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日記

동강 백운산.

opal* 2005. 8. 30. 22:02

 

05:30. 남쪽지방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 우산을 준비했다 그냥 나서서 차를 타니 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다 그친다.

07:30. 문막 휴게소. 사흘 전 지리산의 긴 산행과 어제 저녁에 잠을 제대로 못자 덜 피곤하려고

해장국 하나를 시켜 일행과 나눠먹는다.


정선 땅에 들어서서 구불구불 급경사 급커브로 고개를 넘는데 겹쳐진 산들은 모두 뾰족하고 산 사이에 갇힌 구름들이 높이를 말해준다.


09:25. 고성 매표소. 찻길 옆에 컨테이너 박스를 갖다놓고 입장료를 받는다. 요즈음은 산도 아닌 동네 어귀에서 마을만 지나쳐도

 왜 돈을 받는 건지. 5분쯤 더 달리니 강줄기 옆으로 공사 중이라 차에서 내려 걷는데 줄 하나 매어 놓은  곳 건너편에

작은 배 하나가 있다. 예전엔 줄을 잡고 배로 건넜단다.

조금 더 가서 비가 많이 내리면 잠길 듯한 다리를 건너니 점재마을과 백운산 정상으로 가는 이정표가 서 있다.

강 따라 콘크리트길로 다시 내려가다 잡풀  우거진 산 기슭로 접어드니 처음 보는 예쁜 꽃도 많고 갖가지 향내가 난다.


10:00. 숲속 비탈길을 오르기 시작하니 금방 땀이 철철 흐르는데, 나무에 밧줄 매어놓은 것을 보니 심상치가 않다.

가파르기가 장난이 아니다. 위험한 길이 많다고 얼마 전에 들은 얘기는 있지만.

흙길임에도 불구하고 밧줄을 잡은 팔 힘을 빌리니 금방 힘이 빠진다.


10:20. 가까스로 능선에 올라 과일과 물로 목을 축이고 다시 오르는 길은 책처럼 포개진 뾰족한 바위의 암릉으로 되어있다.

경사도는 여전히 급한데 삼년 만에 처음 나오셨다는 한 분은 포기하고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차는 이미 하산 지점으로 가 버리고 없으니...

후미대장이 천천히 동행하겠다고 위로 하며 속도를 늦추니, 아래 보이는 동강줄기의 조망도 좋지만

처음 보는 꽃들이 많아 내심 반갑기도 하다.


다른 곳에서 못 보던 꽃이 많은걸 보니 때가 덜 묻은 산일까?

강은 이미 오염 된지가 오래되었다 했는데... 보는 대로 찍어대며 오르다가 소나무 가지에 머리를 한대 얻어맞는다.

빨리 쫓아가라는 신호인가 보다.


11:50. 백운산 정상(882.5m). 힘은 들지만 얼마 안 온 것 같은데 벌써 정상 표지석이 서있다.

꽃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어 시간 가는 줄 몰랐나보다. 후미 팀 일행과 또 과일과 물로 목축이고 내려선다.

봉우리 몇 개를 넘어야 한댔으니 하산길이 긴가보다. 구불구불 휘돌아 감는 동강을 내려다보며 하산하는 내리막도

여전히 경사각이 급해 밧줄을 잡고 내려서야 한다. 날씨가 좋으면 강물 빛이 더 나아 보일 텐데,

뿌옇게 흐린 날씨라 가시거리도 짧고 내려다보는 강물 색이 덜 예쁘다.


12:30. 먹을 것에 많이 치중하는 젊은 아낙들과 성찬의 점심을 먹는 중인데 선두팀은 벌써 하산 끝냈다고 연락이 온다.

후미 팀 하산 때까지 그 분들은 뭐하며 시간을 보낼까? 공기 좋고 풍광 좋은 산 위에서 시간 보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13:30. 봉우리 하나를 올라 강줄기를 바라보고 밧줄잡고 내려선다. 강 쪽의 비탈면은 칼로 자른 듯한 단애의 절벽이다.

오늘의 산행은 산 자체 보다는 강줄기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맛이다. 낭떠러지 같은 암릉길을 계속 밧줄을 잡고

오르내린다.


13:45. 한 봉우리를 내려딛다 말고 앞에 버티고 있는 봉우리를 보며 까마득하다며 힘들어하는 분과 천천히 가며 보조를 맞춘다.

천천히 가는 분 따라 여유 있게 다니니 꽃 사진도 맘껏 찍고, 속도도 늦으니 힘도 덜 들고... 얼마나 고마운지.


14:30. 마지막 봉우리의 비탈면을 다 내려설 무렵 어디선가 또 향내가 온다.

몇 발자국 내딛으니 칡덩굴이 얽혀 터널을 이루고 진한 와인색을 닮은 예쁜 꽃들이 와인향을 내뿜고 있다.

봉투 속에 감춰진 포도송이 달린 과수원을 지나니 황토 흙 벽에 나무껍질로 너와지붕을 한 새 집이 보인다.  


14:40. 주차장 도착하니 나즈막한 다리 건너 자갈밭에 다른 팀의 차도 두 대가 더 서있다.

맛있게 부쳐주는 따끈한 야채 부침개를 먹고 강물로 가 씻는다.

우리가 걸어온 산봉우리 들이 병풍처럼 보이고, 많은 자갈사이에 예쁜 꽃이 있어 카메라 들이대니 나비도 보인다.

산행 소요시간 5시간. 15:30. 귀가 행 bus 출발.


2005.  8. 30.(火). 동강 백운산을 오르다.

        산 보다는 처음 본 꽃에 더 반해 여유롭게 다닌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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