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100편 - 제 92편] 김 준태 - 참깨를 털면서 참깨를 털면서 김 준태 산그늘 내린 밭 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 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참깨를 털어대는 일엔 희한하게 있는 것 같다. 한번.. 詩와 글 2009.05.14
황 금찬 - 오월이 오면, . 오월이 오면 황 금찬 언제부터 창 앞에 새가 와서 노래하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深山 숲내를 풍기며 오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저 산의 꽃이 바람에 지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꽃잎진 빈 가지에 사랑이 지는 것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오늘 날고 있는 제비가 작년.. 詩와 글 2009.05.10
[애송시 100편 - 제 91편] 안 현미 - 거짓말을 타전하다 거짓말을 타전하다 안 현미 여상을 졸업하고 더듬이가 긴 곤충들과 아현동 산동네에서 살았다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다 사무원으로 산다는 건 한 달치의 방과 한 달치의 쌀이었다 그렇게 꽃다운 청춘을 팔면서 살았다 꽃다운 청춘을 팔면서도 슬프지 않았다 가끔 대학생이 된 친구들을 만나면 .. 詩와 글 2009.05.09
황 금찬 - 어머니, 정 채봉 -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어머니 황 금찬 사랑하는 아들아 내가 네게 일러 주는 말을 잊지 말고 자라나거라. 네 음성은 언제나 물소리를 닮아라. 허공을 나는 새에게 돌을 던지지 말아라. 칼이나 창을 가까이 하지 말고 욕심도 멀리 하라. 꽃이나 풀은 서로 미워하지 않고 한 자리에 열리는 예지의 포도나무 강물은 멎지 않고 흐.. 詩와 글 2009.05.08
[애송시 100편 - 제 90편] 김 광균 - 추일서정(秋日抒情) 추일서정秋日抒情 김 광균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포화(砲火)에 이즈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케 한다. 길은 한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어 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나무의 근골(筋骨) 사이.. 詩와 글 2009.05.06
노 천명 - 5월의 노래, 푸른 오월. . 오월의 노래 노 천명 보리는 그 윤기나는 머리를 풀어 헤치고 숲 사이 철쭉이 이제 가슴을 열었다 아름다운 전설을 찾아 사슴은 화려한 고독을 씹으며 불로초 같은 오후의 생각을 오늘도 달린다 부르다 목은 쉬어 산에 메아리만 하는 이름....... 더불어 꽃길을 걸을 날은 언제뇨 하늘은 푸르러서 더 .. 詩와 글 2009.05.03
동화) 정채봉 - 제비꽃 (원우의 외출) . . 제비꽃 정 채봉 팬지화분에 더부살이를 하고 있는 제비꽃이 있었습니다. 화분이 꽃집에서 이 집으로 팔려 왔을 때 화분에는 팬자꽃 혼자만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병아리 솜털 같은 봄볕이 며칠 계속해서 내리 쬐인 화분에서 제비풀이 쏘옥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아니.. 詩와 글 2009.05.01
[애송시 100편 - 제 89편] 김 정환- 철길 철길 김 정환 철길이 철길인 것은 만날 수 없음이 당장은, 이리도 끈질기다는 뜻이다. 단단한 무쇳덩어리가 이만큼 견뎌오도록 비는 항상 촉촉히 내려 철길의 들끓어오름을 적셔주었다. 무너져내리지 못하고 철길이 철길로 버텨온 것은 그 위를 밟고 지나간 사람들의 희망이, 그만큼 어깨를 짓누르는 .. 詩와 글 2009.04.26
철쭉꽃- 안 도현, 정 영자, 정 양의, 고 정희, 우 미자, 김 광원. . 철쭉꽃 안 도현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철쭉꽃이 피었습니다 열 일곱 살 숨가쁜 첫 사랑을 놓치고 주저 앉아서 저 혼자 징징 울다 지쳐 잠든 밤도 아닌데 회초리로도 다스리지 못하고 눈물로도 못 고치는 병이 깊어서 지리산 세석 평전 철쭉꽃이 먼저 점령 했습니다 어서 오라고 함께 이 거친 산을 넘.. 詩와 글 2009.04.24
[애송시 100편 - 제 88편] 이 형기 - 낙화 낙화 이 형기 가야할 때가 언제 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륙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 詩와 글 2009.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