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 출발. 요즘날씨의 무더위 상징인 아침 안개가 자욱하다.
09:50. 단성IC. 길 가에 심겨진 배롱나무의 진한 붉은 꽃이 한창 볼만하다. 많은 나무들의 개화시기가 보통 봄이고,
여름엔 나무에 피는 꽃이 별로 없어 직접 삽목 해 몇 주 크게 길러 마당에 심고 즐겨보던 꽃이다.
조선시대부터 정자문화가 발달한 지리산 자락에 오니 ‘명옥헌’에 들러 고목에 소담스럽게 피는 배롱나무를 또 보고 싶다.
남들에게도 보라고 권해 주고 싶은 곳이다.
10:20. 중산리 도착. 가방무게가 무거워보였던지 이웃사촌이 무거운 짐을 들어준다기에 사양했지만 어쩔 수 없이
얼음물 두병을 건네주었더니 오늘은 좀 빨리 걸어 보란다. 지난번에 맨 뒤에서 너무 늦게 다녀 그런 모양이다.
10:50. 지난번에 45분 걸렸던 칼바위까지 30분 만에 단숨에 도착. 무거운 물통 들어주는 고마움에 대한 무언의 약속이리라.
칼바위를 지나고 출렁다리를 건너 천왕봉(우측)과 장터목 대피소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진입한다.
계곡 옆으로 난 돌 길이 습기가 많아 미끄러워 빨리 오를 수가 없다. 시원한 물소리가 정겹다.
11:00. 이온음료로 목축이고 가파른 오르막 초행길의 속도를 늦춘다. 흐르는 땀은 어떻게 주체를 할 수 가없다.
평상복차림으로 물속에서 노는 젊은이들을 보니 물 속에서 같이 놀고 싶다.
11:30. 가파른 철계단을 오르고 또 하나의 이중계단을 오른다. 팻말을 보니 장터목 대피소까지 거의 반은 온 듯싶다.
11:50. 중산리 3.1km, 장터목 대피소 2.2km 이정표가 있는 지점에서 이웃사촌을 만나니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든다.
돌만 잔뜩 쌓인 너덜지대에선 볕의 뜨거움이 대단하다. 다시 숲 속으로 들어서서 나무다리를 건너고, 나무계단도 오른다.
12:15. 유암폭포 앞을 지나 가파른 오르막에 일행이 주는 토마토를 냉큼 받아 꿀꺽. 위 아래로 땀에 젖은 모습이 방금 물에서
나온 것 같아 뵌다. 가파르게 흐르는 지류가 많아 나무다리도 많다. 높이 오를수록 꽃들이 눈에 많이 띤다. 산수국, 하늘말나리...
12:45. 장터목이 0.6km 남았다는 팻말을 보고 부지런히 가야겠다는 생각은 마음 뿐. 처음 보는 잔대의 예쁜
보라색 꽃에게 또 유혹을 당한다. 사진 찍는 동안 일행들이 모두 추월하여 치고 오른다.
13:20. 힘들게 오르고 있는데 방송이 들린다. 장터목 대피소가 가까운가 보다. 15분쯤 더 올라 샘물을 만나 배 부르도록 마시고
다 마신 빈병에도 채운다. 많은 물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물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초행길이라 넉넉히 준비 했다.
13:40. 3시간 20분 걸려 장터목 대피소 도착. 방학 이용해 온 학생들이 많고, 사방으로 구름만 보인다. 일행과 즐거운 오찬 나눈다.
14:15. 35분간의 휴식을 끝내고 이제야 시작되는 대간 길. 여러 종류의 야생화가 잔뜩 깔려있다.
동자꽃, 비비추, 원추리, 잔대, 돌양지, 까치수영... 구름이 벗겨질 때만 가끔 먼 곳의 능선줄기가 보인다.
봄에 세걸산에서 바래봉까지 걸으며 건너편으로 보이던 이곳을 언제 걸어보나 했었는데 막상 와보니 먼 곳이 안보여 안타깝다.
14:35. 연하봉(1730m) 도착. 지도와 팻말에 표시된 높이의 숫자가 다르다.
15:30. 날씨도 안 도와주는 꽃과 풍광사진 찍다가 일행을 모두 놓치고 혼자서 터덜터덜 숲속을 들락 거린다.
울퉁불퉁한 돌길이 지루하다. 다리가 아파오는걸 보니 다섯 시간은 족히 걸어나 보다.
15:45. 가파른 오르막을 한동안 치고 오르니 촛대봉(1703.7m). 지도에 표시된 삼신봉인줄 알고 올랐더니
그 봉우리는 표지판이 없어 이미 지났고, 이곳은 봉우리 전체가 바위 군으로 이루어져 그늘 없는 뙤약볕 뿐이다.
지나온 능선 돌아보니 오른쪽은 구름이 잔뜩 걸쳐 있어 왼쪽만 조금 보인다. 가야할 남서쪽 아래로 세석 대피소가 보인다.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일어서니 어디선가 소나기라도 쏟아지는지 우르릉 천둥소리가 울려온다.
16:15.세석 대피소(1545m). 땀으로 배출시킨 나머지 물을 지출 시킨다.
16:25. 대피소 아래에서 지리산의 음양수라는 물을 또 마시고 담는다. 다음에 이쪽을 온다면 오를 때 마실 물만 준비 해야겠다.
거림으로 향하는 빠른 걸음의 행보를 맞추며 이웃사촌의 뒤를 따라 6km의 하산 길을 재촉한다.
우거진 숲속으로 내려딛는 길은 의외로 좁아 산을 훼손시키지 않으니 좋다. 10분정도 내려서니 옆에서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
시간상으론 어두울 시간이 아닌데 빽빽한 숲에 안개까지 자욱하니 더 어둡다.
거리로는 6km라지만 미끄러운 내리막 돌길은 제대로 걷기가 힘들다.
지류를 건너는 세석교를 건너 이정표를 보니 아직도 4km 남았다. 하산 길은 작은 봉우리들을 다시 오르지 않아 좋다.
세석산장까지의 6km 거리인 이 길을 다음엔 또 얼마의 시간을 보내며 오르막을 걸을 것인지 자못 궁금해 진다.
판석처럼 넓은 돌이 깔린 습기찬 비탈길은 미끄러질까봐 무척 조심스럽다. 차라리 울퉁불퉁한 돌들을 밟는 편이 맘이 편하다.
부세도교를 건너고, 5분 뒤에 천작교를 건너고... 지류가 많아 다리도 많다.
17:35. 하산 종점인 거림까지 2.4km가 남았다는 팻말을 보고도 일행 중 여자 한 사람이 입은 옷 그대로 계곡물로 풍덩 뛰어든다.
다시 걸어 내려가려면 또 땀을 흘려 옷이 다 젖을텐데 도저히 못 참겠나보다.
18:00. 세석 4.7km, 거림 1.3km, 아래로 내려갈수록 계곡의 물소리는 점점 시끄럽고 돌길은 여전히 다 내려서도록 미끄럽다.
18:20. 숲에서 완전히 헤어나니 갑자기 대낮같이 환하다. 매표소 옆으론 음식점들이 즐비하고 넓고 깊은 계곡엔 인파들로 가득.
2시간 10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내려선 6km의 하산 길은 내겐 초고속.
대간 길(장터목 대피소~세석 대피소, 3.4km) 2시간을 걷기 위해 6시간 10분(11.3km)을 소비했다.
오늘의 산행 소요시간 8시간 10분.
계곡에서 많은 인파들 틈에 섞여 땀 닦고 옷 갈아입으니 하루의 피로가 다 풀리는 듯 개운하다. 19:00. 귀가 행 bus에 오르다.
2005. 7. 23.(土). 백두대간 1-2구간을 종주 하다.
(중산리-칼바위-장터목 대피소~연하봉~삼신봉~촛대봉~세석 대피소-거림 )
'백두대간 종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두대간 15회(21구간.버리미기재~ 장성봉~구왕봉~지름티재-은티마을) (0) | 2005.08.16 |
---|---|
백두대간 14회(20-2구간.밀재~대야산~촛대봉~버리미기재를 逆順으로) (0) | 2005.08.02 |
백두대간 12회(20-1구간. 늘재~청화산~조항산~고모치~밀재-농바위) (0) | 2005.07.19 |
11회, 19구간 계속 (0) | 2005.07.05 |
백두대간 11회(19구간,속리산 만수동 -피앗재~천황봉~문장대~밤티재~늘재) (0) | 2005.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