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 27회(27구간,싸리재~흙목정상~솔봉~묘적령~묘적봉~도솔봉~죽령)

opal* 2005. 12. 20. 16:35

 

05:30. 출발. 차 창에 하얀 아름다운 무늬 성애가 생기는 걸 보며 잠을 청한다.

07:50. 치악 휴게소. 얼마나 열심히 잤는지 눈이 금방 안 떠진다. 뜨거운 국에 밥 말은 그릇을 쥐고 있어도

영하의 날씨에 밖에서 먹으니 손이 시리다.

 

09:10. 소백산맥의 죽령(689m)도착. 문경새재와 추풍령과 함께 영남 세 관문 중의 하나이다.

고개이름 하나면 족할 텐데 웬 안내판이 그리 많은지, 경북과 충북의 경계라서 道는 도 대로, 市는 시 대로 서로

자기지역 홍보하기에 바쁘다. 지난 구간에 하산했던 싸리재에서부터 시작해 죽령으로 와야겠지만 구간거리가 길어

남조리에서 대간 능선인 싸리재까지 오르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역 산행을 한다.

 

<'서기 158년에 竹竹 씨가 만든 길',  개척 년대가 확실한 고개, '2000년의 유구한 세월에 애환도 많았다'는

죽령 옛길의 소개> 안내판을 훑어본 후 아이젠을 착용하고 낙엽송이 쭉쭉 뻗은 남쪽방향 산으로 오른다.

 

09:45. 하얗게 눈 쌓인 쉼터를 지나 돌길을 오르고, 지뢰지대를 알리는 팻말도 보며 올라서니 죽령1.3km, 도솔봉 4.7km.

죽령에서 도솔봉 까지 6Km 거리에 고도 620 여m 를 올라서야 한다는 얘기이니 들쭉날쭉 산에서의 고행이 예상된다. 

푹푹 빠지는 눈길을 오르고 또 오르며 땀을 뻘뻘 흘리니 애꿎은 모자만 썼다 벗었다, 10분쯤 더 오르니

눈에 덮힌 헬기장인지 쉼터인지, 억새 사이로 음력 열아흐레의 달이 일그러진 채 파란 하늘에 외롭다.


10:05. 해발 1100m. 고도가 높아지며 바람의 세기가 심하고 쌓인 눈도 많다. 10분 쯤 더 오르니 해발 1130m,

산죽 사이로 난 오르막에서 돌아보니 소백산의 제2 연화봉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인다.

 다시 20분을 오르니 해발 1220m. 눈에 덮힌 산죽 길과 바위 길을 계속 오른다.

 

10:45. 해발 1230m. 죽령3.3, 도솔봉2.7km의 이정표를 지나 눈 위로 난 발자국 따라  더 오르이제야

우측 큰 나뭇가지 위로 먼 산의 스카이라인이 보이고 앞의 봉우리가 보이며 멀리 도솔봉도 보인다. 

 

11:00. 머리에 바위와 소나무를 이고 있던 앞에 보이던 봉우리는 바위 길을 오르내리며 능선이 아비탈길로 계속 오르니

해발1260m. 이 봉우리가 삼형제봉 일까? 5분쯤 더 올라 좌측으로 비켜바위에 올라보니 죽령부터 올라섰던 능선과

길 건너 소백산 전체가 한 눈에 보인다. 탄성이 절로난다.

       다음 구간에 가야할 국망봉까지의 모습이, 지금은 쾌청한 날씨와 따뜻한 햇살에 온화해 뵈지

1년 가장추운 1월에 전국에서 가장 매서운 칼바람으로 유명한 능선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걱정 말고 오라는 듯 내게 유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멋진 풍광도 안 보고 달려가는 바쁜 걸음이 있는가 하면

한 분은 ‘소백산을 오늘 다 봤으니 다음엔 안 와도 되겠네’ 하신다.

 

11:15. 도솔봉이 잘 보이는 봉우리에서 타이어를 잘라 덧댄 급경사의 나무계단을 내려서니 해발 1150m.

11:40. 해발1240m의 제 2전망대. 비행기가 방금 지나갔는지 흰 줄을 선명하게 그려놓은 파란 하늘 아래로 장쾌하게 뻗은

산줄기들이 가슴까지 시원하다. 도솔봉 정상에서 빨리 오라 부르는 일행이 있고, 후미 팀은 뒷 봉우리에 서 즐기고 있는 듯하다.

해발 1270m의 팻말을 지나 도솔봉을 향하는 막바지 오르막에 온 몸이 다시 땀에 젖어 모자를 벗으니

젖은 머리가 금방 고드름처럼 얼어붙는다.


12:05. 도솔봉(1314.2m) 정상. 작은 표지석과 돌탑이 있고 아래로는 몇 시간 뒤에 우리가 내려가야 할 마을도 보인다. 

설경으로 양지와 음지가 뚜렷이 구분된 채 몇 겹으로 에워싼 입체적인 산들이 사방으로 가히 절경이다.

도솔봉만의 단독 산행이라면 추워도 참아가며 더 감상하고 싶지만 6km를 세 시간 동안, 이제 1/3정도 왔으니

갈 길을 재촉할 수밖에 없다.

오늘 구간은 거리가 길어 한가롭게 앉아 먹을 시간이 없어 가파른 바위사이에 만들어진 나무계단을 내려서며 떡을 먹는다.

겨울잠을 자는 듯 조용한 계곡 아래로 한적한 풍기 시가지가 내려다보인다.

 

13:00. 묘적봉(1148m).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섰는데 아직 반도 못 왔다. 내려섰다 다시 올라선다. 

음지엔 눈이 쌓이고 양지엔 낙엽인 능선을 걷고 또 걸어  묘적령에(13:15) 도착.

이제야 반 정도 왔는데 벌써 기운이 없다. 사동리로 내려가는 이정표가 있다.

 

13:20. 오솔길 옆의 긴 의자 위로 쌓인 눈을 밀어내며 가방을 내려놓고 하나 남은 떡을 꿀맛으로 느끼며 먹는데

다른 이들은 하산 지점인 유황온천에 가 목욕 한다며 모두들 눈길을 내 달린다. 1000m가 넘는 봉우리를 올랐다 내려서기를

반복하는데 양지쪽의 눈이 없는 길은 먼지가 일고 그늘 쪽의 산비탈에선 눈에 빠져가며 걷는다.

 

14:15. 제 때에 점심을 못 먹어 허기진 배를 과일로 채우고 발자국 따라 걷고 또 걷는다.

14:25. 통나무 받침대로 만든 계단 옆 나무에 솔봉(1102.8m)이란 표지를 보며 오르니 정상엔 큰 나무가 없고 삼각점 하나만 있다.

앞에 가던 분이 우측으로 길을 잘 못 들어 되돌아 올라와 좌측으로 함께 내려 딛는다.

솔봉에서 내려서서 걷는 능선 길에 뒤돌아 보니 도솔봉과 전 봉우리 사이로 아직도 소백산 연화봉의 시설물이 보인다.

 

14:40. 뱀재 일까? 작은 나무들로 이루어진 낮은 지역인데 팻말이 없다. 5분쯤 오르니 억새와 눈 만 하얗게 쌓인 헬기장.

팻말 기둥에만 헬기장이라는 글씨가 있을 뿐 나무판의 글씨는 모두 지워져 알아 볼 수가 없다.

15:00. 처음 만나는 소나무 상록수림이 반갑다. 아래의 마을을 바라보고 싶지만 바람이 세차게 얼굴을 때려 외면하며 걷는다.

송전탑. 양쪽 옆은 단양의 대강면과 예천의 산기슭, 홀로 높은 곳에 우뚝 솟아 고압전류 흐르는 소리가 애처롭게 들린다.

 봉우리에 오르니 앞에 더 높은 봉우리가 보이고 좌측 나무사이로 돌탑도 보인다.  높은 봉우리에 해가 가려져 벌써 어둡다.

 

15:25. 흙목정상(1033.5m). 눈 속에 묻힌 삼각점의 +표시만 얼굴을 내밀고 있다.

뒤로 내려다 보이는 마을을 배경으로 기념 한 장 찍고, 눈 속으로 푹푹 빠지는 발자국을 따라 내려딛는데,

옆에 하얀 눈 위로 난 작은 발자국은 무슨 짐승의 것인지 일정하게 길고 예쁘게 그린 듯 아름답다.


16:00. 싸리재. 갈 길은 멀었지만 오늘도 해 냈구나 하는 안도의 숨이 나온다. 지난 구간 때 한 번 내려딛던 곳이라

시간과 거리를 예측하며 내려가니 편하다. 눈이 더 내려 미끄럽고 계곡에 흐르던 물이 흘러내리며 빙판을 이루고 있어 조심스럽다. 

 

16:45. 온천 마당 주차장 도착. 오늘의 산행 소요시간 7시간 30분.

선두 팀은 두 시간 전에 도착했고 후미 팀은 한 시간이 더 걸린  17:45분에 도착.

산행 거리가 길 수록 선두와 후미의 차이가 크다.  늦은 점심 먹고 차에 오른다.

 

2005년 1월에 대간 종주를 시작하여 12월이 되었다. 처음엔 한 달에 1회 걷던 것을

한 달에 2회로 바꾸어 걸으며  오늘로 1년이 되었다. 

 열두 달 동안 21회에 걸쳐 연속 열 여덟 구간을 (10~27구간) 걸었고, 중간 중간 지리산 세 구간과 영취봉 한 구간까지

합치면 진부령까지 총 44구간 중 모두 22구간을 걸었으니 거의 반을 걸었다.

연속해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걸은 자신이 대견스러워 자축의 의미로 막걸리와 삼합 안주로 서너 명이 조촐하게

뒤풀이 겸 송년회로 오늘을 마무리 한다.

 

2005.12.20.(火) 백두대간 종주 27구간을 종주하다.

(싸리재~흙목정상~뱀재~솔봉~묘적령~묘적봉~도솔봉~삼형제봉~죽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