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 매주 토,일,화요일의 연속되는 산행에 피로한지 대장님이 불참했다. 여주 휴게소에서 아침 식사.
08:30. 문경새재 IC를 나와 09:00. 버리미기재 도착, 하차하여 바로 급경사 오르막길에 금방 땀이 줄줄 흐르는데
막바지 여름 숲은 매미들의 천국인양 온 숲이 떠나가도록 발악을 한다. 무더위 속에 가끔씩 내리는 비와 습기로 갖가지
모양과 색깔 예쁜 버섯들과 야생화들이 고개를 내미니 오늘도 일찍 따라가기는 틀렸구나 생각하며 버섯 앞에 렌즈를 들이댄다.
10:00. 전망 좋은 바위에서 운무 속으로 건너편 봉우리를 바라보나 희뿌연 날씨로 가시거리가 짧다.
10:20. 장성봉(915.3m) 정상, 나무들로 둘러싸여 조망은 별로다. 가파르게 내려섰다 다시 877봉을 올라 부드러운 능선 오솔길.
11:00. 827봉의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다 말고 목을 축인다. 날씨가 흐려 시원하기는 하지만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장쾌한
맛을 못 느끼니 답답하다. 대신 가까이 보이는 아름다운 모습의 소나무들에게서 위안을 받는다. 한 그루는 한 그루 대로,
두 그루는 또 그 나름대로, 제멋대로 휘어지고 구부러진 줄기와 가지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매료시킨다. 갖가지 버섯들과,
예쁜 꽃들과, 멋진 노송, 그리고 고목들, 덤으로 얻어지는 아름다운 모습이 산행의 즐거움을 배가시켜 주니 자연에게 감사한다.
12:00. 7~800m대의 봉우리 몇 개를 오르내리며 걷는다.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딛고. 또 하나의 봉우리를 내려서서
헬기장을 지나 능선이 잠시 펑퍼짐해지니 야산 같은 느낌이 든다. 다시 올라서는 오르막은 가파르지도 않은데
속도가 나질 않는다. 마음 같아선 재빠르게 올라설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숨이차 헉헉대고 다리는 휘청 댄다.
국립공원이란 작고 흰 표지석을 보니 아직도 속리산인 모양. 커다란 바위덩이들이 있는 곳을 올라섰다 내려서니 금방 다시 오르막.
12:45. 선두 몇 사람만 악휘봉에 다녀오고 있고, 일행들이 모두 모여 점심식사. 식사를 끝내고 일어서니 831m봉.
커다란 바위에 올라 악휘봉을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다시 방향을 우측으로 90도 꺾어 구왕봉 쪽으로 향한다.
속리산 국립공원과는 여기서 작별을 한다, 그 동안 제일 힘들었던 구간이 있었고, 멋진 소나무와 바위들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13:30. 나무에 매어놓은 긴 끈을 잡고 낭떠러지를 내려서서 걸으니 그 동안 푹신했던 길은 마사토로 바뀌고 바위산으로 이어진다.
오후부터 햇볕이 뜨겁다.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살았던 나무들이 고목이 되어 외롭게 서 있는 모습에 솔잎 몇 개만 붙이면
추사의 문인화로 변할 것 같다. 유배지에서 그려 제자 이 상적에게 주었던 세한도의 송백 몇 그루처럼...
14:00. 낙엽송이 빽빽하게 들어찬 은치재. 햇빛 조차 들어올 곳이 없다. 앞서서 걸었던 일행이 기다리고 있다.
가야할 곳은 구왕봉까지 가서 희양산 입구인 지름티재에서 내려서는게 오늘의 코스인데 가야할 등산로에는
나무로 울타리를 넓게 만들어 가로막고, 하얀 천에 빨간 글씨로 커다랗게 '등산금지'라고 쓴 현수막을 나무에
높이 걸어 놓았으니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여기부터 막아놓는 것이 납득이 안 간다.
은치재에서 683m봉까지의 오르막 가파르기는 오늘 구간 중 가장 급경사다. 산행시작 5시간이 넘어서는 이때에
다시 오르자니 그 고행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가장 좁은 보폭과 최대한 낮은 폼과 최대한의 늦은 속도로 오른다.
14:25. 683봉에 올라서 포도 몇 알과 얼음물로 목을 축이고 10분 쯤 내려서니 호리골재. 봉우리 하나를 더 넘고
다시 올라가야 구왕봉인데 경사가 가파르니 앞의 봉우리만 보일뿐, 구왕봉보다 더 뒤에 있는 바위로 된 희양산이 먼저 보인다.
그 흔한 리본들도 여기서는 보이질 않는다. 사찰측에서 없앴나? 길이 불 분명하니 봉우리에서 기다려 몇 명이 함께 행동한다.
맨 뒤에 따라오던 후미대장도 뒷사람들 따라 은티재에서 내려갔는지 오지를 않는다.
어짜피 대간 길은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다니게 될 것이니 지저분한 리본대신 확실한 이정표를 세워 놓는것이 어떨까?
15:50. 구왕봉 (877m)에 도착하니, 임시 선두대장이 혼자남아 기다려주니 반갑다. 건너편으로 바라보이는 희양산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며 낭떠러지 바위를 밧줄을 잡고 내려서니 가파른 급경사 내리막, 바위 틈을 비집고 내려선다.
16:30. 지름티재에 도착하니 이곳에도 여전히 울타리를 만들어 등산로를 막아 놓고 '등산 금지'현수막도 걸어놓았다.
하나의 사찰 때문에 어려 산들의 그 많은 등산인구를 제재 시킨다니 여전히 이해가 안 간다. 관광다니며 떠드는 것도 아닌데.
17:00. 졸졸졸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시원한 산죽나무 사잇 길을 내려서서 숲속을 빠져나오니
넘어가는 햇볕이 몇 배로 뜨겁게 느껴진다. 고추밭을 지나고, 먹음직스런 사과 과수원, 참깨 밭, 수수밭도 지나
집 몇 채가 있는 은티마을에 도착하니 보호수로 지정된 멋진 아름드리 노송들이 눈길을 끈다.
17:20. 주차장에 꼴찌로 도착하여 하산주 제쳐놓고 개울가로 달려가니 이게 웬일? 눈이 휘둥그레 진다.
조선시대 신윤복의 춘화를 보는 듯하다기엔 뭔가 좀 빠진듯하고, 단원의 그림을 보고 있는 듯하다고나 할까?
기울어가는 햇살과 멋진 노송과, 그 옆으로 콸콸 흐르는 계곡 물 속 바닥은 암반으로 되어있다
울퉁불퉁한 바위에 걸터앉은 아낙네들이 풍만하고 뽀오얀 젖가슴을 그대로 들어낸 채 웃고 있는 모습이라니...
한 눈에 반한 노송도 아름답거니와, 낯선 여인들 틈에 끼어 함께 웃어댔으니 은티 마을의 정겨운 모습은 오래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조선시대 완당의 문인화와 단원의 그림을 보며 다녀그런가? 긴 시간에 비해 다른 날 보다 덜 힘들었다.
오늘의 산행 소요시간 8시간 20분.
2005. 8. 16.(火). 백두대간 21구간을 종주하다.
(버리미기재~ 장성봉~827봉~은치재~주치봉~구왕봉~지름티재 _-은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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