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구간은 암릉 구간이 많아 위험한 산이라고 들은 얘기가 있어 조금은 긴장되고 흥분된다.
오늘은 어떤 묘미를 느낄지? 기대되는 아침이다.
05:30. 출발. 07:20-40. 여주휴게소 마당에서 따뜻한 국에 밥 한술을 말아 뚝딱 해치운다.
08:10-40. 고속도로, 앞에서 달리던 작은 짐차에서 적재물이 떨어져 큰일 날 뻔 했다.
뒤에 따라 오던 승용차에 더 많이 부딪혀 잠시 시간이 지체된다.
09:00. 연풍IC를 나와 09:10. 이화령 도착. 휴게소에서 잠시 옛길을 내려다보니 감회가 새롭다.
이화령 터널이 없던 시절 승용차로 넘어 다니던 생각이 난다. 경상북도의 관문을 알리는 커다란 입석 표지석이 서 있다.
지난번 구간 때와 반대 방향인 북쪽으로 들머리를 잡아, 완만한 산허리를 따라 잡목 숲 너덜 지대를 오르는 길옆엔
자주색 야생화가 잔뜩 깔렸고, 가을의 대표적인 노란 소국도 피기 시작하고 있다.
커다란 나무에선 많은 빨간 열매들이 터져 씨가 매달려 있어 안개 속에 꽃이 핀 듯 아름답다.
09:45. 쑥부쟁이와 억새가 어우러진 헬기장. 구름이 볼을 보듬어 주고 지나간다.
119 구조 1지점을 지나 계속 오르막을 오르니 바람이 시원하다 못해 차다.
10:05. 조령 샘. 뜨거운 여름 같으면 무척 반가웠을 텐데 모두들 시큰둥하는 눈치다.
날씨가 흐리고 바람은 시원하니 땀이 나오는 대로 말라 버린다. 물 한 모금을 마시고 깔닥이를 치고 오른다.
10:20. 이정표가 서있는 능선을 지나 헬기장(1000m) 도착. 조망이 좋다. 흐린 가을 하늘빛을 닮은 시퍼런 산줄기,
봉우리들 사이사이의 골짜기 마다 불을 때는 듯, 흰 연기가 올라오듯 구름이 피어오른다.
10:30. 조령산(1025m) 도착. 정상엔 커다란 나무들로 둘러져 있고 우리가 가야할 방향으로만
겹겹이 서있는 바위산들이 멋져 보여 와~ 입이 절로 벌어진다. 누군가 맨 뒤의 제일 높게 보이는 곳이 월악산이란다.
11:00. 119구조 10지점. 위험한 구간이 많으니 주의를 요한다는 팻말이 있다. 조령산 정상을 지나서 부터는
암릉 구간이라 밧줄을 잡고 낭떠러지를 내려간다. 다시 오르고 내리고... 우측 멀리 아래로 2관문, 촬영 셋트장 등
문경까지의 길이 모두 조망, 아래로 펼쳐진 절경도 좋거니와 점점 앞으로 다가서는 바위산들이 멋져 사진사들 모두 바쁘다.
11:30. 커다란 바위를 밧줄 잡고 올라 돌아서서 조령산을 찍는다. 높은 산들이 푸른 옷들을 벗어 던지고
어느새 색동 옷으로 치장 중이다. 립스틱까지 곱게 바르고 하얀 손님을 가다릴 것이다.
적당히 흐린 날씨 와 날아갈 듯한 시원한 바람에 바위산들로 이어진 암릉에선 탄성들이 절로 나온다.
11:45. 937m의 신선암 봉에서 내려딛는 길은 말 그대로 엉망진창. 춘삼월에 얼었던 땅이 녹아 질 듯
위험한 낭떠러지 길을 밧줄과 나무를 잡으며 저절로 미끄러지듯 내려선다.
다 내려와 서 있는 이정표엔 거리표시는 없고 시간만 표시되어 있는데 3관 문까지 120분이라고 표시된 숫자는
누구의 걸음을 기준으로 잰 걸까? 이 험한 암릉길에...
12:00. 내려서는가 싶으면 다시 오르고... 바지 가랑이에 흙칠을 하고 절벽 난코스를 밧줄잡고 오르고 내린다.
앞에 보이는 바위산들을 차례 대로 하나씩 섭렵하며 오르내린다. 일행 중 한분에게
'위험할수록 재미를 느낀다' 했더니 단단히 중독 되었다고 하시며 “예전엔 밧줄조차 없어 혼났다” 하신다.
기회가 오면 내 이 바위 길을 다시 와 보리라.... 혼자서는 힘 들텐데 어쩌지?
12:35. 923봉에 올라, 먼저 온 사람들 보내고 꿀맛 같은 점심시간. 어느새 날씨가 추워져 따뜻한 물이 좋다.
조령 샘에서 마시고 이제 마신다. 날씨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우리 몸이 신비롭다.
13:30. 오후가 되니 밧줄 잡은 절벽 낭떠러지에서 다리가 후들 거린다. 아래에 보이는 바위와 멋진 나무들이 걱정말라며 위로 해준다.
14:00. 조령산 봉우리에서부터 보이던 주흘산 앞의 삼형제 바위봉우리는 우리를 계속 쫓아다니듯 우측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푸른 하늘과 시퍼렇게 높고 멋진 산을 배경으로, 나무와 바위틈에서 이 가을을 수놓았던 흰 구절초와
흐린 보라색 쑥부쟁이도 현란했던 몸짓을 접는걸 보니 가는 세월이 아쉬운가 보다.
14:15. 삼각점이 있는 812m봉 봉우리. 오를 땐 몰랐는데 점심 먹던 923봉우리가 삼형제처럼 나란히 올려다 보인다.
저 많은 봉우리를 반대로 올려다보며 걸으려면 더 힘들 것 같다. 그 뒤로 신선암 봉도 또 그 뒤로 조령산 봉우리도...
아~, 저 먼 길을 걸어 왔다니.. 아침에 나서며 기대했던 마음이 모두 충족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조금 내려서니 깃대봉 입구 갈림길. 이곳부터는 하산 길로만 이어진다. 바위가 쌓인 성터를 지나 조금 더 내려서니 큰 길이 보인다.
14:40. 삼신각과 약수가 있는 제3관문 조령관, 조선시대 영남지역 선비님들 한양으로 과거보러 다니던 길인 것은 모두들 아시리라...
대간 길은 여기서 접고 2관문 조곡과 1관문 주흘관의 반대인 북쪽 조령산 휴양림 쪽으로 내려딛는다. 1년이면 봄 가을 두 번씩
올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한 번도 오지않은 고사리의 이대 수련관 앞을 지나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후 세시 반.
오늘의 산행 소요시간 6시간 20분.
물오징어를 얼큰하고 따끈하게 볶아 비빔밥을 해놓고 기다려 주시는 총무님께 감사드리며 맛있는 식사 후 귀가 행.
2005.10.4.(火). 백두대간 23-1구간을 종주하다.
(이화령~조령산~937봉~923봉~제3관문 조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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