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日記

설악산 백운동 계곡(2)

opal* 2005. 7. 12. 19:21

 (1에서 계속.)

 

수고하신 님들의 덕분에 모두 안전하게 내려서서 폭포 구경도 하고, 다시 암반을 딛으며 계곡을 따라 내려서는데

암반이 물기 많은 비탈진 경사면이라 딛고 내려서기가 또 위험하게 생겼다. 옆에 매어놓은 줄을 잡고 한사람씩 내려딛다

여자 한 분은 다행히도 줄을 잡은 채 미끄러지고, 남자 한 분은 미끄러져 온 몸이 물속으로 풍덩.

다치지만 않으면 옷이야 어짜피 땀에 젖은 것이고 기능성이라서 쉽게 마르겠지만 휴대폰이 작동을 안 한다니 걱정된다.

       

휘어져 흐르는 하나의 계곡을 지름길로 가느라 이리 건너고, 저리 건너고 또 건넌다.

많은 물이 변화를 일으키며 만든 작은 폭포들도 많으니 볼만한 소(沼)도 많다. 내려가면서 지류와 합쳐져 계곡이 점점 넓어지니

물에 한번 빠졌던 분은 아예 물속에서 커다란 돌로 징검다리도 놓아주고 한사람씩 손을 잡아 잘 건널 수 있도록계속 도와준다.

오늘 모처럼 나온 모양인데 수고가 참 많다.


여기까지가 오늘의 핵심인 ‘곡백운 계곡’이다. 오른쪽에서 또 하나의 커다란 물줄기가 내려오는데 그 곳은 ‘직백운 계곡’이란다.

이 두 계곡이 만나는 지점엔 수량도 많지만 계곡 넓이가 넓고 얕으니 모두들 신과 양말을 벗고 건넌다.

 혼자서만 얌체처럼 옷 젖은 분한테 부탁하여 업혀 건너는 행운을 얻는다. 

많이 다친 정강이에 물을 안 묻혀 행운일까 꽃미남 등에 업힌 일이 행운일까?


13:15~:45. 일행이 흩어짐 없이 한군데 모여앉아 밥 먹기도 처음이 아닐까? 넓은 반석위에서 양말까지 벗은 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다시 백운계곡을 따라 내려서는데 몇 분은 계곡물을 건넜다 길이 없어 다시 되돌아오기도 한다..

      

곡백운과 직백운이 만나 백운계곡이 되고, 다시 용아장성능선 아래쪽 계곡과 만나 구곡담계곡이 되고,

더 내려가 가야동계곡과 만나 수렴동계곡이 되고, 아래로 점점 내려가면서 양쪽에서 모여드는 지류들과 만나 백담계곡이 된다.

       

물이 점점 불어나면서 건너는 일도 만만치 않게 생겼으니 잘 알아보고 건너야한다.

지도상 거리로 볼 땐 백담사까지 만도 아직 반도 못 왔는데. 커다란 바위틈으로 쏟아지는물소리가 우렁차고

 무섭게 들리는 곳도 있다. 숲속을 드나들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계곡 따라 내려선다.

       

14:20. 계곡물이 잠시 잔잔해지며 계곡아래 멀리 빨간 다리가 보인다. 어느 쪽으로 가야 저 다리를 편하게 건널 수 있는 걸까?

도움을 받으며 바위를 건너뛰고 물을 건너 다리 앞에 오니 여기서도 여전히 여기저기서 내려오는 지류들이 합쳐진다.

다리를 건너고 계류 따라 걷는데 비탈진 암반에 빨간 철 난간을 만들어 놓아걷기에 편하니 맘도 편하다.

위험한 고비를 모두 넘기니 제대로 고개 쳐들고 맞은편의 기암괴석을 감상도 한다. 길다운 길이 시작된 것이다.

      

14:35. 첫 번째로 만나는 구조지점 표지목을 보니 다 내려온 기분인데 앞으로 2.3km를 더 가야 수렴동 이다.

그러면 이곳이 구곡담 계곡 쯤 된다. 15분쯤 더 걸어 내려와 표지목을 보니 백담사까지의 길이가 아직도 6.5km 남았다.

이곳에 오니 이제야 등산객들이 어쩌다 하나 둘씩 눈에 띈다.

      

 15:05. 조금 전에 수영금지라는 팻말을 보았으니 수렴동 계곡 가기 전에 물의 흐름과 깊이와 여러 가지로 여건이 맞는

적당한 장소를 택해 땀을 닦는다. 어떤 이는 옷을 입은  채로, 어떤 이는 웃옷을 벗고, 어떤 이는 신을 벗고,

제각각 편한 대로 모두들 첨벙첨벙.

       

15:20. 계곡과 나란히 하며 수렴산장도 지나고, 산죽나무 길도 지나고, 울창한 숲길도 지나며 곳곳에서 흘러드는

지류 위의 빨간 다리도 많이 건넌다. 계곡의 폭이 넓어지니 물은 얌전하게 흐르는데 물빛을 도무지 표현을 할 수가 없다.

연두색도 아니고 노랑도 아닌 것이 소용돌이 칠 때만 하얗게 변하고 있다.

       

울창한 숲속에서 심호흡을 하며 평지같은 길을 걷다 오르막 숲으로 오르니 계곡물이 저아래 낭떠러지에서 무섭게

 소리 내며 흐른다. 다시 물과 가까이  만났다 헤어지고 다시 만났다 헤어지며 길고 긴 하산 길이 이어진다.

       

15:45. 영시암 도착. 자연보호 해야한다며 사패산 터널 뚫는 것 반대하더니 국립공원인 이곳도 너무 많이 파헤쳤다는 분이 계시다. 

       

오전 중에 끝난 오르막 길이 하산길에 비해 짧기도 했거니와 긴장되는 순간도 있었고, 볼거리도 많았던 이 더운 날에

하루 종일 물과 함께 걸으니 더운 줄도 모르고 숲속에선 오히려 서늘하여 땀이 식어버리니

준비했던 물아 많이 남았다. 무엇보다도 장마중이라 수량이 풍부하여 물 구경 하나는 확실하게 한 셈이다.


오랜만에 다시 보는 백담사에 도착하니 다리도 산뜻하다. 백담사에 들러 잠시 둘러보고나오니 17:00.   

17:20.  매표소 앞까지 셔틀 버스로 주차장에 도착.  18:00.귀가 행 bus에 오르다.

 산행소요시간 8시간.

 

2005. 7. 12.(火). 설악산 계곡의 숨겨진 비경을 몰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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