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 출발. 08:00. 충주 휴게소에 도착하여 준비해 준 뜨거운 미역국에 밥 한술 말아 아침을 먹는다.
내륙지방이라 그런가 안개가 많아 휴게소 주변의 단풍들이 한결 분위기 좋게 보인다.
08:55. 지난번에 하산하여 걸어 내려왔던 고사리 주차장 도착. 포장된 도로를 따라 오르니 휴양림에도 단풍이 제법 예쁘다.
어느새 산 아래까지 모두 아름답게 물들어 있다. 앞의 몇 명은 3관문으로 가고 나머지는 3관문을 거의 다 올라가
좌측 소로로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니 어느새 낙엽이 쌓여 길이 희미하다.
09:30. 바위가 쌓인 성터 앞에서 조령관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고, 가파른 바윗길을 로프에 매달려 올라서서 뒤돌아보니
뿌연 안개 속으로 지난번에 올랐던 조령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날씨에 따라 풍광이 달리 보이니 아쉽다.
10:00. 마역봉(일명 마패봉. 927m )정상. 새로 만든 듯한 네모난 까만 돌의 표지석이 나지막하게 서있고 나무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몇 발작 앞으로 가면 돌무더기가 쌓여 있어 쉬기에 알맞고, 조금 더 앞에 작은 입석과 돌들이 쌓여있는데 전망대 같으나
안개로 아무 곳도 안 보인다. 암행어사 박문수님은 어디서 어느 자리에서 쉬었기에 마패봉이란 이름이
붙었을까? 그 옛날에 새들도 쉬어간다는 조령(650m) 고개를 놔두고 여기까지 올라 왔을까?
10:15. 갈참나무의 낙엽을 밟으며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서고 다시 성벽을 밟고 내려가니 해발 714m의 북 암문.
직진을 하면 부봉을 가는 대간길이고, 우측으로 가면 동화원, 좌측으로 가면 지릅재로 갈 수 있는 사거리다.
성벽 따라 가파르게 올랐다 내려서고, 작은 봉우리 하나를 또 내려선다. 새로 떨어진 낙엽이라 밟을 때 나는
바스락 소리가 더 요란하다. 국립공원이란 작은 표지석이 곳곳에 서 있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간간히 섞인 갈참나무 숲이 완전히 갈색이다. 햇살이 들어오면 한층 멋지겠다.
10:50. 낙엽을 밟으며 한창 걷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단풍산행 하자고... 지금 산행 중인데...
우측의 나뭇가지 사이로 멋진 부봉이 안개를 헤치며 살며시 얼굴을 내민다. 올라 서보고 싶은 마음에 속도를 낸다.
11:05. 동 암문 터 도착. 동화원과 평천재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 있다. 다시 잡목 숲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11:20. 대간길에서 약간 비켜서 있는 부봉으로 가는 갈림길. 잠깐 부봉의 맛을 보고자 오르려니 먼저 올랐던 두 사람이
손사래를 치며 안개로 아무것도 안 보인다며 말린다. 그래도 내 눈으로 봐야 시원하지...
가파르게 올라 두세 번 로프를 잡고 커다란 바위를 오르니 전망이 좋다. 뽀얀 안개 속으로 신선봉인 듯한 봉우리와
마역봉이 흐릿하게 보인다. 삼각대도 없고, 산을 배경으로 혼자 찍어본다. 휴대폰으로 찍듯이.
다음 봉우리 2봉은 갈 수 없고 제1봉(916m)만 살짝 맛보고 내려딛는다.
11:40. 다시 대간 길로 들어서서 커다란 바위 둘레에 매어놓은 흰 로프를 잡고 건너뛰고, 오르고, 둘레를 돈다.
돌아서서 올라갔던 부봉을 바라보고, 단풍으로 물든 산들을 구경하느라 눈이 바쁘다. 조망이 좋다.
12:10. 959m봉. 능선을 계속 따라가다 보면 주흘산으로 가게 생겼다. 부봉에서 부터 혼자 와 잠깐 쉬고
일행과 함께 과일과 물로 목축이고, 능선 길과 헤어져 좌측으로 낭떠러지 같은 내리막을 로프를 잡고 내려선다.
대간 길이면 능선으로 가야 하는데 마치 골짜기로 들어서는 것 같다. 좌측 나뭇가지에 수없이 많은 리본들이 매달려
나풀대는 이유를 알겠다. 어느새 발이 낙엽 속으로 묻히며 미끄러지듯 내려선다.
12:40. 평천재(755m). 어느 산악회에서 표시 지를 나무에 달아 놓았다. 부봉과 탄항산의 중간 쯤 같은데 자세히는 모르겠다.
시간이 똑같이 걸린다고 적혀 있고, 동 암문 터에서 이곳으로 바로 오는 지름길이 있다.
12:50. 온통 갈색으로 변하여 빽빽하게 들어선 갈참나무 숲을 지나 삼거리 봉에 올라 우측 길로 들어서니 안개 속이나마
주흘산의 뾰족한 봉우리가 나무들 사이로 높다랗게 올려다 보인다. 햇살이 비쳐주면 얼마나 멋질까?
13:10. 탄황산(856.7m, 일명 월항삼봉) 도착. 그러고 보니 오늘 오른 산들은 모두 이름을 몇 개씩 가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나보다. 먼저 온 분들을 보내고 그 자리에 앉아 점심 식사.
오늘은 별로 시장기를 느끼지 않아 조금 갖고 온 밥을 또 남긴다.
14:00. 하산 길에 옆으로 보이는 검푸른 색의 주흘산과, 앞의 멋진 바위 봉우리 뒤로 희게 보이는 포암산의 모습을 담느라
속도를 못 낸다. 삼각점이 두 개씩이나 박혀있는 곳을 지나니 풀 한포기 없는 곳도 나타난다.
14:30. 발 아래로 마을이 보이는가 싶더니 사유지인지 철망으로 둘러쳐진 밤나무가 식재된 곳을 지나고
낙엽송 우거진 숲을 지나 내려서니 525m의 하늘재(구 계립령). 경북과 충북의 경계인 이 곳은 남쪽으로는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있고 북의 충북 쪽으론 차 한 대 지나갈 정도의 비포장 흙길 이다.(일부러 포장을 안한다는 말이 있다.)
조선의 선비들이 청운의 꿈을 안고 과거보러 넘나들던 문경새재에서 시작한 오늘의 대간 종주는 신라의 북진정책에 의해
처음으로 뚫렸다는 하늘재에서 끝을 내고 미륵사 터를 향해 내려선다. 천년의 애환이 서려있는 길이라 그런지
고즈넉한 길 가에 많은 역사 안내판이 서 있다.
15:00. ‘오랜 역사와 숨결을 간직한 하늘재’라는 글이 새겨진 돌이 길옆에 서 있고 넓은 미륵 대원터의 빈 터가 자리하고 있다.
20여 년 전 처음 왔을 때의 모습 그대로 북쪽을 향한 미륵불을 보며 비운의 마의 태자와, 덕주사를 지어
남향의 바위에 마애불을 세운 덕주 공주를 생각하며 주차장으로 향한다. 오늘의 산행 소요시간 6시간.
15:30. 주차장. 후미 대장과 늦게 도착하니 마치 잔치 집 마당 분위기다. 술과 안주, 밥과 라면, 심지어 삶은 밤까지.
삼삼오오 모여앉아 갖가지 메뉴 들을 펼쳐놓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떠들썩한 그 속에 함께 자리한다.
2005. 10. 18.(火). 백두대간 23-2 구간을 종주하다.
(조령관~ 마역봉~ 부봉~959봉~평천재~탄항산~하늘재-미륵사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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