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日記

두번 째 오른 노인봉.

opal* 2005. 7. 26. 21:17

 

05:30. 출발. 산행을 위해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기는 오랜만이다.

08:00. 횡성(소사)휴게소 도착하여 20분간의 휴식.

08:50. 진부IC를 나와 지방도로 달리는 차안에서 ‘조용히 입산 하라’는 주의를 준다.


09:10. 진고개 못미쳐 차에서 내려 오른쪽 잠궈진 문 옆으로 들어서며 내뱉는 첫마디가 ‘어머나 추워라’.

냉방시설이 잘된 차에서 몇 시간을 지내다 내렸는데도 와 닿는 바람이 차다. 지역적으로 기온차가 심하다.

마찻길 정도의 넓은 길은 잡초로 우거져있고, 하늘과 맞닿은 한쪽 언덕의 넓은 고냉지 배추밭은

풀 한포기 없이 잘 가꾸어져 있어 시각적으로도 시원함을 느낀다.

하늘의 파란 빛과 흰 구름을 배경으로 피어 있는 달맞이꽃의 노란색, 개망초의 흰색도 초록의 풀잎과 어우러져 시원함을 더 해준다. 


09:25. 진고개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 신갈나무들의 군락지인 숲 속으로 들어서니 방금 비가 그친 듯한 물기 있는 모습으로

색이 짙으며 싱그럽다. 나무들 사이로 간간히 비치는 햇살에 야생화들의 모습은 더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태를 뽐내고 있으니 피치 못할 나의 행동은 또 시작된다. 반가워서 팔짝 팔짝 뛰고 싶을 정도...

 

꽃 사진의 최적 조건인 오전 햇살의 역광과, 처음 인사 나누는 자주색 난꽃.

산행을 위해 온 것인지 출사를 나온 것 인지 자신도 순간적으로 착각할 정도.

몇장 찍고 뛰고, 또 찍고 재촉하여 앞 선 일행들을 만나니 마치 숲 속 행군. 다행히도 오르막이 짧아 한 시간 정도 걸으니

거의 다 올랐는지 평지 같은데 바람 따라 산 속으로 안개가 서서히 드리워져 더 더욱 시원하다.


10:35. 노인봉 정상(1338m)도착. 나무들만 우거진 흙길을 걸어 왔건만 정상 봉우리엔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바위만 모여 있을까?

보여야 할 탁 트인 조망과 주변의 골진 산세들은 보이지 않고 안개만 날아간다.

감회가 새롭다고 하기엔 너무 짧은 세월일까? 2년도 안된 산행경력. 평생에 처음으로 산악회(지금과 다른)라는 곳에 동참하여

오른 곳이 이곳 노인봉이다. 그 때 자신에게 고마워 눈물이 날뻔 했는데 지금 이 글을 쓰며 다시 눈물이 나는 건?

계속해서 산행을 할 수 있도록 해주신 신에게 고맙고, 산행을 권유해준 친구에게도 고맙다.

오를 때 마다,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산은 언제나 새로운 모습. 언제가 될지.. 백두대간 종주 때 만날 이 산은

또 어떤 모습일까? 또 나는? 정상에서 체리님이 준비한 언 수박을 나눠먹으며 일그러지는 얼굴 표정들이 참 재미있다.


10:55. 내려선지 10분 만에 노인봉 산장도착. 다른 팀들의 소리가 왁자지껄 들린다.

실 생활속에선 반갑지않은 안개가 지금은 한껏 신비스런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 좋으니, 사람 마음이란 참...

파스텔 톤으로 변한 수채화 같은 숲속이 아름답다. 한 동안 가파른 내리막에서 바위를 밟으며 사쁜사쁜 몸 가볍게 내려딛는

일행의 뒤를 쫓아 흉내 내려다 가랑이 찢어질 것 같아 남들 두 번 딛는 발자국을 세 번에 밟으며 쫓자니 바쁘다.


11:35. 졸졸 흐르는 계곡물을 만나 손을 담그니 시원하다. 얼른 세수하는 사람도 있다.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10분 만에 낙영 폭포를 만난다. 같이 내려딛는 물소리 따라 계곡이 넓어지며 깊은 골짜기로 변한다.


12:15. 광폭포 도착. 넓은 계곡물을 바라보며 오늘 산행 중 처음으로 물 한 모금을 마신다. 그것도 옆 사람이 주는 것으로.

여름산행치고는 땀을 많이 안 흘렸으니 오늘의 코스는 잘 선택한 것 같다.

빨간 철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 옆의 그늘진 암반에 누워 하루쯤 보내면 좋겠다. 책을 읽는 게 좋을까 수다를 떠는 게 좋을까

아님 물소리 들으며 조용히 지내는 것이 제일 좋겠지? 물소리가 소음으로 들리진 않을까?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


12:35. 물이 한데 모여 넓은 소를 이루다가 한쪽으로 비껴 흐르니 넓은 암반은 그대로 빈자리가 되어 삼삼오오 모여앉아

맛있는 점심. 물이 맑고 깊으니 유혹에 못 이겨 일부러 입은 채로 뛰어드는 사람 있다.

오늘의 산행은 여기서 접고 늦도록 자연을 즐기다가 귀가하고 싶다.


13:05. 소풍 나온 기분의 점심시간을 끝내고 5분정도 내려서서 만물상을 만난다. 한번 와 본 곳이건만

느낌은 예전과 또 다르다.  금강산을 다녀온 이후에 다시 보니 기암절벽과 금강송 나무들과 계곡물의 어우러진 모습이

마치 잠깐 동안 금강산의 만물상 계곡에서 걷고 있는 듯하다.


노인봉에서부터 시작된 물줄기는 아래로 흐르며 폭포, 소, 담, 기암괴석, 층암절벽... 절경을 만들어 준다.

삼십여 년 전 우리나라 최초로 명승지라 붙여진 ‘청학동 소금강’이라서 곳곳에 붙여진 이름도 많다.


13:45. 삼선암과 학유대를 지나 구룡폭포 도착. 전에 가족과 반대쪽에서 오를 땐 이곳까지만 올랐었는데.

부드럽게 흘러 내려 소를 이루다가 다시 또 한번 힘차게 떨어지는 2층 폭포는 금강산의 구룡폭포보다

한 번에 떨어지는 길이만 짧을 뿐 대적 할만하다. 식당암까지 내려서도록 많은 철다리들을 건너며

양쪽 위의 멋진 모습들을 쳐다보며 걷느라 목과 눈이 바쁘다.


14:10. 금강사 도착. 예전에 율곡 이이 선생이 금강산과 견줄만한 절경이라하여 금강사 앞 커다란 바위에

‘小金剛’이라 새겨 논 글씨가 아직도 선명하다. 사찰을 둘러본 후 물 한모금 마시는데 스님이 와 밖에 있는 물을 마시라한다.

그러지 않아도 경내라서 조용조용 다니는 중이었는데.


14:30. ‘소금강은 江이 아닙니다’ 계곡의 절경을 자랑 하는데 굳이 이런 글을 쓴 커다란 안내판을 길옆에 비치해야 할까?

금강송이 빽빽한 우거진 숲을 거쳐 청학산장을 지나니 갑자기 관광객들이 많아진다.

오늘의 산행 소요시간 5시간 30분


14:45 주차장 도착하여 후미까지 기다린 후 주문진항으로 향한다.

 달리는 차 안에서 "바다에 가 해수욕 하실 분~" 물으니 희망자가 없다. 산꾼들이라 그럴까? 

맑고 시원한 계곡물 맛을 봤으니 바닷물은 좀... 모두 횟집으로 들어가 하산주와 싱싱한 회 안주로 배를 채운다.


17:45. 귀가행 bus에 올라 귀가, 강원도 평창휴게소에서 쉴 땐 바람도 많이 불고 시원하더니,

경기도 여주휴게소에서 쉴 땐 푹푹 찌는 더위. 많은 기온차를 느끼며 오늘 하루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무리 한다.


2005.  7. 26. (火). 오대산의 소금강 지구 노인봉을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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