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 23회(24구간. 하늘재~포암산~꼭두바위봉~부리기재~대미산)

opal* 2005. 11. 1. 19:22

 

11월의 첫날. 집을 나서는데 마로니에 잎이 가로등 불빛 아래 아름답다

 05:30. 출발하여 07:50. 충주 휴게소.  길가 과수원 나무에 달린 과일들이 모두 제 색깔 대로 잘 익어 아름답다.

    

 09:15. 하늘재(525m)도착. 차에서 내려 우측으로 10분 쯤 치고 오르니 하늘샘이 있다.

10분 쯤 더 오르니 더욱 경사가 급해져 발을 떼면 후진이 되어 바위를 잡고 네 발로 기어 오른다.

      10:00. 나무에 매어놓은 밧줄을 잡고 바위 길을 오른다. 찬바람이 세게 불어오나 와 닿은 느낌은 시원하다.

얇은 티셔츠가 젖기도 전에 땀이 마른다.

     

10:10. 포암산 (961,7m) 정상 도착. 충주시의 상모면과 문경시의 경계를 이루며, 월악산 국립공원의 산 중에서

유일하게 백두대간에 속해있다. 가파른 내리막은 바위 위에 낙엽이 쌓여 위험하다.

     10:30. 관음재 도착. 표시물은 없고 119구조 13-05번의 표지목만 서 있다.

 발에 밟히는 갈참나무 잎의 바스락 소리가 심한걸 보니 산불조심 기간으로 입산 금지 시기는 아닌지?

돌아서서 포암산을 바라보니 두 개인데 뒤의 봉우리가 조금 더 높다.

    

10:55. 특이한 이정표. 충복 제천에서 세운 것으로 포암산(2.2km) 방향으로는 지리산이 표시되어 있고,

대미산(8.7km)방향으로는 백두산이라 쓰여 있는데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11:05. 포암산과 억수리, 대미산과 만수봉 으로 갈라지는 해발 880m의 사거리. 월악산의 영봉을 바라본 후

길동무님의 후일담을 들으며 923봉을 오른다. 삼각대가 쓰러져 렌즈 경통이 고장났던 일이 나와 똑같다. 

    

11:25. 삼각점이 있는 939봉. 전망이 아주 좋다. 주흘산이 가까이 보이고, 몇 겹의 산줄기 뒤 멀리 조령산에서부터

탄황산, 포암산... 그동안 몇 번에 나누어 걸어온 산들이 한 눈에 다 보인다 화사한 꽃 못지않게 빨갛게 물든 잎을 자랑하며 

키가 진달래 나무가 푸른 하늘 배경으로 날카로운 능선을 바위와 더불어 독차지 차지하고 있다. 

      

11:55. 800m가 넘는 봉우리를 오르내리는데 이름들이 없으니 구별하기 힘들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능선에 나뭇잎이 떨어지며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지만 센치해 질 겨를도 없이 갈 길만 바쁘다.

     12:40. 아름다운 절경 찍느라 물 마시는 것도 잊고, 내려서야할  바위는 절벽 낭떠러지밧줄을 잡고

수평으로 옆으로 몇 m 이동을 한 후에 내려서게 되어 있다. 

       12:55. 꼭두바위봉 인가?  앞에 보이는 높은 봉우리에서 먹겠다는 옆사람을 졸라 고상함과 우아함은 포장하여 다른 곳에 두고,

마른 낙엽을 테이불 삼아 성찬을 펼친다.

    

13:30. 낮은 봉우리를 올랐다 내려선다. 빽빽하게 들어선 굴참나무들이 나목으로 변신을 하니 밟고 다니기엔 편하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13:40. 높은 봉우리의 오르막. 윤기가 흐르는 진 초록색의 비자나무가 온통 갈색뿐인 나목들 속에 돋보인다.

다 올랐나 싶으면 앞에 봉우리가 다시 보인다. 비탈면에 커다란 너덜지대. 나무가 없어 월악산의 멋진 모습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13:55. 1,032m의 봉우리. 또 하나를 넘어 능선을 지나고 다시 올라선 능선. 을씨년스럽게 서있는 굴참나무 군락지. 

심호흡으로 온 몸 구석구석 산소를 보낸다.  

     14:20. 1062m의 봉우리.  14:45. 부리기재(900m).

  

15:00. 봉우리 라기엔 좀 그렇고 올랐다 내려서기를 두 번. 다시 오른다. 패잔병의 발걸음 같은...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이젠 아니 올씨다. 콧노래라도 부르고 싶던 새벽과는 사뭇 다른 고행의 길을 간다.

다 왔나 싶어 올라서면 뒤로 물러나고 다시 오르면 또 뒤에 숨어있고... 경사가 급해 뒤의 봉우리가 안 보이니

자꾸 속을 수밖에 없다. 날씨에 관계없이 땀은 뻘뻘 흐른다.

    

 5:30. 크고 아름다운 大美山(1,115m) 정상. 사방으로 수 없이 겹쳐지는 산줄기들의 파노라마가 있고, 파란 하늘의

흰 조각 구름과 키 큰 억새가 바람의 리듬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다. 낙엽으로 미끄럽다는 소리에

신발 끈을 다시 조여 매고 여우목 쪽으로 내려딛는다.

    16:00. 돼지등 이정표(950m). 대미산 정상에서 이곳까진 완만한 능선. 여우목으로 내려서는 내리막엔

나무의 밀도가 좁아 낙엽이 많다. 급경사 길과 마사토 위의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엔 대책이 없다.

갈지자로 내려서지만 제동이 안 걸리고 저절로 미끄러지는 내리막이다. 다음 구간 때 올라설 일이 꿈이기를...

    

뒤에 오시던 길동무님의 엉덩방아가 끝나기 무섭게 앞의 체리님도 똑같이. 아플 걱정은 나중이고 먼저 웃음이 나온다.

아래로 내려오니 온갖 나무들이 여러 가지 색으로 채색되어 아름답다. 이 가을 단풍구경 하나는 싫컷 한다.

      

16:40. 집 몇 채 있는 마을을 지나 아스팔트길로 내려서니 앞산에 걸친 짦아진 해가 길을 재촉 한다.

 17:00. 차가 기다려주는 여우목엔 성지를 알리는 키 큰 표지석이 있다. 

오늘의 산행 소요시간 7시간 30분.

 

2005. 11. 1.(火).  백두대간 24구간을 종주하다.

(하늘재~포암산~관음재~꼭두바위봉~1062봉~부리기재~대미산-여우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