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 18회(22-2구간, 사다리재~평전치~백화산~조봉~이화령)

opal* 2005. 9. 20. 17:48
 

05:30. 출발할 시간인데 차가 안 온다. 차도 추석 연휴에 이어 쉬고 싶나 보다. 한 군데의 집결지를 정하여 다들 모인 후,

다른 차가 와 40분 늦게 출발 한다.

08:00. 충주휴게소에서 아침식사. 떡이나 김밥대신 미역국과 밥을 주니 모두들 좋아하는 눈치. 준비하시는 분 힘들까봐 계속 달라는 말을 못한다.

09:00. 이화령 도착. 지난번에 하산했던 분지리 안말로 가서 사다리재로 올라 이화령으로 와야 하는데

출발시간이 늦었거니와 대간 능선까지 오르는 시간이 많이 걸려 대간 길인 이화령에서 역 방향으로 출발하기로 한다.


대로변 등산로로 올라서니 '일제 때의 신작로 개설로 대간길이 끊어지고, 1998년  터널공사로, 그리고 중부 내륙고속도로

건설로 수난을 당하고 있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처음부터 워밍업 없이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자니 힘이든다.


09:50. 헬기장을 지나 낙엽송 수림 옆으로, 5분쯤 지나 또 하나의 헬기장에도 봄부터 피는 노란 꽃들과 붉고 흰 가을꽃과 억새풀이 한창 어우러져 있다.

10:00. 임도를 지나 쭉쭉뻗은 낙엽송 숲속을 걸으니 수종이 다른 활엽수의 단근작업을 위한 것인지 나무 둘레를

연못처럼 넓게 파놓아 물이 고여 있다.

맑은 아침 햇살과, 파란 풀들이 부드러운 융단같이 깔려있는 신갈나무 숲 속을 걷자니 기분은 무척 상큼한데 걸려오는

전화로 머릿 속이 복잡하다. 며칠 전 옆차가 갑자기 끼어들어 가벼운 접촉 사고가 있었다. 조금 손해보는 듯 살면 어떠랴 싶어

그냥 있었더니 옆차의 진로 방해로 피해자가 된다며 보험회사 직원이 부추긴다. 아프지도 않은 사람더러 입원을 하란다.

모순된 사회구조의 현실이 슬프다.


10:35. 이름 모르는 봉우리에서 목을 축이고 분지 안말로 내려가는 이정표를 지나 긴 오르막을 오르니 세갈래 길이다.

좌측 길이 912m의 황악산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우측으로 보이는 높은 산을 바라보며 내려서니 키 큰 억새가 얼굴을 간지럽히고

다시 오르는 오르막길에선 덩굴식물이 할퀸다. 다 올라 뒤돌아본 봉우리 한쪽엔 새로 조림을 해놓은 작은 나무가 빽빽하다.


11:00. 헬기장. 우측 멀리 큰 바위덩이인 희양산이 보인다. 15분 정도의 짧은 암릉구간, 우회도로를 오르내리는데 조금씩 지친다.


11:25. 헬기장에서 조금 더 올라서니 1063.5m의 백화산 정상.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는 느낌이 든다.

먼저 온 사람들이 여기에 모여 있다. 거리가 멀어 두 번에 나누어 산행을 하니 시간적 여유가 많아 한참을 쉰다.

전망좋은 바위에서 향기 좋은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자기들의 전성시대라고 한껏 뽐내며 이 가을을 수놓고 있다.


12:35. 여유를 부리며 봉우리 하나를  올랐다 내려선다. 구절초가 멋진 바위를 뒤덮다시피 했는데 한 쪽은 절벽이고

한쪽은 수풀에 뒤덮여 접근을 못하고 그대로 지나친다. 멋진 사진이 나올 법 한데....아쉽다.


12:45. 평전치. 이곳에도 분지 안말(충북 괴산)로 내려가는 이정표가 있다. 영문자 U字의 안쪽에 자리하고 있으니

어디서든 내려갈 수가 있다. 충북과 경북의 도계를 이루는 이 대간 줄기는 글자로 볼땐 U字모양 이지만

지도상의 그림으로 볼 땐 마치 남자 애기들의 생식기처럼 생겼다.


13:20. 여러 명이 둘러앉아 성찬의 식사를 끝내고 나니 빗방울이 후둑후둑 떨어진다. 일어서서 다시 산행 시작하니 비가 

금방 멎는다. 나무에 매달린 빨간 열매가 계절과 어울려 아름답다. 통신 회사의 광고가 리본대신 혼자 달려 대간 길 임을 알려준다.


13:50. 자갈능선을 일행과 떨어져 터덜터덜 아무 생각 없이 느낌없이 걸으며 마지막 봉우리가 아닐까하며 오르니

오전엔 우측멀리 보였었던 희양산이 좌측 나뭇가지 사이로 가까이 보인다. 이화령에서 남동방향으로 와 백화산을 기점으로

완전히 U字로 턴하여 서북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행여나 다칠세라 돌길만 바라보며 걷다보니 방향을 잊고 걷는다.


14:05. 먹이를 찾는 동물들이 나무 아래 여기저기 헤쳐 놓은 것 같은데,  반대쪽에서 혼자 오며 산행하는 사람을 만난다.

혼자 겁도 없이 대간 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


14:15. 얇게 쪼개진 날카로운 바위 조각들을 밟으며 또 하나의 봉우리를 올랐다 내려서니 지난번에 분지리 안말로 하산했던

사다리재가 된다. 한번 지나갔던 원시림 같은 이끼 낀 너덜지대라는 걸 알고 내려딛으니 한결 수월하다.


14:40. 지난번 하산 길에 만났던 묘지1기는 지금 추석 후에 보니 말끔하게 단장되어, 야생화와 수풀로 뒤덮였던 흔적이 없어지고,

한창 예뻤던 물봉선 군락지는 명맥만 유지하느라 조금씩 피어있다. 수량이 많아진 계곡의 물에 손을 담그니 뼈가 시리도록 차다.


15:15. 귀가 행 차가 기다리는 안말 도착. 산행 소요시간 6시간15분.

따끈따끈한 야채전과 포도주 한잔으로 오늘 산행을 마무리하고 차에 오른다.


2005. 9. 20.(火) 백두대간 22-2 구간(백화산)을 종주하다.

(분지 안말-사다리재~평전치~백화산~912봉~조봉~이화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