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 24회(25구간. 대미산~새목재~차갓재~황장산~감투봉~폐맥이재~벌재

opal* 2005. 11. 15. 19:52

    

서울기온이 0도까지 내려간다기에 겨울옷을 준비했다가 얼마나 더 추울까 싶어 평소 대로 나선다.

오늘부터 한 달간은 산불 방지 기간. 국립공원과 몇 군데 더 통제 시킨다는데 산행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05:30. 출발,  07:10. 어제 저녁 백암산을 향해 무박산행 출발 한다던 친구에게서 ‘산 정상에서 의 일출이 장관’이라는

문자가 오는 소리에 달콤한 잠에서 깨어났다.

 07:35. 충주 휴게소. 밖에서 밥을 먹으니 차가운 날씨라 따뜻하던 국이 금방 식는다. 

잎이 다 지고 난 늦가을의 산이 회색빛으로 변하고, 떨어지기 직전의 낙엽송 잎만이 겨우 노란색을 유지하고 있다.

 

 09:00. 2주 전에 하산 지점인 여우목 도착. 차에서 내리니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눈이 시리도록 파랗다. 

바싹 마른 갈잎들을 밟으며 급경사의 오르막 길에 금방 땀이 흐른다. 침묵과 고행의 길에서 숨소리만이 크게 들린다.

 

 

09:55. 돼지등. 팻말을 지나 능선 따라 오르니 와 닿는 바람이 차다. 

10:15. 2주전에 대간 길과 하산 인사를 하고 내려선 대미산 정상(1115m). 모습이야 지난번과 다름없으나

오후햇살과 달리 차갑고 상큼한 날씨의 오전이라 가시거리 제한없이 문경의 산줄기들이 한눈에 더 산뜻하다.

 백두대간 길을 다시 접하여 7분쯤 내려서니 70m아래에 눈물샘이 있다는 안내판이 걸려있다. 여름 같으면 무척

반가웠을 텐데... 고도가 높은 곳에서 북쪽을 향해 걸으니 찬바람에 손과 얼굴이 차가워 마스크를 착용한다.

지나온 포암산과 월악산의 영봉이 나뭇가지 사이로 손에 잡힐 듯 가깝다.

 

 

10:30. 해발 1051m. 대미산에서 40분, 황장산 까지는 4시간 걸린다는 팻말보며 우측으로 방향을 돌리니 헬기장이 있다.

앞으로 그대로 진행하면 충북과 경북의 도계이며 문수봉으로 가게 되니 조심해야 할 곳이다.

 고도차가 거의 200m정도 되는 가파른 내리막. 쌓인 낙엽 아래의 흙 속엔 얼음이 있어 미끄럽고,

이어지는 낙엽송 숲길은 부드러워 걷기에 편하다.

 

 

10:40. 새목재 인가? 내려섰다 다시 오르니 헬기장이 있다.

11:00. 낙엽송 수림이 끝나는 봉우리 능선. 나목으로 변한 잡목 숲 나뭇가 지 사이 우측 아래로 저수지가 보인다.

잎이 무성한 여름이면 안 보일 텐데. 봉우리에 오르고, 다시 또 치고 오른다.

 11:15. 981m의 높은 봉우리. 앞의 나무 사이로 황장산이 보인다.

 

 

 11:20. ‘백두대간 중간 지점’이라는 안내판. 지리산 천왕봉에서 진부령까지 (743.65km)의 중간 지점이며

양쪽으로 각각 367.325km씩의 거리가 된다고 경기도 평택의 어느 대간 종주 팀에서 만들어 세워 놓았다.

지리산부터 시작을 했으면 반은 종주 했을 텐데 난 덕유산 위 구간부터 시작했으니 이제 1/4은 한 셈이다.

 11:35. 923봉. 회색으로 변해버린 잡목 숲에 찍을 소재가 없으니 좋은 날씨아깝다.

부드러운 육산의 푹신한 낙엽을 밟으며 부지런히 걷기만 한다.

 

 

11:50. 송전 철탑이 있는 차갓재. 여름에 한 번 황장산 단일 산행을 위해 왔던 곳. 오전 내 갈색 낙엽만 보며 다녔는데

고도가 낮은 바닥의 녹색풀이 더 싱그러워보이며 반갑다. 3분쯤 더 오르니 백두대간 중간지점이라고

작은 돌에다 새겨 넣고 장승까지 세워 놨으니 조금 전에 본 안내판과는 어떻게 되는 걸까?

몸의 균형이 안 잡히도록 비틀거리며 올라서서 맛있는 떡 간식을 먹는다.

 

12:15. 작은 차갓재. 회색빛 나목만 보며 다니다 이곳에 와 푸른 소나무를 본다. 예전에 대궐 건물 소재로 쓰이던

황장목이 많아 황장산이라 했던가? 여름엔 비가 그친 뒤라 구름이 몰려다니며 비경을 연출해줘 멋지더니,

지금은 또 다른 맛을 느끼며 암릉을 오른다.

 

 

12:45. 능선길 옆에 있는 바위에 오르니 대미산에서 연결되는 문수봉과 그 너머의 월악산 영봉, 걸어온 능선길이 모두

시원스럽게 한 눈에 들어온다. 토실토실하고 털이 하얀,  커다란 개 한 마리가 묏등바위의 밧줄 잡고 오르기 전까지

안내를 해 준다. 음식물 받아먹는 재미를 즐기고 있는 것 같다.

13:00. 굵은 매듭의 밧줄을 잡고 묏등바위를 오르니 겨울채비를 위한 것인지 새롭게 하얗고 굵은 밧줄이

능선 양쪽과 바위에도 여기저기 묶여져 있다.

 

13:20. 황장산 정상(1077.4m, 원명 작성산).  나무로 둘러싸여 조망은 없고 생각보다 아늑해

삼삼오오, 옹기종기 모여앉아 도시락을 펼친다.

13:45. 우회도로를 마다하고, 좁고 들쭉날쭉한 바위의 암릉을 스릴을 느끼며 걷다보면 양쪽으로 내려다보이는 비경은

감투봉까지 이어진다. 그리고는 밧줄을 잡아야 내려설 수 있는 낭떠러지 절벽 구간. 겨울에 걷게될까봐 걱정했던 곳이다.

 

 

14:10. 황장재 도착. 여름산행 땐 계곡물을 즐기려고 물안골로 내려섰던 곳. 다시 헉헉대며 오르는 길은

수피가 뽀얀 진달래 군락지. 봄엔 무척 예쁘겠다.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날씨 탓일까?

한 쪽이 단애인 절벽으로 이루어진 치마바위. 암릉이 아기자기하며 위험하기도하지만 조망이 뛰어나다.

 

15:00. 1004봉. 커다란 바위 옆에 잘 생기고 오래된 소나무 한 그루가 외롭게 서있고 시야가 탁 트이며

오밀조밀한 연봉들과 평화로운 마을의 전망이 좋다.

 15:10. 갈참나무 군락지로 이루어진 능선 길을 커다란 나무들로 막아놓고, 갑자기 방향이 우측으로 바뀌며

낭떠러지 길로 이어진다.

15:25. 폐맥이 재를 지나 다시 오르는 능선 길에 좌측으로 오후의 긴 그림자가 같이 간다. 동쪽을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햇님이 우측에서 따라다니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짐은 아직도 독도법을 모른다는 증거이리라...

도시락 반도 못 먹는 양이라 금방 시장기를 느껴, 서서 과일 간식을 먹는다.

 봉우리에 오르니 앞에 봉우리가 또 보인다. 지는 햇살에 바람이 차다. 잠시 내려섰다 다시 오르는 길은

종일 햇볕이 비쳤건만 흙 속의 얼음 기둥이 그대로 있다.

 

15:55. 926봉. 소나무 두그루가 서있는 봉우리.  마을이 가깝다. 큰 산의 그림자로 그늘지고

 어느덧 땅거미가 지니 하루해를 산에서 마감한다.

 16:15. 산뜻하게 그려진 헬기장을 지나 내려서는 내리막은 서 있기만 해도 미끄러질 정도의 경사각에 낙엽이 쌓여

더 미끄러운데 내리막에 십자표시로 꽂아놓은 노란 기둥들은 무슨 표시인지? 도계는 문수봉으로 이어지던데...

16:20. 벌재 도착. 도로를 새로 내고 비탈면을 단장하고 있다.

오늘의 산행 소요시간 7시간 20분.


2005.11. 15(火). 백두대간 25구간을 종주하다.

(여우목- 대미산~1051~새목재~차갓재~황장산~감투봉~폐맥이재~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