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동환 - 강이 풀리면, 산 넘어 남촌에는. 강이 풀리면 김 동환 강이 풀리면 배가 오겠지 배가 오면은 임도 탔겠지 임은 안 타도 편지야 탔겠지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임이 오시면 이 설움도 풀리지 동지 섣달에 얼었던 강물도 제멋에 녹는데 왜 아니 풀릴까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산너머 남촌에는 김 동환 산너머 남촌에는.. 詩와 글 2009.03.02
김 동환- 봄이 오면 봄이 오면 봄이 오면 김 동환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꽃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펴 건너 마을 젊은 처자 꽃따러 오거든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가주 봄이 오면 하늘 우에 종달새 우네 종달새 우는 곳에 내 마음도 울어 나물캐기 아가씨야 저 소리 듣거든 새만 말고 이 소리도 함께 들.. 詩와 글 2009.03.01
[애송시 100편 - 제 73편] 김 영승 - 반성 704 반성 704 김 영승 밍키가 아프다 네 마리 새끼가 하도 젖을 파먹어서 그런지 눈엔 눈물이 흐르고 까만 코가 푸석푸석 하얗게 말라붙어 있다 닭집에 가서 닭 내장을 얻어다 끓여도 주어보고 생선가게 아줌마한테 생선 대가리를 얻어다 끓여 줘 봐도 며칠째 잘 안 먹는다 부엌 바닥을 기어다니며 여기저.. 詩와 글 2009.02.19
[애송시 100편 - 제 72편]천 양희 - 마음의 수수밭 마음의 수수밭 천 양희 마음이 또 수수밭을 지난다. 머위잎 몇장 더 얹어 뒤란으로 간다. 저녁만큼 저문 것이 여기 또 있다 개밥바라기별이 내 눈보다 먼저 땅을 들여다본다 세상을 내려놓고는 길 한쪽도 볼 수 없다 논둑길 너머 길 끝에는 보리밭이 있고 보릿고개를 넘은 세월이 있다 바람은 자꾸 등.. 詩와 글 2009.02.18
이 해인 - 김수환 추기경 영전에 평화를 지켜주는 푸른 별이 되소서- 김수환 추기경 영전에 이 해인 수녀 언젠가는 이렇게 당신과의 마지막 이별이 오리라 예상했지만 막상 소식을 듣고 보니 가슴이 철렁합니다. 커다란 등불 하나 사라진 세상이 새삼 외롭고 아프고 쓸쓸합니다.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라는추기경님의 사목표어가.. 詩와 글 2009.02.16
[애송시 100편 - 제 71편] 김 소월 - 진달래 꽃 진달래 꽃 김 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 일러스트=권신아 소월(1902~.. 詩와 글 2009.02.15
[애송시 100편 - 제 70편] 손 택수 - 방심(放心) 방심(放心) 손 택수 한낮 대청마루에 누워 앞뒤 문을 열어 놓고 있다가, 앞뒤 문으로 나락드락 불어오는 바람에 겨드랑 땀을 식히고 있다가, 스윽, 제비 한마리가, 집을 관통했다 그 하얀 아랫배, 내 낯바닥에 닿을 듯 말 듯, 한순간에, 스쳐지나가버렸다 집이 잠시 어안이 벙벙 그야말로 무방비로 앞뒤.. 詩와 글 2009.02.12
[애송시 100편 - 제 69편] 신 경림 - 농무 농무 신 경림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주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 詩와 글 2009.02.09
[애송시 100편 - 제 68편] 김 중식 - 이탈한 자가 문득 이탈한 자가 문득 김 중식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 詩와 글 2009.02.07
[애송시 100편 - 제 67편] 황 인숙 - 칼로 사과를 먹다 칼로 사과를 먹다 황 인숙 사과 껍질의 붉은 끈이 구불구불 길어진다. 사과즙이 손끝에서 손목으로 흘러내린다. 향긋한 사과 내음이 기어든다. 나는 깎은 사과를 접시 위에서 조각낸 다음 무심히 칼끝으로 한 조각 찍어 올려 입에 넣는다. "그러지 마. 칼로 음식을 먹으면 가슴 아픈 일을 당한대." 언니.. 詩와 글 2009.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