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 14회(20-2구간.밀재~대야산~촛대봉~버리미기재를 逆順으로)

opal* 2005. 8. 2. 00:55

05:30. 출발. 계절의 별미인 뜨거운 단호박과 고구마를 주기에 안개깔린 한강변을 달리며,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호호 불며 냠냠.


07:10. 음성휴게소. 휴게소 건물 옆, 멋진 소나무들로 단장된 기와집이 오늘도 궁금하다. 혼자오는 기회에 여유있게 둘러보리라.

07:55. 증평IC. 몇 년 동안 가끔씩 드나들던 나들목. 감시 카메라가 없던 시절 겁도 없이 시속 180km까지 달려보던 생각이 난다.


온통 녹색 세상이 되어버린, 녹음 우거진 골짜기와 논두렁 옆에서도 도랑물이 졸졸거리며 노래하더니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수량이 많다. 물이 좀 있다 싶으면 인도도 없는 왕복 2차선도로의 가장자리는 주차장이 되어 복잡하다.


09:10. 버리미기재 도착. 지난번 구간의 하산종점으로 정했던 곳인데 구간길이도 길고 무더운 날씨라 2회로 나누었다. 이번엔 반대

방향에서 올라 지난번에 내려섰던 밀재로 하산하여, 문경비경 8경 중의 하나인 용추계곡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계획했다.
차에서 내려 낙엽송 우거진 숲길을 치고 오르니 습기를 잔뜩 머금은 흙은 부드러우나 경사도가 심해 금방 종아리가 당기고 발목을 잡아 다니는 듯한 오르막에 여기저기서 매미들의 합창 소리, '바람 한 점 없는 찜통더위에 왜 사서 고생 하냐'고 비웃는듯 들린다.


09:30. 낭떠러지 암릉 구간. 밧줄을 잡아야 내려갈 수 있는 구간이라 조심조심. 산 넘어 산이라 했던가? 조금 더 올라서니 또

미끄러운 바위를 밧줄잡고 통과. 구간의 길이는 짧으나 한 사람씩 통과해야 하므로 시간이 지체된다.


10:00. 넓은 바위의 전망대. 안 오면 후회 한다기에 힘들여 올라섰더니 지난번에 지나온 능선들과 오늘 가야할 대야산이

구름에 가려져 있다. 낙타등처럼 생긴 높고 멋진 미륵바위를 감상하고, 두 겹으로 튼튼하게 매어 논 밧줄을 잡고 내려서니

왕모래 마사토가 빗물에 흘러 능선을 덮고 있다. 키가 큰 신갈나무가 우거진 숲은 보기에만 시원해 보일뿐 바람이 없다.


10:30. 또 하나의 높은 헬기장엔 풀들만 무성하다. 10:35. 불란치재 도착. 누가 일부러 얘기 해주기 전엔

그냥 풀과 나무가 우거진 산 속의 일부분으로 보인다. 넘나드는 길도 안보이고, 아무런 표시도 없다.


11:00. 668m의 촛대봉에 오르니 건너편으로 대야산이 딱 버티고 서있다.

100m 쯤 내려갔다가 다시 400여m를 올라야하는 고도표를 주눅들은 채 쳐다만 본다.


11:15. 촛대재까지 내려섰다 다시 치고 오르다 말고 잠깐 서서 떡과 물로 충전. 한발 한발 내딛으며 올라서는 발자국 따라 턱에서 박자 맞춰 땀방울이 떨어진다. 앞 사람의 발뒤꿈치가 바로 코에 부딪칠 정도의 경사각엔 헉헉대는 소리만 들릴 뿐 모두 함구무언.


11:55. 대야산 57번 구조요청 지점. 위험한 구간이라는 암시가 온다. 좀 더 오르니 에델바이스를 닮은 왜솜다리 종류의 꽃이 보인다.


12:00. 다시 밧줄을 잡고 올라서야만 되는 절벽 구간이 시작된다. 급경사라서 아래에서 보이질 않아 위의 상태가 머릿속에

그려지질 않는다. 한 번 올라서고 다시 잡고 오르기를 서너 번 연속. 여럿이 함께 갈수도 없고, 어떻게 도와 줄 수도 없는,

온전히 혼자의 팔 힘에 모든 걸 맡기고 밧줄 매듭을 하나하나씩 올려 잡으며 온 힘을 다해 십 여분을 오르고 나니

팔 힘이 쪽 빠져 맥이 없다. 몸무게에 가방무게까지 가느다란 팔 혼자 버티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12:25. 대야산 정상(930.7m) 도착. 구름에 살짝 가려진 날씨지만 바위라서 덥다.

골짜기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곳으로 옮겨 도시락을 펼쳤는데 너무 힘들었는지 밥은 싫고 물만 마시고 싶다. 


13:15. 전망 좋은 아래 봉우리에 다시 올라 두루두루 바라보고 바위가 많은 중대봉을 우측에 두고 선두 따라 내려선다.

계곡이 기다리는 곳으로... 생각만으로도 즐거워 힘든 걸 잊는다. 암릉 구간을 오전 중에 통과한 것이 다행이다. 

양쪽 능선의 바위들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모습들을 눈에 담는다.

경사가 급한 내리막에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니 바위가 더 미끄럽다.


한참을 쫓아 내려서는데 아래 선두 쪽에서 되돌아가라는 소리가 들린다. 길을 잘 못 들어섰단다.

꼴지가 선두로 바뀌니 잠시나마 기분이 좋다. 내려선 만큼 올라서야 되니 선두보다 덜 힘들다는 얘기다.

오늘은 마침 선두그룹에 GPS를 가진 분이 참석했는데... 힘들이고, 아까운 시간을 소비했다. 

되돌아 올라가 오른쪽으로, 다시 내려가야 할 능선의 멋진 바위 모습을 바라본 후 올라서서 방향을 바꾼다.


14:00. 다시 내려가야할 지점에 오니 많은 리본들은 나풀대는데 표지판이 없다. 단일 산행만해도 좋은 산이라 등산로가 많다.

반대 방향에서 올라왔으면 이런 실수는 없었을 텐데... 조금 내려서니 밀재 방향의 팻말이 보인다.


14:15. 대문바위. 커다란 바위덩이가 하나인줄 알고 다가섰더니 가운데에 공간이 있는, 분리된 된 상태의 둥근 바위 아래에는

사람들이 익살스럽게도 작은 나뭇가지들로 받쳐 놓고 긴 나무하나로 지개에 작대기를 받치듯 고여 놓았다.

10분정도 더 내려서니 코끼리를 닮은 바위가 재미있게 앉아있다.


14:40. 구조요청 18번 지점을 지나 밀재도착. 지난번 종주 때 하산지점 이다. 대간 종주는 여기서 끝을 내고 지난번엔

농바위가 있는 서쪽으로 내려섰는데  이번엔 벌바위가 있는 동쪽으로 내려간다. 내려서기가 무섭게 금방 졸졸거리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며,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의 시원함이 느껴진다. 산죽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을 걷는 발걸음이 가볍다.

계곡물에 들어갈 생각들만 있는지 말없이 행군하니 뒤에서 어느 분이 오늘 부부싸움들 하고 나왔느냐고 해 한바탕 웃어댄다.


15:10. 떡바위를 지나 내려서다말고 성격 급한 몇 분은 물속으로 잠수. 조금 내려딛다 부부 두 팀이 또 입수.

10분쯤 더 내려가 커다란 바위사이로 흐르던 물이 넓은 암반 위에서 미끄러지듯 흐르는 곳에서 선두팀이 즐기고 있기에

함께 즐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의 땀을 닦고 나니 피로가 풀리며 날아갈듯 상쾌하다. .


15:50. 넓어진 계곡에서 영×씨가 한 사람씩 업어 건네주니 고맙고 미안하기도,  설악산 백운계곡에서도 업어 건너준 적이 있었다. 

16:00. 일명 복숭아탕. 떨어지는 물의 힘에 의해 바위가 하트모양으로 움푹 패어 물이 고였다가 다시 떨어져 소를 만들며

흐르는데, 사람들이 제법 많고 젊은이들의 물 미끄럼놀이가 꽤 재미있어 보여 같이 놀고 싶다. '도선선사가 고려건국을

예견하여 ‘道詵秘紀’를 태조 왕건에게 전수한 곳' 이라며 모 방송국의 촬영지라는 간판이 있다. 휴가철이라 사람이 꽤 많다.


16:20. 계곡에서 산등성이를 넘어 주차장 도착. 산행 소요시간 7 시간.

귀가행 bus에 오르니 제법 굵은 빗줄기가 차창을 때린다. 산행 중 비를 만나지 않음을 감사 드리며 잠나라 여행. 


2005.  8. 2.(火). 백두대간 20-2 구간을 종주하다.

(밀재~대야산~촛대재~촛대봉~분란치재~곰넘이봉~버리미기재를 逆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