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 종주 9회(18구간.화령재~봉황산~비재~형제봉~피앗재)

opal* 2005. 6. 21. 00:35

 

05:00. 하지 날 새벽. 하늘은 구름에 가려 아직은 어둡다. 수면 부족인 채 차에 올랐으니 모두들 자느라 조용하다.

07:20. 청원 IC를 빠져 나와 10분 만에 도착한 곳은 지방도로 길 건너편에 있는 석산 휴게소. 음식점이 아직 문을 안 열었다.

고속도로의 휴게소가 역시 편하다.


08:50. 25번 지방도로에 있는 화령재에 도착하여 몸 풀고 완만한 능선의 잡목 숲으로 꼬리를 이어가며 산에 안긴다.

처음부터 치고 올라가지 않으니 좋다.

09:40. 산불 감시초소가 있는 450m 봉. 더운 날의 땀은 기본. 왼쪽의 낮은 나무 위로만 빠꼼히 작은 마을이 내려다 뵌다.

10:00. 580m봉. 조망은 없다. 대신 신갈나무가 커 그늘이 시원하다. 고개 마루에서 냉수로 목축이고 다시 오른다.


10:20. 봉황산(740.8m) 도착. 삼각점표시와 표지석이 있다. 다른 산에서도 아직 못 본 기린초를 찍는다. 산마다의 식생이  다르다.

 바위틈으로 난 낭떠러지 같은 길을 내려섰다 다시 오르는 길은 넓은 신갈나무의 낙엽이 그대로 쌓여있어 푹신푹신 하다.

마치 가을 같다. 앞에 가다 잠시 쉬던 일행에게 꿀맛 같은 곶감하나를 얻어먹고 뒤따라 가지만 오르막에서 다시 쳐진다.


10:50. 660m봉에 올라 5분정도 걸으니 갈림길. 나무가 빽빽하니 금방 앞에 가던 일행이 보이지를 않아 리본을 찾았다.

우측으로 직각으로 꺾어 5분쯤 가다 다시 낭떠러지 길을 잠시 내려선 능선은 참나무 종류의 활엽교목 숲속이라 시원하다.

아름다운 새소리로 깊은 숲임을 느낀다.


11:20. 잔디 없이 마사토만 쌓인, 봉분모습이 거의 다 없어진 묘지가 작은 봉우리의 능선 길에서 사람들에게 밟혀진다.

세월 따라 이렇게 자연스레 스스로 없어지는 것을 보니 좋은 현상이란 생각이 든다.

459m봉에서 휴식을 취하고 내려서는 길엔 낙엽송, 소나무 참나무가 모두 길쭉길쭉. 밤나무가 있는걸 보니 많이 내려왔나보다.


11:35. 비재 도착. 좁은 아스팔트 길에서 산위로 오르는 철 계단이 있다. 아스팔트길에 설치한 계단은 처음 본다.

대간 종주꾼들을 위한 시설 같아 고마운 맘이 생긴다. 다시 가파른 고개를 오르는데 키 큰 나무들과 솔바람과 가방 주머니의 

얼음물이 버팀목이 되어 주어 쉬엄쉬엄 오른다. 멀리서 들리는 뻐꾸기소리에 장단 맞추는 작은 새의 소리를 듣는다.


12:05. 510m봉에 올라 목축이고, 내리 꽂히는 내리막. 낙엽송 밀림을 지나고 다시 또 오른다.

봉우리에 올랐다 내려서며 짭짤한 간식과 물을 섭취하고 다시 오르막.


12:25. 오늘 처음 맞는 암릉구간. 안전한 우회로를 이용해 올라서니 옆으로 살짝 조망이 보인다. 내리막길은 마사토 라서

많이 미끄럽다. 다시 오르는 오르막에선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프다. 새로 신고 온 양말이 너무 두꺼운가?  발가락이 아프다.


12:35. 500m봉에서 잠시 휴식. 일행과 수박 한 쪽 먹으니 지금까지 걸어온 건 형제봉을 오르기위한 워밍업이라 생각 하란다.

방향을 우측으로 돌려 내려서는데 아래에 마을이 보이고 길하나가 처음부터 이 능선과 계속 나란히 간다.

12:50. 가파른 오르막을 바라보며 냉수 한 컵과 과일로 배를 채우고, 치고 올라서니 바람이 한결 시원하다.

내려서는가 싶더니 다시 오르막. 손에 쥔 스틱을 힘없이 꽂으며 어기적어기적 오르는 폼이 지친 패잔병의 걸음걸이 같다. 


13:15. 형제봉 봉우리에 가 먹겠다며 많은 이들이 앞으로 갔지만 그 곳까지 갔다간 너무 지칠까봐 시간 봐서 그냥 자리 잡고 앉는다.


13:45. 헬기장이 있는 봉우리를 지나 조금씩 올라섰다 내려가는 능선 길. 양쪽으론 낭떠러지인데 왼쪽의 두 군데가

산사태로 무너졌다. 곳곳의 바위 능선 길에서 내려섰다 오르는 우회로는 잠깐이긴 해도 너무 가파라 힘들다.

바위 틈새로 올라가며 그만 걷고 싶은 신호가 오기에 시계를 보니 두시가 넘었다. 다섯 시간 정도가 나에게 딱 알맞다.


14:20. ‘형제봉 700m’, ‘갈령제’, ‘구병산 (신선대)9.6km’ . 화살표모양에 글씨를 쓴 산뜻한 이정표가 눈에 띈다.

나뭇가지 사이로 형제봉이 제법 높게 올려다 뵌다.

14:35. 마지막 깔딱. 일행과의 사이는 점점 멀어지고 누구하나 입을 여는 사람이 없다. 계속되는 오르막에 땀이 퍼 붓는다.

키가 큰 나무들의 덕을 본다. 가방 안에 언 채로 있던 물병을 밖으로 내어놓고 얼음이 녹는 대로 홀짝 홀짝 마신다.

준비해온 500ml들이 4병의 물이 한 병도 안 남았다.


14:50. 형제봉(828m)정상, 경북과 충북의 경계가 된다. 올라서니 사방으로 산 만 보인다.

하산 길은 참나무 종류가 많으니 다람쥐가 많겠다. 바위에 걸쳐 늘어진 노송의 아름다운 모습과 녹음 우거진 숲

의 모습을 입력시키며 발 앞부리가 아파 뒤로 내려서다 주루륵 미끄러지기도 한다.

803m의 봉우리를 바위틈을 비집고 올라섰다가 다시 가파른 내리막.


15:30. 피앗재. 여기서 끝난다면 하산 약속시간이 딱 맞겠다. 차가 기다리는 만수계곡까지 내려서는 내리막은 완전히 정글이다.

다래덩굴이 얽혀있고, 나무는 나무 대로 풀은 풀 대로 무성하여 길 아닌 길로 내려가는데 갖가지 풀벌레와 새소리,

어느새 매미 소리도 섞여 나온다. 돌만 밟으니  어디가 길인지 구별이 어렵다.  

복숭아 과수원 옆의 넓은 콘크리트길로 뜨거운 햇볕을 고스란히 받으며 내려선다.

 

16:00. 주차장에 도착하니 새콤하고 시원한 미역 냉국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의 산행 소요시간 7시간.


2005. 6. 21. (火). 하지 날.  백두대간 18구간을 종주하다.

                        (화령재~봉황산~비재~형제봉~피앗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