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모임(E com) 중 한 사람이 자기와 가깝게 지내던 지인을 얘기하며
"닮고 싶은 커리어 우먼이었는데, 남편과는 30여년 전 사별하고
두 딸 기르며 사업차 외국으로 다니다 몸이 아파 하던 일 멈추고
미국에 사는 큰딸네서 치료 받고 있는 중,
미국 의사들이 비행기 탑승을 권유하지 않아 국내로 올 수도 없고,
전문직 직업여성으로 성공한 딸들마져 요즘 국내에서 지내는 딸이 아파
옆에서 보기에도 안타까워 반찬도 해다 주었다" 며 눈물까지 흘렸는데,
오늘 아침 그 지인의 부고 소식이 왔다고 한다.
고인이 된 주인공은 조안 ㄹ(ㅇㅇ자)씨,
대학 시절 사제를 사랑하게 되어 신부님과 결혼하고,
사업차 국내외를 오가며 쓴 '스물 세 살의 사람과 마흔 아홉의 성공' 저자,
동시대를 살아오다 먼저 떠난 그녀에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치열하게 살았던, 한가롭게 살았던 죽고 나면 다 물거품인 것을,
인생에 있어 과면 성공은 무엇인가?
오늘은 40년 지기들의 모임 날,
큰아이 유치원 자모들로 이루어진 열 두명이 모임 시작,
오랜 세월 지나는동안 남편 직장 따라 먼 곳으로 이사 혹은 건강상, 회원간의 불미스럽거나
또는 총무 임기 중 회비 횡령 등 차츰 차츰 이런 저런 이유로 자동으로 걸러져
반 이상으로 줄어든 5명이 만나다 십 여년 전 맨 마지막 자동으로 탈퇴된 한 사람은
이유를 전혀 밝히지 않은 채 증발하다 시피 연락 두절,
이래저래 네 명이 남아 이어오니 시들해지던 참에 코로나 여파로 3년만에 만났다.
그동안에도 몇 번의 모임공지를 띄웠지만 한 두 사람의 사정으로 캔슬되어
세월만 축내다 만나니 한 친구는 그동안 다리 수술 했다며
지팡이 짚고 나온 걸 보니 어느새 이런 모습을 보게 되다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점심 맛있게 나누고, 아직 남아 있는 회비로 낸다는걸 다음에 사용하자며 기분좋게 점심값 지불하고,
커피 매장으로 이동하여 회포도 풀 겸 밀린 수다 떨다보니 티 타임이 길어졌다.
나이도 나이려니와 오전의 부고 소식으로 오늘은 병마와 죽음 얘기가 길어졌다.
아프다거나 죽음이라는 단어는 입에 올리기 싫지만 현실은 어쩔 수 없는 일,
다리는 아픈 친구는 그래도 차 몰고 왔다며 동행하자는 걸 잘들가라 하고 그자리에서 헤어졌다.
건물 밖으로 나오니 오전내 흐렸던 날씨가 쾌청하게 개이고 바람마저 시원하여 걷기에 아주 딱 좋다.
지름길 외면하고 일부러 더 먼곳으로 돌아 낮은산 언덕 오르니
조금씩 짧아지는 초가을 해가 뉘엿뉘엿~
집 도착하여 흠뻑 흘린 땀 씻고, 외출했던 옷 모두 손빨래하여 널고 저녁식사 간단히 끝내니
오랫만의 회포와 노폐물 배출로 이래저래 기분이 상큼,
밀린 수다 풀어낸 하루의 감사한 마음을 함께 했던 동료들께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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