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 16회 무박산행(1-3구간, 세석 대피소~영신봉~덕평~토끼봉~화개재)

opal* 2005. 8. 27. 14:32

 

무박산행을 한다기에 비행기 이용하여 혼자 오전에 먼저 출발. 김포공항에서 탑승하여 사천 공항에 내려 그대로 진주로 향했다.

사천까지 온 김에 통영을 들려보고 싶지만 진주와 거림을 오가는 시외버스는 하루에 4회만 운행되어 지체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틈새시간을 이용해 촉석루의 넓은 마루에 앉아 논개와 왜장이 떨어졌다는 남강을 바라본 후 중산리를 거쳐 거림에 도착하니

오후로 기우는 햇살이 뜨겁다. 계곡 옆의 민박집은 밤새 물소리가 시끄러울 같아 이른 새벽에 도착하는 일행

빨리 만날 수 있는 깨끗한 집을 선택해 여장을 풀었다. 

      

02:00. 모닝콜 소리에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 준비하니 30분 후에 도착할 것 같다는 문자가 온다.

02:45. 일행을 태운 버스 도착. 얼른 나가 마중하며 일행과 함께 뜨거운 죽 한 그릇을 비운다.

     

 03:30. 아침 도시락을 받아 챙겨 넣고, 헤드랜턴을 처음 착용하고 캄캄한 밤길을 따라 나선다. 우렁찬 계곡물 소리만이

정적을 깨트릴 뿐 사방이 어둡고 조용하다. 일렬로 늘어서서 오르는, 꼬리에 불을 밝히는 반딧불이 같은 모습들이 재미있다.

       04:50.차가운 새벽 기온계곡 옆인데도 반팔 옷이 덥다. 물 한 모금.

      

 05:35. 먼 산 뒤의 동쪽 하늘가 구름이 떠오르는 햇빛에 반사되어 불타는 모습이다. 랜턴 벗고 잠깐 동안 아름다운 모습을 담는다.

      06:00. 지리산의 음양수라는 대피소 아래 음수대 도착. 밤길이라 그런가 시간이 많이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올라섰다.

빈병에 물을 채우고 세석 대피소(1600m)로 오른다.

     

 06:30. 지금까지의 세 시간은 워밍업. 이제부터 백두대간 화개재까지의 대간 길 도보행진시작된다. 맑은 햇살과 높고 푸른

가을하늘 아래 함초롬히 이슬을 맺고 피어있는 흰 구절초와 진분홍 산오이풀 꽃이 많다. 15분 뒤 영신봉(1651m) 표지목 도착.

       07:15. 칠선봉(1558m) 도착. 멀리 퍼지는 상큼한 아침햇살에 컨디션은 매우 좋으나 숲 속을 드나들며 자갈돌만 밟고

오르내리려니 몸의 균형이 잘 안 잡히고, 오르막에선 배가 고파 그런가? 힘이 없다.

      

08:00. 화이팅을 외치고 먹는 아침은 꿀맛. 어제 저녁 숙소 주인한테 얻은 반찬을 담아오니 인기가 좋다. 그래도 밥은 잘 안 먹힌다.

        08:30. 덕평봉(1522m)아래 선비샘 도착. 파이프를 통해 쏟아지는 물 한 컵 마시니 포만감이 느껴진다. 물이 흔해 좋은 지리산!

       09:00. 햇빛이 잘 드는 고개 마루엔 먼 산 배경으로 흰당귀, 분홍 이질풀, 주황색 동자꽃, 산뜻하게 하얀 참취, 노란 미역취,

진보라의 투구꽃...여러 가야생화들이 이슬에 젖은 채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하얀 하현 달이 아직도 중천에 걸려 있다

      

 09:25. 벽소령 대피소 도착.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나는 사람들과 인사하기도 바쁘다..

좋은 말들은 다 골라 인사하고, 좁은 길에선 서로 양보한다. 산 아래에서도 이렇게만 서로 배려한다면 싸울 일이 없겠다.

       10:00. 전망 좋은 바위에 올라 뒤돌아 지나온 봉우리들을 바라본다. 6시간 반구비구비 많이도 걸었건만

 아침 시간이라 그런지 아직 힘든 줄 모르겠다.

       10:20. 형제봉(1452m). 한참 뒤처진 후미일행이 있다는 생각에 이 봉우저 봉우리 모두 쳐다보며 여유있는 발걸음 이다. 

       10:50. 삼각고지 쯤인가? 과일을 먹으며 잠시 휴식. 배터리가 부족해 사진 찍는 일은 얼른 체념하고 부지런히 걷는다.

      

11:25. 연두색 울타리가 처진 주목 군락지를 지나 연하천 산장 도착. 장터목, 세석, 벽령 대피소는 서구식 스타일로 산뜻한데

이곳 건물은 허름하다. 20분간 휴식하고 다시 오르니 다리가 무겁다. 오늘 처음으로 오르는 나무계단은 걷기에 훨씬 편하다.

       12:00. 눈에 보이는 예쁜 모습들은 많으나 찍을 수 없으니 마음만 안타깝다.

       12:20. 자갈길 내리막. 너무 많은 사람들이 스치니 인사하기도 지친다. 간식과 물을 보충하고 통나무를 받친 계단을 오른다.

반대편에서 남들이 오를 땐 "조금만 힘 내 세요 거의 다 왔어요" 하던 자신이 왜 이리 힘들어 하는지... 

9시간을 넘게 걷고 있으니... 오르막에선 힘이들어 말도 제대로 안 나온다.

 

12:50. 토끼봉(1533m)도착. 헬기장으로 되어있다.

 13:15. 자갈길을 내려딛고, 나무계단을 내려딛어 화개재(1315m) 도착. 전망대에 앉아 과일로 목축이고,

아침에 남긴 밥을 남은 반찬과 비벼 단숨에 넘긴다. 덩치 큰 남자 분 졸려서 더이상  못 가겠다며 전망대 마루 바닥에

벌러덩 누우니 부인도 따라 눕는다.  반야봉이 바로 눈앞에 올려다 보이는데 대간길이 아니라 아쉽다.

 

14:00. 도착한지 45분만에 화개재를 내려서며 바로 뱀사골 산장을 지나 계곡물 소리 들으며 생각보다 완만한 돌길을 내려딛는다.

 간장소, 병소(甁沼), 탁용소, 병풍소... 물빛과 계곡의 모습이 아름다워 이름난 유명한 소들과 폭포, 奇巖 怪石과

골짜기를 이루며 흐르는 淸流의 제승대, 오룡대... 이름 만큼이나 유명한 갖가지의 계곡물을 감상 하느라

지루한줄 모르고 기나긴 뱀사골 돌길을 내려서니 발바닥이 아프지만 우려했던 것 보다 덜 힘들다.      

 

16:45. 화개재에서 9.2km 걸어 내려와 뱀사골 입구(해발 480m),도착. 17:00. 반선 주차장 도착.

총길이 29.7km를 13시간 30분 동안 걸었다.(03:30~17:00). 아직까지 걸은 중 내 생애 제일 많이 걸은 날이 아닐까 싶다.


2005. 8. 27(土). 백두대간 1-3구간을 종주하다.

(거림-세석 대피소~영신봉~칠선봉~덕평봉~벽소령 대피소~형제봉~연하천산장

~명선봉~토끼봉~화개재-뱀사골산장-반선 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