니 강원지역에 대설주의보 소식이 들린다.

 산행 장소가 갑자기 변경되어 오늘은 산행 개념도는 없지만 머리 속엔 코스가 모두 입력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선자령은 2004년 첫발을 딛었고, 백두대간 종주(2006.1) 포함 이번이 열 한 번째(2020.1.28) 산행이다.

참고로 선자령 산행 날짜,  

 2006.1.10,   2006.12.5.   2008.2.10.   2010.8.17.    2011.10.4.    2012.2.28.    2014.2.11.    2015.12.1.    2017.1.3. 등 이다


2017년 첫산행(1.3)으로 찾은 이후 삼년 만에 다시 찾는다.

선자령은 산행 이라기 보다는 트레킹 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곳, 

강산 변하는 세월 만큼 다니고보니 이젠 이마저도 버겁게 느껴지는데 오늘은 눈이 쌓여 더 힘들 것을 각오한다.   


휴게소 마당에서 본 하늘엔 구름이 잔뜩,

휴게소 도착 전까지는 주위에 눈이 안보이다 휴게소를 지나 강원지역 진입하니 고속도로 주변에 눈이 보이기 시작.



2주 전 오대산 산행 때는 바닥에 쌓인 눈만 있었는데 나무에 쌓인 눈 보이니 차 안에 있는 이들 모두 싱글벙글 된다. 

겨우내 눈 구경 못하다 오늘 처음 나온 사람은 환호성~



세 시간 반 넘게 걸려 옛 대관령 휴게소 도착(10:45).

휴게소 마당은 넓지만 눈이 쌓여 차들은 일렬로 주차 상태,

고루포기 산이나 능경봉, 제왕산 등으로 갈 경우엔 이곳에서 출발, 고속도로 준공비 옆으로 올라가야 하지만

우리는 길 건너편으로 가야 하므로 반대편 주차장(상행선)으로 이동해야 한다. 



오랫만에 보는 눈이라 차에서 잠시 내려 너 나 할 것 없이 각자 설경 배경으로 사진찍히기 바쁘다. 


가까이 있는 풍력발전기 배경으로 동료 휴대폰 몰카에 찰칵.

다시 차에 올라 반대편 주차장으로 이동 한다. 


하행선 주차장에서 상행선 주차장으로 이동하여 단체 사진 남긴 후 산행 시작. 11:05

모드 설정을 잘못하여 사진이 제대로 안나와 다시 찍자하니 마음이 눈밭에만 있어 대강 찍자기에 희망자만 다시 찍혔다.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겨울나목. 


설국 속을 향해 발걸음 재촉하는 일행들. 


각가지 포즈와 저마다의 환호성 속에  설경을 배경으로 여기저기서 찰칵 찰칵.

아이젠은 2주 전 오대산에서 착용했었지만 스패츠는 이번 겨울 들어처음 착용 이다.


눈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자취를 감추는 일행들.



등산로 왕복 코스 약 11Km. 아주 긴 코스는 아니지만 눈이 쌓여 걷기 힘들겠기에 은근히 걱정 된다.


술레잡기라도 하는 듯, 보이다 말다 눈 배경으로 사진 찍히느라 깔깔 호호, 산 속이 떠들썩.


바우길 트레킹 코스인 양떼목장 옆길 오르막. 


전에는 저 꼭대기에 나무로 지은 허름한 2층 높이 건물이 있어 멋진 포인트였는데 언제부턴가 그마저도 안보여 허전해 뵌다.  


양떼목장 울타리와 나뭇가지를 감싼 상고대가 겨울 풍경을 더 해준다.


앞서가던 일행 휴대폰에 몰카 한 컷.



나무에 얹혀진 모습이 멋져 배경으로 한 컷.


제궁골 삼거리 지나 안부 골짜기,

6년 전(2014.02.11) 왔다가 허리까지 빠지는 눈 속에서 대장들이 럿셀을 하다 하다 포기하고 돌아섰던 곳,

눈 속에선 물이 흐르는 것을 모르고 딛었다가 신발이 젖어 눈이 얼어붙어 발 시려워 혼났던 기억이 떠오른다.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곳에선 힘이 배로 들어 점점 속도가 떨어진다. 



오랫만에 많은 눈 밟고 걸으니 힘은 들어도 힐링되는 기분에 컨디션도 상승작용.  


눈과 얼음과 물이 조화를 이루고.


배경 좋은 곳은 그냥 갈 수 없다는 듯.




눈 무게로 아래로 쳐진 침엽수들은 외국 풍경을 보는 듯.



산행 중에도 짓궂게 눈사람까지 만들어 남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여유로움은 걷기에도 벅찬이에겐 부러움의 대상이다. 


맨 꼴찌로 가니 다져진 길 걷기는 식은 죽 먹기. 눈 속에 빠져가며 앞서간 선답자들에겐 고마운 마음.



고도가 높아지니 상고대도 멋진 풍경에 한 몫을 한다.

주변에서 풍력발전기 날개 돌아가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리나 뿌연 날씨라 보이지는 않는다.  

서울에선 어제 비가 내려 오늘은 날씨가 맑아 푸른 하늘 볼 것을 기대 했는데...

푸른 하늘 배경인 상고대 였으면 얼마나 더 멋있을까... 조금은 아쉽지만 이정도로도 감사하는 마음.  


13:30. 일행들은 모두 앞으로 달아나고,  시장기가 느껴져

거친 바람 피해 소나무 아래 아늑한 곳에 자리잡고 앉아  빵과  따뜻한 커피 즐기는 중인데 전화 벨이 울린다.

"네에~"

"어디쯤 오세요?"

"선자령 1.3Km 이정표 지났는데, 정상 도착 하셨나요?

"아니요, 선자령 800m앞두고 소나무 아래서 점심식사 중이니 부지런히 오세요."

" 알겠습니다. 뒤쫓아 갈테니 추운데서 기다리지 말고 식사 끝나면 그냥 올라가세요. 감사 합니다" 


소나무 아래 잠시 앉아 간식 먹으며 두꺼운 눈옷 입은 솔가지 바라보니  

잘 타지도 않는 청솔가지 꺾어다 아궁이에 잔뜩넣고 솔가래 불쏘시개로 물 데워쓰던 유년 시절의 겨울이 생각난다.   

솜바지 저고리로 겨울을 나던 우리네 조상님들은 두꺼운 옷 하나 제대로 걸치지도 못하고 눈 쌓이기전 땔나무를 준비해야만 했다.

 

풍력발전기 날개 돌아가는 소리도 크거니와 정상엔 바람이 세게 불 것을 예상하여 점퍼 속에 내피 하나 더 입고,

기운내서 휘적휘적 오르막 오르니 0.8Km 이정표 보이며, 소나무 아래 점심 끝낸 일행들이 보인다. 


일행들과 합류하여 다시 정상을 향한다. 위 사진에서 맨 뒤에 가는이(하얀 화살표)는 본인.


정상 300m 아래, 이곳 부터 정상까지는 나무도 많고, 가파르기가 심하다.



설경 찍기위해 일부러 큰 카메라 준비하셨다는 물불님께 한 컷 얻는다,


1000m넘는 고도 높은 선자령 정상 부근의 멋진 상고대.

희뿌연 날씨가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이정도의 풍경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감사한 마음.   



가뜩이나 가파른 오르막에 멋진 상고대 담느라 걸음속도가 더 늦어진다.





상고대 배경으로 또 한 컷.



정상 뒷쪽에서 뒤돌아보면 풍력발전기들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이 보이는 곳인데 오늘은 날씨가 도와주질 않는다.  


선자령 정상,

산행 시작 3시간 소요(14:20), 정상 오르니 한 치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어둡다.


백두대간 그림이 그려진 정상석 뒷면 배경.


11번째 오른 선자령 정상.

처음이나 두 번째 올 때까지만 해도 크기가 작은 아담한 정상석 이었다.


위사진 왼쪽 햐얀 화살표는 본인.


바로 옆에 있는 풍력발전기가 안보일 정도. 바람에 날개 돌아가는 소리만 들린다.


아래는 짧은 동영상.

바로 옆에 서 있는 풍력발전기를 찍었는데 모습이 보이지 않아,  휴대폰으로 소리만이라도 잠깐 담아 보았다.



바람부는 방향대로 형성된 상고대가 더 예술적으로 보인다.



이곳에 서면 멀리 발왕산 스키장 라인이 보이고, 풍력발전기들이 일렬로 서있는 모습이 보이는 곳인데 오늘은 ....


눈 무게를 지탱하며 서있는 소나무.




천리향 귤껍질로 빨간 모자 만들어 씌워준 이의 아이디어가 일품이다.


바람결 따라 만들어진 상고대가 아름다운 숲을 연출하고 있다.



다른날 보다 바람이 세차게 불지 않고, 많이 춥지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갈래길 합류지점, 한 쪽은 대관령까지 2.9Km와 또 한 쪽은 2.8Km.






위 사진은 카메라에, 아래 사진은 휴대폰에 찍힌...




넓은 임도는 제설차가 한 번 밀어 놓아 걷기가 수월.








 아침 출발 11:10,  현재 하산 도착 16:10.  이곳에서 바우길로 선자령 정상까지 3시간, 하산 2시간, 왕복 5시간이 걸렸다.  

걸음속도가 늦어져 맨 꼴찌로 올라가며 걱정했으나 눈 쌓인 등로에 카메라 셔터 눌러가며 걸린 이정도의 소요시간은  

한 해 한 해 보내며 노쇄해가는 육신에 비하면 아직은 준수한 생각, 괜한 걱정을 했나?

오늘도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는 날이다.


겨울철에만 먹을 수 있는 과메기를 준비하여  음식점에서 하산주 시간을 갖는다. 


겨울철 별미로 잠시 행복한 시간 보내고 귀가행 버스에 오른다. 


오늘 하루 기대 이상의 눈(雪)을 볼 수 있어 행복했고, 걸을 수 있어 감사 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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