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꽃사슴, L백화점

opal* 2022. 9. 17. 21:07

어제 모임(E com) 중 한 사람이 자기와 가깝게 지내던 지인을 얘기하며

"닮고 싶은 커리어 우먼이었는데, 남편과는 30여년 전 사별하고

두 딸 기르며 사업차 외국으로 다니다 몸이 아파 하던 일 멈추고

미국에 사는 큰딸네서 치료 받고 있는 중,

미국 의사들이 비행기 탑승을 권유하지 않아 국내로 올 수도 없고,

전문직 직업여성으로 성공한 딸들마져 요즘 국내에서 지내는 딸이 아파

옆에서 보기에도 안타까워 반찬도 해다 주었다" 며 눈물까지 흘렸는데,

오늘 아침 그 지인의 부고 소식이 왔다고 한다. 

 

고인이 된 주인공은 조안 ㄹ(ㅇㅇ자)씨, 

대학 시절 사제를 사랑하게 되어 신부님과 결혼하고,

사업차 국내외를 오가며 쓴 '스물 세 살의 사람과 마흔 아홉의 성공' 저자,
동시대를 살아오다 먼저 떠난 그녀에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치열하게 살았던, 한가롭게 살았던 죽고 나면 다 물거품인 것을,

인생에 있어 과면 성공은 무엇인가?


오늘은 40년 지기들의 모임 날,
큰아이 유치원 자모들로 이루어진 열 두명이 모임 시작,
오랜 세월 지나는동안 남편 직장 따라 먼 곳으로 이사 혹은 건강상, 회원간의 불미스럽거나

또는 총무 임기 중 회비 횡령 등 차츰 차츰 이런 저런 이유로 자동으로 걸러져

반 이상으로 줄어든 5명이 만나다 십 여년 전 맨 마지막 자동으로 탈퇴된 한 사람은

이유를 전혀 밝히지 않은 채 증발하다 시피 연락 두절,

이래저래 네 명이 남아 이어오니 시들해지던 참에 코로나 여파로 3년만에 만났다.

 

그동안에도 몇 번의 모임공지를 띄웠지만 한 두 사람의 사정으로 캔슬되어

세월만 축내다 만나니 한 친구는 그동안 다리 수술 했다며

지팡이 짚고 나온 걸 보니 어느새 이런 모습을 보게 되다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점심 맛있게 나누고, 아직 남아 있는 회비로 낸다는걸 다음에 사용하자며 기분좋게 점심값 지불하고,

커피 매장으로 이동하여 회포도 풀 겸 밀린 수다 떨다보니 티 타임이 길어졌다.

나이도 나이려니와 오전의 부고 소식으로 오늘은 병마와 죽음 얘기가 길어졌다.
아프다거나 죽음이라는 단어는 입에 올리기 싫지만 현실은 어쩔 수 없는 일, 
다리는 아픈 친구는 그래도 차 몰고 왔다며 동행하자는 걸 잘들가라 하고 그자리에서 헤어졌다.

 

건물 밖으로 나오니 오전내 흐렸던 날씨가 쾌청하게 개이고 바람마저 시원하여 걷기에 아주 딱 좋다.

 

파아란 하늘과 나무 사이 한 점 구름이 예뻐 찰칵.
나무 위에 걸쳐진 구름 한점이 예뻐 계속 동행하며 담았더니 점차 모양을 바꾸다 나중엔 지쳤는지 흩어져 버린다.
가을날의 예쁜 하늘과 녹색이 걷기를 유휵하니 혼자서도 마냥 기분 좋은 발걸음.

지름길 외면하고 일부러 더 먼곳으로 돌아 낮은산 언덕 오르니

조금씩 짧아지는 초가을 해가 뉘엿뉘엿~

집 도착하여 흠뻑 흘린 땀 씻고, 외출했던 옷 모두 손빨래하여 널고 저녁식사 간단히 끝내니

오랫만의 회포와 노폐물 배출로 이래저래 기분이 상큼,
밀린 수다 풀어낸 하루의 감사한 마음을 함께 했던 동료들께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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