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에 관계없이 떠나면서도 집을 나설 땐 으레히 하늘을 쳐다보게 된다.
예보엔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맑은 하늘에 구름이 몇 조각 있을 뿐이다.
05:30. 출발. 신나게 졸다 일어나니 구름이 잔뜩 몰려오고 있다.
07:10. 용문휴게소. 평소엔 아침에 김밥이나 떡을 주더니 오늘은 따끈한 미역국과 각자의 밥그릇에 일일이 밥을 담아주니
모두 생일을 맞은 듯. 준비하신 분께 감사의 말을 전하며 금방 해치운다. 몇 방울씩 떨어지던 비가 제법 내린다.
09:00. 내설악 휴게소. 제법 내리던 비는 인제지역을 거치는 동안에 멎고, 맑게 개인 날씨에 황금벌판으로 변해가는 들판과,
길 따라 흐르는 강줄기와 길가의 코스모스, 산꼭대기에 걸친 흰 구름과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모두들 좋아한다.
09:30. 미시령 고개. 구불구불 몇 구비를 돌아 내려서니 ××콘도 앞에서 늘 함께 다니며 말없이 미소가 예쁜 부부님이 차에 오른다.
휴가 중이라 둘이서 갈수도 있으련만... 함께 하고파 일부러 온 듯하다.
10:05. 목우재 도착. 대장님이 앞장서서 들머리를 찾아 올라서니, 이제부턴 몇 십 만원짜리 산행이 시작 된다.
생각보다 잘 닦여진 넓은 길 오르막에서 점점 뒤로 쳐진다. 종아리가 당겨 발이 안 떨어진다. 마음은 이게 아닌데.
길옆으로 군락을 이루며 예쁘게 피어있는 며느리 밥풀꽃이 위로를 해 준다.
10:20. 넓은 길을 버리고 우측으로 난 소로를 따라 오르니 여전히 꽃이 많다. 10 여분 쯤 더 올라서니
오른쪽으론 많은 콘도들과 속초 시가지와 동해 바다가 보이고, 좌측으론 멀리 무슨 대피소인지 희미하게
건물과 큰 산줄기들이 보이며 시야가 넓어지니 마음도 따라 넓어진다.
11:00. 높은 봉우리를 바라보며 뙤약볕 아래 마사토 길을 걷다 길 안내 표시지가 좌측으로 놓여있어 숲 속으로 들어서니 시원하다.
앞에 보이던 봉우리가 달마봉인데 우회도로를 이용해 올라서는가보다 하며 걷다보니 좀 전에 흐리게 보이던 산중턱의 건물은
권금성으로 케이블카를 타고 내리는 곳이고, 나무사이로 대청봉과 많은 능선들이 멋진 모습으로 보인다.
그러나 저러나 오른쪽 봉우리 산위에서 사람들의 소리는 나는데 우리는 언제 쯤 올라가지? 하며 걷다보니
달마봉은 이미 거의 다 지난 상태. 동해 바다의 멋진 모습을 그곳에 올라 찍으려고 기다리며 걷고 있던 참인데...
함께 걷던 후미대장 내외님도 약이 올라 씩씩댄다. 젊은 후미대장 허탈감(?)이 드나보다. 미안한 맘이 생긴다.
늦게 다니는 벌이 이런것이로구나...
11:30. 전망좋은 봉우리에 올라서니 달마봉으로 올라섰던 선두그룹과 대장님 도착.
후미대장 부부 약오르다며 항의(?)하니 절벽상태인 바위가 위험해서 등로 입구를 일부러 안 알려 주었단다.
12:00. 왼쪽의 발 밑엔 아까부터 신흥사와 케이블카 로프가 계속 따라오고, 오른쪽으론 커다란 울산바위가
멋진 소나무와 고사목의 배경이 되어주며 가까이 다가온다. 봉우리를 내려서서 뒤돌아보니 달마봉이 험준하게 생겼다.
12:30. 발 아래 내려다 뵈던 울산바위가 이젠 높이 올려다 뵌다. 다시 오르는 오르막에 출출하기도 하고 힘도들어
과일과 물로 배를 채운다. 갈참나무의 작은 도토리들이 많이 떨어져 뒹구는 것을 보니 며칠 전에 날아왔던 나비의 흔적이
여기에도 나타난다. 내리막길에 작은나무가 할퀸다.
13:00. 신흥사에서 올라오는 큰길과 만나 나무계단을 올라 계조암에 도착. 일행이 사준 얼음과자를 시원하게 먹으며
타이어 계단과 돌 계단을 오르는 도중에 달마봉을 거쳐 울산바위 정상에서 내려서는 선두를 만난다.
13:25. 울산바위 빨간 철계단 앞 도착. 이토록 높은 절벽 바위, 수 많은 사람들에게 절경을 보여주고자
계단을 만드느라 수고를 하신 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한발 한발 오른다. 눈에 보이는 철계단이 끝인줄 알고올랐더니 웬걸?
돌계단에 이어 철계단이 또 있다. 갑자기 금강산 만물상의 계단이 생각난다.
13:50. 울산바위 정상에 오르니 구름이 뽀얗게 밀려와 동해 바다쪽의 풍광을 모두 삼켜버려 설악산 능선의 비경을 감상한다.
14:15. 앞서 왔던 일행들과 자리 바꿔 점심을 먹고 20분 뒤에 내려선다. 올라설 땐 모르겠던 달마봉이 내려서며 다시보니
굉장히 뾰족하게 생겼다. 위험하다던 대장님의 말씀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
15:00. 계조암 도착. 올라설때 그냥 지나쳤던 흔들바위를 한번 흔들어 보고 내려선다.
수학 여행 때의 그 자리가 아닌 것 같아 안 만져본게 후회스럽다는 간달프님,
어디쯤 오느냐는 교신이 들린다.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돌계단을 KTX(?) 타고 하산한다.
15:25. 신흥사 도착. 건물사이로 권금성을 바라보고, 아쉬운듯 돌아서서 산 넘어 보이는 달마봉과 울산바위를 쳐다보며 걷는다.
15:40. 소공원에 도착하니 두 그루의 멋진 소나무는 몇 십년 전이나 다름 없이 그 자리에 멋진 모습으로 서 있다.
가다려야 할 차는 선두그룹 태우고 바닷가로 달려가고 없어 15분에 한번씩 출발하는 시내 bus를 타고 대포항으로 향한다.
오늘의 산행 소요시간 5시간 반.
17:30. 싱싱한 회를 맛 본후, 맑은 날씨의 오후 햇살에 더 빨개 보이는 등대와 검푸른 바다 빛깔을 뒤로 한 채 귀가행 bus에 오른다.
귀가 길에 오전의 그 콘도 앞에서 탔던 부부를 내려주고, 미시령을 넘으며 잠이들었는데,
앞에 앉은 여자가 뒤에 있는 남편 이름을 부른는 큰 소리에 모두들 놀래 잠이 깬다.
부부만의 문제는 부부끼리 있을 때 해결할 일, 차안에서 둘만의 장소인냥 떠들어대니 조금 전에 내린 부부와 비교가 된다.
차에서 음악 틀어달라며 객기를 부리는 사람이 아직도 있으니 술이 문제일까? 조용히 다니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하겠다.
2005. 9.10.(土). 설악산 달바봉, 울산바위를 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