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240224(토) 간만의 산책

opal* 2024. 2. 24. 20:25

'240224(토) 간만의 산책

엊그제 밤 내린 많은 눈이 음지엔 아직 덜 녹아 남아 있고 바람은 차가워 귀가 시리다. 집안에서 내다보며 햇살이 내리 쬐기에 따뜻할 줄 알고 선깹 쓰고 나온게 후회되어 얼른 벗고 가방 안의 비니로 바꿔쓰며 귀를 덮으니 따뜻하다.  
긴 계단 그늘엔 많은 발자국에 다져진 얼음이 녹는 중이라 질퍽댄다. 간단한 아이젠은 준비 했지만 착용하지 않았다.  

비록 짧기는 해도 잠시 가파른 비탈 오르막, 한동안은 넘 힘들어 몇 번을 쉬어가며 쉬엄쉬엄 오르곤 했는데 오랫만에 나왔어도 속도감은 떨어져도 쉬임 없이 올려 딛었다. 지난 몇 달 동안 마음 고생이 몸으로 나타나 가내겨우내 안좋던 컨디션이 두어 달 쉬고 마음 편해지니 몸이 어느새 먼저 알고 신호를 보낸다. 때론 "육체가 건강해야 마음도 편하다" 했던게  거짓말이 되고 다시 "마음이 편해야 몸도 편하다" 로 바뀐다.

입춘이 지나도록 녹을 줄 모르고 꽁꽁 얼어 있던 얼음이 개구리에게 초대장 보내려는지 물가 주변엔 하얗게 눈이 덮혔어도 물은 녹아 봄을 몰고 오는 훈풍에 살랑살랑 잔물결이 춤 춘다.  아무리 겨울이 춥다한들 때가 되면 봄이 오는 자연의 섭리는 언제나 진리인 것을...  

세월 가면 썪어 망가지는 걸 없어도 될 산길에 굳이 계단을 왜 만들까 자연 그대로 딛고 다니다 골짜기로 변해 망가지면 다른 곳 골라 걷다 보면 또 길이 생기고 그동안 망가진 곳은 복구될테고..

겨울이면 아이들 썰매타던 북사면 비탈이 지난 겨울엔 눈이 쌓이질않아 썰매 손님이 없었다.

활주로 위에 서성이던 비행기 한 대, 갑자기 내달리기 시작하더니 냅다 땅을 박차고 뛰어 올라 눈앞에서 잠시 가물 대더니 이내 사라지고 만다. 그래 시간이란 녀석은 이렇게 빨리 지나는 것이고 세상만사 이렇게 급히 돌아 가고 있는 것 인 줄 알건만 방구석에서 헤어나질 못하니 뭘 깨닫겠는가.
제주도를 하루에 다녀오고, 몇 시간 꿈지럭 대다보면 고도 몇 백미터 올라갔다 내려 올수 있는걸 왜 움직이지 않고 우물안 개구리를 자처하는지...

오랫만에 나왔더니 긴 계단을 막아 놓고 금지 시킨다. 우회로를 돌아 끝에 가보니 공항을 내려다 보던 데크로 만든 전망대가 사라졌다. 전망대 양쪽 데크길은 그대로 있는데, 그러잖아도 석 달전(11/09) 오후 늦게 전망대에서 공항 비행기 계류장 모습을 찍던 일이 생각 났다. 혹시 전망대를 없애려는 걸까?

우회로 암반에 서있던 멋진 소나무 한 그루는 세월을 못이겼음일까 처참히 쓰러져 생을 마감 하려는 듯 고통스러워 보인다. 그동안 암반 위에 존재하고 있던 것만으로 신기할 정도로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했던 것이다.

정상 꽂밭에 물주기용 고무통 안의 두꺼운 얼음도 봄을 느꼈음인지 여러 조각으로 깨어져 녹고 있다.  

정상에서 잠시 숨 고르고 하산 시작, 높은 소나무 위에 얹혀있던 마지막 눈덩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숲 속의 적막을 깬다. 눈내린 다른 지역에 비해 적설량이 그다지 많아 보이진 않는데 군데군데 굵은 소나무 가지가 꺾어져 있어 눈에 띈다. 나 모르는 사이에 내린 습기를 머금은 습설 무게가 엄청 무거웠었나?

눈 님이 또 오시려는지 나설 때 상큼하던 햇살은 흔적도 없어 사라지고 두터운 구름층이 내려 앉고 있다. 오늘이 정월 대보름인데 둥그런 보름달 보고 소원 빌기는 이미 틀린 것 같다.
오후 서너 시간의 힐링이 오늘도 즐거움과 행복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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