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 11회(19구간,속리산 만수동 -피앗재~천황봉~문장대~밤티재~늘재)

opal* 2005. 7. 5. 21:34
 

05:30. 7월부터 다시 30분 늦어진 출발시간. 07:30. 옥산휴게소. 아침부터 안개가 낀 것을 보니 꽤 무덥겠다.

한계령을 닮은 듯 꼬불꼬불한 말티재를 넘고 갈목재를 넘어 산속으로 속으로 들어서서 만수계곡에 이르니

아름다운 적송들 사이로 맑고 많은 계곡물이 힘차게 흘러내린다.


09:30. 만수동 만수1교 도착. 왕복1차선 길에 좁고 직각으로 놓여진 다리 길이가 짧아 차에서 내려 작은 다리를 몇 개 건너

2주 전에 하산 했던 곳과 복숭아 과수원 길을 지나 수풀 속으로 들어서서 키보다 큰 산딸기, 찔레, 으름덩굴 등을 헤치며

오르는데 어제 내린 비로 물이 흘러 이끼낀 바위가 무척 미끄럽다. 다래 덩굴사이 오르막엔 가방이 걸릴까봐 엎드려서 걷는다.  

장맛비로 지난주에 산행을 못해 오랜만에 만난 일행들, 흐르는 땀과 고르지 못한 숨소리로 정담 한마디 없는 함구무언 이다. 

 

10:25. 산행 시작하여  거의 한 시간 걸려 피앗재 도착. 대간산행은 이제부터 시작되니 여기까지 오른 시간이 아깝게 생각된다.

10:30. 639m의 첫 봉우리에 올랐다 내려서는데 오랜만에 나왔더니 벌써 다리가 아프다.  오늘코스가 만만치 않다던데.

2주전에 안 보이던 주홍색의 나리꽃과 노란 원추리가 어느새 눈에 띈다. 종류가 다른 꽃들을 볼 때마다 시간의 흐름을 실감한다.


10:55. 좀 더 높은 곳에 올라보니 멀리 천황봉이 구름 사이로 살짝 보인다. 군데군데 피어있는 갸날프고 약해 보이는

작은 나리꽃은 군락을 이루지 않아 걷다 쉬기 좋을 만큼의 거리에 떨어져 피어있어 찍어가며 쉬게된다.


11:15. 조금 더 높은 봉우리에 오르니 멀리 높은 정상에서 우측으로 뻗은 암릉이 보이고 좌측으로도 많은 봉우리들이

멋지게 보인다. 더 높은 봉우리에 올라 능선 따라가며 꽃 사진 몇 장 찍는 동안 일행들 모두 앞으로 달아나고,

배터리 교환하고 나니 후미대장이 옆에 와 서있다.


11:35. 안부에 도착하여 산죽나무 길도 지나고 시원한 신갈나무 길도 지나 119구조 60번 지점도 통과했는데 어디선가

좋은 향내가 바람타고 날아온다. 이곳은 잣나무 숲인데 길옆으로 구절초도 보이고 도라지도 눈에 뜨인다.

다시 봉우리 하나를 치고 오르는데 여전히 다리가 아프다.


11:45. 능선 길에 무너져 내리는 묘지1기를 지나 시원한 과일과 차가운 물로 목을 축인 다음 낭떠러지 내리막을 내려서는데

처음 보는 예쁜 꽃이 유혹을 한다. 벼룩도 ××이 있지. 꼴찌로 가는 주제에... 못 찍어 많이 아쉽다.


능선 길 가장자리에서 조금 망가진 노란 망태버섯이 보인다. 반가운 것도 잠시. 방금 전 누군가의 발에 치여 망이 찢어졌다.

앞서서 갔으면 온전한 모습을 보았을 텐데. 아까운 생각이 크다. 이렇게 예쁘고 보기 힘든걸...

밤새워 달려 담양까지 가서 새벽에 대나무 숲속에서 모기와 사투를 벌리며 찍기도 했던 추억이 떠오른다.

지나고 나서 아쉬워하지 말고 무조건 그냥 찍자. 망가진 망을 대강 정리해 한 컷.


12:15. 후미대장과 함께 걸으니 선두는 천황봉에 도착했다는 교신내용 들린다. 후미는 아직 920m봉도 못 올랐는데.

5분 뒤에 중간 팀도 천황봉에 도착 했단다. 수박으로 목을 축인다.


12:35. 묘지 1기가 있는 봉우리에 올라 다시 깔닥 오르막을 오르는데 중간 팀은 천황봉에서 출발한다는 연락이 오니 

옆에서 한 분이 "시간제약 안 받으며 다니고 싶다"고 한다. 경사가 급한 오르막 나무를 받쳐 만든 계단에선

한 계단에 한 발씩 딛지 못하고 한 계단에 두 발을 다 올려논 후에 다시 오름은 그만큼 힘들다는 표현 이리라.  


13:00. 물로 목을 축이고 다시 오르는데 선두에서 누가 발에 쥐가 났다는 교신내용이 들린다.

산죽나무 사이를 비집으며 힘들게 올라서니 하늘이 환하게 보이며 먼저 갔던 일행의 행복한 점심식사 소리가 들린다.


13:10. 차에서 내린지 3시간 40분 만에 속리산 천황봉(1057.7m) 정상 도착.

선두와 한 시간 차이가 난다. 오늘구간 전체 길이의 3분의1 지점 쯤 되는 곳이니 끝까지 가려면 세 시간 차이는 나겠다.

멀리 구름사이에서 보일 듯 말 듯 한 안테나가 있는 곳이 문장대란다. 기념 남기고 식사시간, 간식으로 준 떡은 다른이에게 주었다.


13:35. 문장대를 향해 천황봉 암봉을 내려서니 산죽나무 사이로 길이 이어지는데 좁고 흙은 질다.

10분쯤 지나 갈림길에서 다른 사람을 쫓다가 좌측 법주사 가는 길로 내려설 뻔, 이정표는 있으되 지나온 천황봉만 알뿐

경업대 쪽으로 가야 되는 걸 몰랐다. 문장대라고 표시되었으면 알 수 있었을 텐데.


13:50. 커다란 바위 사이로 뚫어져있는 좁은 문을 통과하고 나니 사방으로 보이는 바위 군들이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한다.

어떤 바위는 멋진 나무들을 적당히 품어 안으며 이끼도 덮어 조화롭게 어울리는데 어떤 바위는 나무가 붙어살기를 거부하는 양

반질반질 동물형상으로 모양을 각각 달리한다. 원숭이를 닮은 바위를 지나고 나니 또 산죽나무가 얼굴을 간지럽힌다.


14:20. 입석바위. 임경업 장군이 7년간 수도 끝에 세웠다기에 바위 틈새로 올라가 골고루 살펴본 후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섰다. 

다시 산죽나무를 헤치며 올라서는데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이래가지고 과연 백두대간을 모두 종주 할 수 있을까?

오늘 하루만 신체지수가 떨어진 날이라면 좋겠다.


14:50. 신선대 도착. 신선이 머무는 곳은 어떤 곳일까? 둘러보니 휴게실과 화장실이 있고 문장대도 많이 앞으로 다가와 있다.

그런데 이곳의 높이가 지도엔 1016m, 고도표엔 1018m, 이곳 표지석엔 1026m라고 표시되어 있으니 누구 말이 맞는 걸까?

숫자상으로만 볼 땐 별 차이 아닌 것 같애도 무거운짐 지고 가파른 오르막에서 1~2m가 얼마나 힘 드는지 신선님은 아실까?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