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日記

同名異山 작성산

opal* 2004. 12. 14. 20:48

 

 

 

06:00.  경북 문경에 있는 작성산을 향해 출발.  인원이 많아 대형버스외에 작은 차 한 대가 더 간단다.

 산행지도 조차 볼 줄 모르고 산행 경력이라고는 없는 햇병아리가 산악회의 산행을 따라 나섰다.  


“오늘 아침엔 떡과 김밥 중에 골라 드세요“  따끈따끈한 떡을 얼른 받아 무릎위에 놓고 점퍼로 덮었다.

창가에서 냉기가 내려와 차가워진 무릎을 따뜻하게 하느라 먹는 일은 나중으로 미루고 잠을 청했다.


차는 소등 한 채 조용히 한참을 달린 후에 "안녕히 주무셨어요?” 휴게소에 다 왔다는 총무님의 신호다.

차에서 내려 굳어진 몸을 풀고 생리작용 해소 시키고, 개운해진 맘과 몸으로 다시 차에 오르니 총무님이 인사를 한다. 

늦은 인삿말을 듣고보니 이른 아침에 나오는 산님들을 위해 배려해주는  마음의 씀씀이가 곳 곳에서 배어 나온다. 


"내일(12월15일)부터는 전국의 산이 입산금지 기간에서 해제 되는데 오늘은 어떨런지...

문경 시청에 문의도 해놨고, 지역마다 날자가 하루 차이로도 틀리니 산행하기도 참 힘들다“는 애로사항까지

인삿말이 끝나고, 차는 단양IC로 빠져나가 들머리 매표소 입구에 도착 한다.


대장님이 매표하러 내렸다가 한 참 후 버스에 올라 “입산금지 기간 이라 이곳 산행은 못 한다” 는 청천벽력!

그동안 조용했던 산님들은 웅성대기 시작하고 시각은 이미 10시를 넘었다. 사공이 많으니 배는 산으로 오르려 한다.  

시간이 좀 지난 후에 새로운 산행지도 한 장을 들고 제천에 있는 “동산”으로 결정하겠다며 다시 출발.


대장님들끼리 지도를 보며 얘기 나누고, 산행시간이 늦어지니 산님들은 술렁대고,

기사님도 급하신지 한참을 마구 달리다보니 멈춰야할 장소를 지나쳐 U턴을 하게되고,

같이 출발했던 작은 차에선 어디에 있느냐고 전화가 온다.

 

"아예 점심을 먹고 오르면 어떻겠냐?"는 어느 님의 농담 소리를 들으며 차에서 내린 시간이 11;25. 

콘크리트 언덕길에 숨을 헐떡이며 앞선 님 들을 쫓는다.

처음부터 늦게가면 힘이 더 들거니와 처음엔 앞 서 가도 나중엔 점점 뒤로 쳐지는 산행실력이기 때문이다. 

계곡 오른쪽 산속으로 먼저 가셨던 분들이 길이 없다며 도로 나왔다. '이럴 땐 좀 뒤에 가는 것도 괜찮군 히히히.. '


콘크리트 언덕길이 지난 후에 모 방송국의 드라마 촬영장이 있었다. 그 옆엔 마구 파헤쳐진 돌덩이들이 많아

걷기에도 힘이 드는데 그 왼쪽 밭둑으로 사람들이 오르기에 그냥 뒤쫓다보니 이상한 생각이 든다.


차 안에서 대장님의 산행지도를 컨닝 했을 때 계곡 오른쪽이 동산이고, 왼쪽은 적성산 이던데..

숲속에서 한참을 걷는 동안 내 뒷 분들은 이미 앞질러 갔고, 뒤엔 인기척이 전혀 없다.

등산객이 적어 그런지 길은 흐릿하고 앞엔 커다란 바위가 가로막고 섰는데 혼자 오르기엔 벅차다.


바위에 잡을만한 흠집도 없어 미끄러져 뒤로 나자빠지면 어쩌나 걱정 되어 대장님께 전화를 거니 불통.

다시 총무에게 걸었다. 남들이 앞서 가기에 뒤쫓아 올랐는데 아무래도 동산이 아닌 것 같다며 내 소재를 알리니

안전하게 잘하고 내려오라는 얘기만 해준다.


후미대장이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혼자 투덜거리며 낙엽 길로 계속 오르니 길은 불분명하고,

나무에서 나무로 지그재그로 묶어놓은 비닐포장 끈을 따라가며 뒤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다급해진다.


쉬지도 못하고 한참을 오르니 앞서가던 두 분이 배가 고파 간식을 드신다며 주시기에 받아먹고,

"여기는 아무래도 동산이 아니고 적성산인 것 같다"고 했더니 "그럼 우리가 처음에 가려던 그 적성산이 아니냐?" 며

"어딘지도 모르고 쫓아만가고 있다’"고 하기에 동산 옆에 있는 同名異山인 작성산 같다고 했다.


출발한지 두 시간 만에 정상에 오르니 아니나 다를까 조그맣고 새까만 표지석엔 '작성산'(771m)이라고

씌어있다. 자 이젠 어쩐다? 대장님께 전화를 하니 ”새목재‘로 오라 하신다. 


표지석엔 포전리(7.3km)와 성내리(10.5km) 두 곳만 표시되어 있고, 새목재가 어느방향인지 알 수도 없고,

한분은 건너편 능선마저 다 타고 가자는 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니 일단 차가 있는 방향으로 가다가 결정하자며 하산시작. 

올라올 땐 낙엽도 많더니 하산 길 은 무척 가파르고 돌들도 많아 조심 또 조심!

 

한 시간을 내려오니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아래쪽으로 조금 더 걷다보니 반대편 산 쪽으로 길이 나 있고,

이름도 각양각색인 산악회의 리본들도 나폴거리며 매달려있다. 

 

남근석 입구라는 표지판이 있기에 구경하고 가자며 다시 밧줄을 잡고 올라섰다.

 

우리가 갔었던 산을 이쪽에서 바라보니 걸을 때와는 달리 거대한 암산으로 보이다.

다양한 모양의 돌들과 남근석을 구경하고, 마지막 남은 물로 목을 축이고 나서 위쪽을 바라보니

기암괴석들과 능선의 아름다움이 유혹 한다. 머리 위로 보이는 바위에는 밧줄들이 늘어져 잡아주기를 기다리고...


여자 한 분은 힘이 들어 하산 하겠다기에 헤어진 후 밧줄에 온 몸을 맡기며 연속해서 능선까지 올라섰다.

위험하고 힘든 만큼 재미는 느껴지고! 오를수록 풍광은 더 멋지니 이 맛으로 산행 하는게 아닐까?


두 산을 다 거치며 산과 물이 어우러진 멋진 절경을 본 만족감!

날씨가 좋았던 오늘, 충주호를 바라보며 내려오는 맛은 기대 이상이다. 무봉(안개봉)에서의 시간이 오후 세시 반.

시간이 늦어지니 걱정도 시작되고 능선에선 오로지 한 길로 양쪽 옆으론 절벽 낭떠러지라서 내려 설 수 도 없다.


총무님한테서 전화가 온(16;00) 후 대장님 두 분이 작은 차로 마중을 나왔다.

한쪽 가슴엔 만족감, 또 한쪽 가슴엔 미안함으로 차 문을 여는 순간...

뒷좌석의 낯선 남녀 두 분, 얼굴 붉히며 고성과 삿대질로 혼성 듀엣!  "이제오면 어떻게요?" 기절 직전이다.

 

작은 차에서 내리니  다른 일행들은 밥을 모두 먹고 치운 상태다.

하산 시간이 늦어 점심도 못먹고 얼굴을 못 들고 버스에 오르니 "사고 없이 잘 내려 왔으니 됐다."

"점심도 못 먹었으니 배가 고파 어쩌냐." "나도 아마 그 곳으로 갔다면 그랬을 께다" 등 등 위로를 한다.

역시 산님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16:40. 약속시간 보다  10분 늦게 귀가행  버스 출발.

돌아오는 차 안에서의 총무님 멘트 "다음 주 산행 땐 동지죽을 전라도식으로 새알심 넣고 맛있게 끓여 드릴께요.

죽이 싫으신 분은 찰밥 맛있게 해드릴테니 다음 주에도 꼭 오세요”

배고픈 사람 앞에서 왜 먹는 얘기만 할까? 그래도 괜찮다.  오늘의 나는 배고픔보다는 산행 만족감이 더 컸으니까!!!

 

귀가 중 잠시 휴게소에 들리는 시간, 호두과자와 콜라 캔 구입하여 같이 동행하느라  식사 못한 분께 건네니

평생 잊지않을 것 같다고 하신다, 얼마나 시장하셨으면 그런 말이 나왔을까?

길을 몰라 고생하고 내려와 밥도 굶은 사람들에게 고성과 삿대질이라니 .... 산행도 안한 주제에....

나야말로 처음 나온 산행 날... 이런 사람들과 마주 하다니...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2004. 12. 14.(火) 제천에 있는 작성산과 동산을 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