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구간으로 나누어 5회 동안 걷는 지리산 종주, 성삼재에서 만복대, 정령치를 향해 걸으며 오늘로 지리산과 안녕을 하게 된다.
05:30. 출발. 08:20. 인삼 랜드 휴게소에서 아침 식사, 어제 비가 내려 기온은 조금 쌀쌀 하지만 날씨가 무척 좋다.
지리산이 가까워질수록 낮은 산 위의 구름은 흘러가는데 높은 봉우리의 구름은 시커멓게 머물러있다.
오랜만에 천왕봉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며 다가가는데 덤벼보라고 벼르고 있는 듯하다.
10:15. 지리산 매표소 도착. 아래까지 내려온 뱀사골 계곡의 단풍이 아침 햇살에 물과 어우러져 한창 예쁘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노고단엔 서리가 내렸는지 정상 부분이 하얗게 보인다.
10:45. 성삼재로 오르는 차선 하나가 거의 주차장으로 변해 교차하기 힘든 걸 보면 단풍 관광객이 많이 왔나보다.
10:55. 성삼재(1090m) 도착. 주차장에 차를 세울 곳이 없어 길에서 얼른 내려 북쪽으로 향하는 들머리를 찾아 오른다.
5분쯤 오르니 헬기장. 잡목 숲의 좁은 능선 길엔 이미 젖은 낙엽이 쌓여있고 점점 가파르다.
11:10. 전망 좋은 봉우리에 올라 뒤돌아 보니 노고단이 바로 눈앞에 한 뼘 쯤 되어 보이고 성삼재는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11:25. 두 번째의 헬기장. 민둥산 같은 만복대가 멀면서도 가까이 보인다. bus 몇 대에 단체로 왔다는 사람들이
반대편에서 줄지어 오는데 비켜서기도 힘들 정도의 좁은 길을 오르고 내리며 전진한다.
2km 지점을 지나 앞에 가는 몇 사람들을 추월하여 앞에서 걸으니 편하고 고도가 높아질수록 조망이 좋아 걷기에 즐겁다.
11:45. 만복대와 성삼재가 똑같이 3.0km인 지점. 5분 뒤에 또 헬기장. 누군가 묘봉치(1108m)라 한다.
5분정도 더 올라 뒤돌아 보니 작은 고리봉 (1248m)이 삼형제처럼 서있다.
12:00. 헬기장. 한참 전부터 만복대를 바라보며 오르는데 빤히 보이면서도 멀다. 점점 높은 곳으로 오르니
반야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며칠 전에 오른 것 같은데 벌써 한 달이 지났다.
12:30. 만복대 1km 남겨둔 오르막, 큰 나무는 없고 키 작은 나무만 듬성 듬성, 수풀이 우거지고 등산로 양 옆엔 밧줄을 매어 놓았다.
12:40. 만복대 (1433.4m)도착. 작은 돌탑이 서있고 사방으로 안 보이는 곳이 없다. 산줄기 몇 겹 뒤로 천왕봉이 보이는데
왜 이리 반가운걸까? 지리산 천왕봉에 처음으로 오른 것이 4개월 전. 대간 길의 봉우리 봉우리를 거쳐 오늘로써
지리산의 종주를 끝맺을 생각을 하니 감회가 새로워 그럴까? 아님 이토록 커다란 지리산의 구석구석을
언제 또 섭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일까? 대간 길 종주 중 이건만 왜 이산에 미련이 남는 걸까?
서리가 내린다는 霜降은 내일인데 전라남도와 북도의 경계를 이루는 산줄기 능선에 어느새 상고대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천왕봉 꼭대기도 하얗다. 앞으로 갈 생각은 않고 하얗게 얼어붙은 나무 가지에 관심이 더 많아 얼른 뛰어내려가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덤으로 보는 이 아름다운 모습에 자연의 고마움이 새삼스럽다.
13:05. 정령치를 향해 다시 출발.
13:30. 만복대에서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는 오르막. 바람을 막아줘 아늑한 곳에 자리 잡고 앉아 성찬의 시간을 갖는다.
경치를 내 집 마당으로 끌어들여 차경하는 우리나라의 자연 풍경식인 정원 양식의 특징이 여기에 있다.
비탈길에 앉으니 만복대의 상고대며, 시퍼런 골짜기가 그대로 드러나는 반야봉과, 저 멀리의 천왕봉이 한 눈에 다 보이니
이 얼마나 명당자리 인가? 밥 한 수저 떠 넣을 때마다 사진 한 장씩 찍고... 억새가 역광으로 멋지다.
13:55. 성찬을 끝내고 능선 따라 부지런히 젖은 낙엽을 밟으며 내려선다. 먼 곳까지 잘 보이는 날씨가 아까워
정령치를 내려서기 전의 초소 앞에서 다시 한 번 천왕봉의 모습을 담는다.
14:20. 정령치(1172m) 휴게소 도착. 이곳도 차를 세울 곳이 없을 정도다. 이곳에서도 천왕봉이 잘 보인다.
오늘 왜 이리 천왕봉에서 눈을 못 뗄까?
14:35. 잠깐 쉬고 고리봉을 향해 오르막을 오르니 바람에 날아갈 듯 차다. 한참을 걷다 보니 손이 허전... 정령치에 스틱을 두고 왔다.
다시 다녀오기엔 역부족. 포기와 체념으로 돌리고 진행하는데 일행 한 분이 후미 대장님께 알아보라 한다.
바위에서 미끄러진 다른 팀의 사람에게 물을 주더니 그 고운 맘씨를 다시 한 번 보여준다.
비싼돈 주고 새로 구입하여 딱 한 번 사용한 스틱인데 이미 남의 손으로 넘어갔다는 후미대장의 회신이 들린다.
15:10. 고리봉(1305m) 도착. 바래봉이 앞에 바라다 보이니 5월 철쭉 산행의 기억이 떠올라 한참을 서서 바라본다.
능선을 따라 그냥 가보고 싶다. 모양새로 봐서는 세걸산 쪽으로 가야 대간길이 맞을 것 같은데 좌측으로 내려가야 한다.
15:30. 맘씨 고운 일행이 삼장법사의 지팡이 같은 굵고 긴 막대를 만들어줘 짚고 내려딛는데 뒤에 오시던 L 여사님은
엉덩방아를 찧으시고, 앞에 가는 대장님은 균형을 못 잡고 미끄러질 뻔하며 휘청 거린다. 가파르고 좁은 길에 젖은 낙엽과
나무뿌리, 돌멩이들... 고리봉에서의 하산 길은 잡목 숲의 가파른 내리막으로 여러 가지 위험요소를 다 갖추고 있다.
15:45. 고리봉과 고기 삼거리가 각각 1.5km 지점.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에 노란 단풍이 역광으로 예쁘다.
16:10. 밀림 같은 소나무 숲에서 심호흡을 하며 내려 딛는다. 16:30. 고기 삼거리 도착. 오늘의 산행 소요시간 5시간 30분.
2005.10.22.(火). 백두대간 3구간을 종주하다.
(성삼재~묘봉치~만복대~정령치~고리봉~주촌리.)
'백두대간 종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두대간 24회(25구간. 대미산~새목재~차갓재~황장산~감투봉~폐맥이재~벌재 (0) | 2005.11.15 |
---|---|
백두대간 23회(24구간. 하늘재~포암산~꼭두바위봉~부리기재~대미산) (0) | 2005.11.01 |
백두대간 21회(23-2구간,조령관~ 마역봉~ 부봉~평천재~탄항산~하늘재) (0) | 2005.10.18 |
백두대간 20회(23-1구간.이화령~조령산~937봉~제 3관문 조령관) (0) | 2005.10.04 |
백두대간 19회(2구간, 성삼재~노고단~돼지령~임걸령~노루목~삼도봉~화개재) (0) | 2005.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