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日記

제암산과 사자산 산행.

opal* 2005. 5. 10. 22:37
 

 

철쭉꽃 산행

 

05:30. 출발. 山行地는 전남 장흥에있는 帝岩山과 獅子山. 지역특성상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하여

군산휴게소에 도착하도록 세 시간을 달리는 동안 기사 한분 외엔 모두 취침 중인 듯 조용하다. 20분간의 휴식 후 또 달린다.


6시간 걸려 제암산 들머리 감나무재 도착(11:30) 역시 멀긴 멀구나...  10 여년 전 보성차밭 출사 땐

무박으로 밤새도록 달려 율포 앞 바다에서 일출도 찍고, 차밭도 찍었었다. 

6시간동안의 지루했던 부동자세를 끝내고 bus에서 내려 쭉쭉 뻗은 송림숲으로 들어선다.

미끈한 소나무 숲길은 금방 끝나고, 흙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통나무 받쳐 계단 만들고 키 작은 철쭉을 양쪽으로 식재한,

늘 없는 넓은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날씨는 쨍 한데...


유난히 바쁘게 보내는 가운데 백두대간을 종주했던 지난 한주의 일들이 너무 피곤했던지

감기로 이틀을 누웠다가 나온 오늘의 컨디션이 영- 말이 아니다.

신체지수가 뚝 떨어진 오늘 몸에 무리하지 않도록 일부러 맘먹고 천천히 오르니

계속되는 오르막에서 점점 뒤로 쳐져 후미대장과 함께 걷는다.

'어짜피 나왔으니 몸에 열 내고 땀도 흠뻑 많이 내어 감기도 떨어트려야지.... '


12:15. 작은 봉우리에 오르니 사방이 탁 트인 조망이 시원스럽다.

발아래 보이는 반듯반듯한 논에는 모내기 준비인 듯한 물이 가득가득 담겨져 있다.

이곳엔 철쭉이 많진 않지만 녹색 반 분홍색반으로 이루어진 능선 길도 시원하게 잘 보여 기분이 짱! 

 ‘이까이꺼 뭐’ 감기쯤이야... 혼자만보고 즐기기엔 너무 아까운 룰루랄라다.


12:30. 새까만 기둥에 하얀 글씨로 날씨 만큼이나 산뜻하게 씌여져 서있는 이정표.

감나무재에서 산행시작한지 한 시간이 지났는데 이정표를 보니 겨우 2Km 왔단다.

임금님 바위는 2.2Km, 철쭉 동산은 4Km 가야 되는데... 아직도 몸이 안 풀린다.

전망 좋은 곳에 어느 산악회원의 추모기념으로 만든 작은 표지판인 불망비도 지난다. 


13:30. 입석바위와 여러 바위들을 배경으로 화려하게 핀 철쭉꽃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진 동호인들을 보니 반갑다.

‘사진 찍기엔 늦은 시간 일텐데요?’하고 한마디 건네니 멀리서 왔단다. 

몇 년동안 출사 다니며 전시회도 여러 번 가졌었는데... 지금은 삼각대 하나 만도 무게를 느낀다. 


13:40. 보성과 장흥의 경계인 제암산 정상(807m) 도착.

녹색 속에 커다란 바위가 우뚝 솟아있는데, 주변의 작은 바위들은 엎드려있는 형상이고

큰 바위의 모양은 宰相‘宰’字를 닮아 바위이름이 임금바위란다.

바위 꼭대기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많아 그 속에 섞여 한 몫 하려니 시간도 많이 걸린다.


키가 큰 나무가 없어 뙤약볕아래 정상에서 식사하는 팀들이 꽤 많다.

선두대장과 후미대장이 교신하는 내용이 조금씩 약하게 들린다. 선두는 지금 곰재를 통과하고 있으니

후미는 곰재에서 주차장으로 하산하라는 내용 같다. ‘사자산으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 곰재에서 하산하라‘며

맨 뒤에 오던 후미대장이 내게 전한다.


시간은 이미 오후 2시가 지나가고.. 주차장엔 5시까지 도착해야하는데..

철쭉군락지의 진수를 맛보려면 이제부터 시작인데... 점심 때도 지나 배도 고프고... 어쩐다?

오늘의 몸 상태가 안 좋으니 이대로 내려설까? 아니지 이 먼 곳을 내가 또 언제 와 보겠다구..


여러 생각으로 갈등을 느끼다 이대로 내려 설순 없다는 생각이 더 크게 작용하여 후미대장을 뒤에 두고 걸음아 나 살려라 -

한걸음에 달음박질하듯 내려선 곰재. 이젠 감기쯤의 엄살은 봐주지 말자. 사정없이 내달려 그런가? 메모지와 볼펜이 없어졌다.

어쩌지?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뿐으로 너무 신경을 안썼나? 모르겠다 그냥 머릿속에 집어넣자.


곰재산을 향해 다시 철쭉능선을 오르는데 앞서가던 일행이 철쭉꽃 사이에서 부르기에

가보니 감기로 입맛이 없을 텐데 먹어보라며 집에서 준비한 제육볶음과 상추쌈..등을 권한다.

힘든 산행 중에도 이몸 생각해준 체리님께 다시한번 감사 드린다.

후미대장은 후미의 다른이 들과 곰재에서 내려섰는지 안 보인다. 이젠 내가 진짜로 꼴찌다.


곰재산을 오르니 앞뒤로 철쭉이 장관을 이룬다. ‘제암 철쭉제’는 어제로 끝났어도 사람들이 많아 북적댄다.

마주치는 사람마다 모두들 입을 벌린 채 다물 줄을 모르고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또 한가지의 복이로구나... 꽃(자연)속에 묻혀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철쭉꽃 나무와 사람들 키가 비슷해 나무 속에 묻히면 얼굴만 나와 그대로 꽃이 된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동화됨을 느낀다.


오래 머무를 시간이 없어 그대로 철쭉나무 사이로 난 길을 통해 사자산으로 향한다.

곰재에서 간재까지가 말 그대로 철쭉동산 천상화원이다.

밥도 먹었겠다. 꽃에도 취했겠다. 사자산으로 오르는 가파른 오르막을 힘든 줄 모른 채 오른다.

왼쪽멀리 스카이라인을 이루는 산꼭대기가 온통 진홍색으로 덮혀 있어 지나가는 분께 물어보니 일림산 이란다.

이곳에서 보기에도 멋지니 그곳에 가 보면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15:55. 사자산 정상(666m) 도착. 하산 약속시간을 지키기 위해 헐레벌떡 올라섰다.

멀리 율포 앞바다 보성만이 보이니 가슴까지 시원하다. 그 안의 섬들도 예쁘게 보이고...

아래에서 보면 누운 사자형상이며 이곳이 꼬리부분에 해당된다나?

돌아서서 걸어온 길을 보니 완전히 S字모양이다. 사방을 내려다보느라 사자의 어느 부분인지

신경 안쓰는 데도 가야할 곳이 머리 부분에 해당된다는 사자 두봉이 오른쪽 멀리 보인다.


사자의 등줄기를 밟고 지나가는 능선 길엔 철쭉꽃의 양은 적지만 오후로 기운 햇살이

역광으로 비치니 녹색의 나뭇잎과 분홍색 꽃 색이 더 화사하고 아름답다.

내려다보이는 남쪽 마을의 색채도 꽃 색갈과 대비되어 바다색과 비슷하게 시원해 보인다.


16:00. 가도 가도 사자 머리봉은 멀리만 보이고... 시간에 쫒기니 더 멀어 보인다.

능선길이라서 힘은 덜 드는데.. 약속시간이 한 시간 남았으니... 하산 길도 가파르다 하던데...

이곳은 바위 능선길이라고나 할까? 여지 껏 걸었던 곳보다 모난 바위들이 많이 밟힌다.


16:30. 사자두봉 도착.  그동안 좋은 구경 싫컷 했으니 돌아볼 것 없이 그대로 하산이다.

잡목과 조릿대가 섞인 숲에 길다운 길은 없고, 가만히 서있어도 미끄러져 내릴 듯한

낭떠러지에 발자국들의 흔적만 남아있는 듯한 가파른 내리막이다.

조릿대를 자른 곳에 길이 형성되어 한번 엉덩방아라도 찧는 날엔 엉덩이가 온전치 못하리다.


숲을 빠져나와 너덜지대 돌들 위에서서 바라보니 멀리 금성저수지위로 주차장에 세워놓은

차들이 가물가물 보이는데  숲을 한 번 더 거친 후에 도착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게 생겼다.

다래덩굴이 정신없이 엉겨있고 잡목우거진 밀림같은 잡목 숲을 내려서서 풀숲을 걷고 있는데

옆사람에게 전화가 온다. 어디쯤 오느냐고...


17:20. 주차장 도착.  약속시간 보다 20분 지각. 오늘의 총 산행시간 5시간 50분.

17:30. 귀가행 bus출발. 올때 6시간 걸렸으니  밤 11시는 지나야 집에 도착 하겠지?


2005. 5. 10.(火).  철쭉의 향기가득한 제암산과 사자산을 오르다.

                   (감나무재~작은산~시루봉~제암산~곰재산~사자산~사자두봉~신기리)

 

('꽃사진' 폴더에 꽃사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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