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기

11회, 19구간 계속

opal* 2005. 7. 5. 21:43

           (속리산 1 에서 계속)

 

15:05. 봉우리 자체가 암반인 곳을 깎고 다듬어 계단을 만들고 철제난간을 박아 오르기 좋게 해 줬으니

만드느라고 수고하신 분들께 고맙고 감사하다. 또 하나의 철 난간 계단을 오르니 눈앞에 보이는 문장대 꼭대기에

일행이 보인다. 벌써 저 높은 곳에 가 있으니 부럽기만 하다.


15:20. 문수봉(1031m)에 도착하여 뒤돌아 보니 탄성이 절로 나온다. 조망이 압권이다. 지나온 봉우리들이 맨 뒤의 천황봉까지

들쭉날쭉 차례대로 서열 해있다. 넓은 암반으로 된 이곳은 여러 갈래로 내려설 수 있는 갈림길이 있고 휴게소가 있다. 

왕대포한 사발은 2000원, 시레기국 아침식사도 된다니 새벽에 이곳으로 올라와도 좋겠다.


15:30. 文藏臺 도착. 어깨 아래정도의 낮은 키에 한자로 새겨진 아담한 표지석이 있건만 사람들이 한문을 못 읽어 그러나?

또 하나의 커다란 돌에 한글로 행정지 주소까지 앞면에다 새겨 넣어 문장대 얼굴을 가려놓았다.

문수봉에 세워 논 것도 그렇고, 그렇게 큰 돌을 안 세우면 행정구역이 어디로 도망가는가?


오르고 내리는 길을 따로 만든 철 계단을 이용해 문장대 정상에 오른다. 해발 1029m의 정상. 바위가 깊게 파인 곳엔 물이 고여 있다.

바위 둘레에 처진 철조망이 너무 촘촘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진다.  천황봉을 바라볼 때 휴게소건물 뒤로 높다랗게 세워진

철탑 안테나가 먼저 눈에 띄지만, 사방으로 돌며 안내판에 그려진 그림과 대조하며 각종 비경들 을 눈에 넣는데

어느 한군데 멋지지 않은 곳이 없다. 오늘의 백미인 각종 바위군상들을 바라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추울 정도의 찬바람을 맞으며 올라올 때의 힘든 것을 잠시 잊는다. 산행시작 이미 6시간이 지났어도 갈 길은 아직 멀다. 

후미대장님은 옆에서 내 행동만을 주시하고 있다. 오늘의 나 같은 답답한 사람 때문에 후미대장님 오늘부로

사표 내지나 않을까? 걱정도 되고 고맙기도 하다.


15:40. 오늘 구간의 나머지 7분의3을 걷기 위해 문장대 철 계단을 내려서서 눈치를 살피며  출입금지 표시된 안내판 뒤로

얼른 몸을 숨기고 내려간다. 위험한 암릉 구간이라 출입을 금지시키는데 백두대간 길이니 안 갈수가 없다.

후미대장의 걸음이 빨라지니 금방 1분 만에 헬기장에 도착한다.


내려딛는 하산길은 커다란 바위와 바위틈으로 계속 이어지고, 리본 매달 나무가 없어 커다란 바위에 화살표로 표시가 되어있다.

바위가 어마어마하게 커 바위에서 바위로 옮겨가기도 힘들어 통나무를 걸쳐놓고 그 위를 밟고 건넌다. 겁 나지만 건너야만 한다.


16:00. 바위 틈을 비집고 내려서니 낭떨어지 구간 앞에서 일행이 멈칫멈칫. 혼자서는 도저히 내려갈 수 없게 되어 있다. 

서로 돕지 않으면 안 된다. 낭떨어지 길이가 10m는 되겠다. 아래가 움푹패여 발 딛을 곳이 안 보이는 절벽상태.

밧줄을 잡고 내려서지만 발을 어느 곳에 놓아야할지, 발을 붙일 홈도 없고 미끄러지게 생겼다.

밧줄에 매어진 매듭을 꽉 잡고 팔 힘에 의지하며 손을 바꾸며 내려가면 아래에서, 위에서 근심어린 표정과 말로 서로 서로

안내해 준다. 내리막이니 망정이지 올라서려면 얼마나 더 힘들까? 아직 남아있긴 하지만 오늘 구간 중 제일 힘든 구간이다 .


내려서는 능선 외에 옆으로 보이는 다른 능선들도 커다란 바위들과 나무가 어우러져 멋진 산수화 그림 같은 절경을 이룬다.

한폭 한폭의 그림들을 감상해가며 쉬엄쉬엄 내려선다. 팔의 힘은 이미 다 빠지고 다리도 아픈데

 바위 사이를 빠져 나가야 하는 해산 굴(?)도 지난다.  바위가 많은 곳이라 왕모래의 마사토가 많이 미끄럽다.


16:30. 산행시작 7시간. 후미대장과 넓은 바위에 앉아 과일 간식.  선두 대장한테서의 교신이 온다.

두도 아직 구간 끝 지점에 도착을 못 했으니 후미는 늘재까지 다 오지 말고 밤티재까지만 하산하여 기다리라고 한다. 

너무 힘이 드니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다른 날 같으면 조금이라도 더 가고 싶어 했었는데 오늘은 아니다.

7시간이 넘었으면 선두는 이미 도착 했을 텐데 웬일이지? 오늘 거리가 길어 그럴까 힘이 들어 그럴까?


16:50. 밧줄을 잡고 내려가다 미끄러지는데 발이 땅에 닿지를 않는다.

대롱대롱 매달리니 후미대장이 얼른 발로 받쳐줘 위험을 모면한다. 바위에 부딪쳐 다리와 손가락이 엄청 아프다.


17:05. 앞서가던 일행이 배고프다며 쉬고 있어 가방의 먹을 것들을 모두 꺼낸다. 이런 때가 없었는데 나만 힘든 게 아닌가보다. ‘

이럴 줄 알았으면 떡을 가져오는 건데...’ 천황봉에서 관리인에게 떡을 준 사람이 한마디 한다. 


17:35. 잠시 돌아서서 바라보니 구름에 걸쳐진 문장대가 하늘 위에 떠있다. 비탈길의 왕모래는 사람을 겁먹게 한다.

출입을 못 하게하는 이유를 알겠다. 한참을 내려서서 아름다운 적송 숲을 지나니 저 멀리 아래로

새로 까맣게 단장된 아스팔트길이 보인다. 일행 몇 분이 안가고 옹기종기 서있다.


17:50. 밤티재 도착. 등산로 입구에 입산금지의 커다란 안내판이 딱 버티고 있다. 잔뜩 흐린 날씨에 날은 이미 어둡고

늘재까지 가려면 산 봉우리를 또 넘어야하며 한 시간 반도 더 가야 된단다. 선두의 몇 명만 갔나 보다. 

이곳까지의 산행시간이 8시간 20분. 할 수없이 오늘의 산행을 이곳에서 끝내야 한다.

 

맑게 흐르는 물에 땀을 씻고 기다렸다가 차를 타고 10분후에 늘재에 도착 하니 선두그룹 몇 분은 그때서야 도착한다.

그러고 보니 중간 팀은 늘재까지의 산행시간이 9시간이 넘게 걸렸다. 후미 팀은 밤티재에서 끝낸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19:00. 귀가행 bus 출발하며 바로 수면시간으로 들어간다.


2005.  7.  5.(火)백두 대간 19구간을 종주하다.  무척 힘들게! 제일 힘들게!

      (만수동~피앗재~천황봉~비로봉~신선대~문수봉~문장대~밤티재~늘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