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 종주 8회(17구간. 개머리재~지기재~신의터재~윤지미산 ~화령재)

opal* 2005. 6. 7. 22:41
 

05:00. 하지가 들어있는 달, 날씨가 더워 다음엔 더 일찍 출발하기로, 구름사이 떠오르는 해를 차창 넘어 바라보며 한강변을 달린다.

 

07:10~:30. 죽암 휴게소에서 휴식 취한 후,

‘백두대간 구간 중 고도가 가장 낮은 곳이니  마을길로 빠지지 않도록 하라‘며 대장님이 정보와 주의를 준다. 


08:20. 공사 중인 도로 밑을 지나 만나는 나들목 황간. 대간종주로 몇 번 드나들어 이젠 눈에 익은  IC 이다. 

서서히 짐을 챙겨 지난번에 내려섰던 함박골은 개머리재까지 다시 걸어 오르기엔 시간이 많이 걸려 함박골의 반대인

소정리쪽으로 향해 차로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본다.


08;55. 개머리재를 조금 지난 곳으로 오를 수 있는 곳에 도착. 포도밭 옆으로 나있는 임도를 3분정도 따라가다가

우측의 리본이 매달린 숲속으로 들어선다. 일주일 만에 나섰더니 종아리가 땡기며 발걸음이 무겁다.


09:30. 키가 나보다 큰 호밀 밭을 만나 밭 한쪽의 호밀사이로 걸으려니 애써서 지어놓은 농사를 망치는 것 같아

미안한 맘이 있으나 백두대간의 마루금으로 길이 이미 나 있고, 빨리 쫓아가야 하는 입장이라 할 수 없이 뒤따른다.

바쁘게 쫓아가는 걸음이지만  밀 밭으로 가려니 이 와중에도 박목월 시인의 나그네가 생각난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 줄기/ 남도 삼백리/ 술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나그네

 

09:35 사과나무와 배나무, 복숭아나무가 섞여 심어진 과수원사이로 걷다보니 눈에 익은 금강과 낙동강 분수령 표지판이

서있는 아스팔트길이 나타난다. 지난번에 한 시간정도만 더 걸어 찻길까지 왔으면 좋겠다고 하던 지기재이다.

길을 건너 다시 적과 중인 과수원 옆을 지나 집이 몇 채 있는 마을길을 따라가다 우측으로 대나무가 심겨진 사이로 오른다.


09:45. 5분 정도의 산길을 걷다 내려서니 논에 옆 콘크리트로 농로를 만나 걷던 방향 그대로 왼쪽으로 걸으니 앞뒤에서

그쪽이 아니라며 소리 지른다. 혼자 떨어져 가다가는 길을 잃기 십상이다. 오른쪽으로 돌아서서 콘크리트길로

몇 발자국을 내딛고 일행을 따라 다시 산 속으로 들어서는데 방향이 일정치가 않고 몇 발자국마다 요리 틀고 조리 바꾸니

왔던 방향으로 다시 가는듯한 착각이 든다.


10:00. 숲길을 따라 가다 넓은 암반으로 된 길을 오르는데 리본들이 90도 오른쪽 아래에서 날린다.

생각 같아서는 바위 따라 왼쪽위로 가야 맞는 것 같은데, 10분쯤 걷다 내려서니 왼쪽으로 마디 호박과 감자가 심겨진

밭이 나타난다. 방향이 너무 자주 바뀌니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10:30. 철탑. 옆으로 난 오솔길 따라 산 속으로 들어서서 10분쯤 걸은 후 

10:40. 신의터재(280m) 도착.10:40 표지석과 분수령표지판이 나란히 서 있다.

아스팔트도로 건너편 상주 화동 산악회에서 세워놓은 이정표엔 화령재까지 11.3Km이며 4시간이 걸린다고 씌어있다.

이제 두 시간 왔는데. 야산 같은 능선을 걷고 있는데 왼쪽 나무사이로 마을과 포도밭이 보인다.


고도 낮은 산을 걸으니 잡목 우거진 숲은 숲이되 울창한 수림이라 표현도 못하겠고, 낯설지 않는 마을 뒷동산 같아

전원 교향곡 같은 새들의 지저귐도 없다. 높은 곳이 없으니 조망이 전혀 없고, 마을에서 가까운 산이라 그런지

웬 묘지는 그리 많은지... 길을 가다 조금 환하다싶으면 모두 묘 자리들 이다.


11:30. 북쪽이 아래로 비탈지고 그 밑엔 넓은 비닐하우스가 보이는 밭인데 잡초 속에 감나무가 식재되어있다.

방향이 남향이라야 나무가 잘 자랄 것 같다. 멀리서 뻐꾸기가 울고 가까이선 청개구리가 운다.

날씨가 후덥지근하니 비가 오려나? 바람이라도 불었으면 좋겠지만 지대가 낮으니 이곳까진 못 오나보다. 


12:00. 더위에 세 시간을 걸으니 힘들고, 계곡 아래서 바람이 오는듯하니 밥을 먹자는 사람과 조금 더 가서 먹자는 사람.

지치기 전에 먹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물소리님이 준비하신 시원한 맥주를 반주로 둥글게 둘러앉는다.

오늘따라 bus 앞자리에 자리 잡고 도시락을 나눠주던 이웃사촌은 자기 도시락도 못 챙기는 실수를....

도시락하나를 나누니 양이  딱 알맞다.


13:35. 윤지미산 가까이에 있는 437.7m봉에 오르니 어느 고마운 분이 작년가을에 이곳을 종주한 자칭 멋쟁이라며

GPS로 측정한 거리가 지기재에서 이곳까지 12.3Km라고 적어 코팅한 손바닥만한 흰 종이를 나무에 매어놓았다.


논두렁을 지나고 밭두렁도 지나고...암릉이라곤 한군데도 없고, 위험한 곳도 없으며, 조망이라곤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낮은 잡목 숲 능선 길. 겨울의 험한 산을 생각해서 이런 고마운 길도 걸어두자. 가도 가도 그 산이 그 산인 듯한,

마치 우리네 동네의 뒷산 같이 재미라곤 한군데도 없는 지루한 산 길 인줄을 어찌 알고 

오늘따라 종일 곁에서 얘기 보따리를 풀어주신 님께도 감사 하다.


14:00. 윤지미산(538m) 도착. 오늘 산행중 제일 높은 봉우리다. 정상 주를 준비하신 분들은 자리를 펼쳐 자리 잡고,

기념사진 찍고 내려서는데 비탈길의 경사 각도가 장난이 아니다. 저절로 가속이 붙어 속도를 늦추기도 힘들다.

잠깐 동안의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선 후 한참을 더 내려섰다


14:25. 고추밭과 인삼밭이 있는 임도에 도착.

뒤돌아서서 바라보니 방금 내려온 윤지미산이 나무사이로 제법 높게 보인다. 나무에 가려 건설현장은 안 보이는데

어디선가 탕탕 탕탕 소리가 요란하다. 20분쯤 더 내려서니 오른쪽 산 아래로 고가도로를 위한 교각 건설이 한창이다.

왼쪽으론 능선길옆으로 밭이 있는데 모두 파헤쳐져 얼마 안가 도로로 변하겠다.


14:35. 임도를 만나 그대로 내려서는 가 했더니 다시 오르막. 다시 마지막의 봉우리에 올라 남겨놓았던 시원한 수박을

마져 먹는다. 종일 얼음물병과 같이 있어 여전히 시원하고 꿀맛보다 더 달다.


15:00. 25번 지방도로에 있는 화령재(320m)도착.  이젠 경상도 산도 끝나고 다음엔 충청도로 들어서려나 보다.

먼저 도착한 키 작은 여인은 계절의 미각을 돋을 수 있는 산나물과 오디 채취하고 .

길옆 위로 높게 있는 팔각정 火嶺亭엔 먼저 도착하신 분들의 하산 주 파티도가 벌어지고 있다 .

산행 소요시간 6시간.


   2005.  6.7.(火). 백두대간 17구간을 종주하다.

                          (개머리재~지기재~신의터재~윤지미산 ~화령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