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100편 - 제 59편] 장 정일 -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장 정일 그랬으면 좋겠다 살다가 지친 사람들 가끔씩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계절이 달아나지 않고 시간이 흐르지 않아 오랫동안 늙지 않고 배고픔과 실직 잠시라도 잊거나 그늘 아래 휴식한 만큼 아픈 일생이 아물어진다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굵직굵직한 .. 詩와 글 2009.01.17
김 기택 - 어떻게 기억해 냈을까, 멸치, 고요하다는 것. 어떻게 기억해 냈을까 김 기택 방금 딴 사과가 가득한 상자를 들고 사과들이 데굴데굴 굴러나오는 커다란 웃음을 웃으며 그녀는 서류뭉치를 나르고 있었다 어떻게 기억해 냈을까 고층빌딩 사무실 안에서 저 푸르면서도 발그레한 웃음의 빛깔을 어떻게 기억해냈을까 그 많은 사과들을 사과 속에 핏줄.. 詩와 글 2009.01.07
[애송시 100편 - 제58편] 장 석남 - 수묵(水墨) 정원 9 - 번짐 번짐 장 석남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 이 삶을 다 환히 밝힌다 또 한 번.. 詩와 글 2009.01.05
김 동월 -광명의 아침, 내가 행복한 이유, 섬, 만남과 이별 사이에는. 광명의 아침 김 동월 긴 긴 터널의 밤 아스라이 멀어져 가고 고통의 여운 가져가 버려 새로운 미명 밝아 오고 내일을 향해 두 팔 벌려 큰 소망 하나 가슴에 붙잡아 앉히리 애써 밀어내려 해도 더 이상 외면 하지 못하게 애원의 밀어로 붙잡아 앉히리 터널을 나와 밝은 광명이 나를 둘렀으니 아득한 밤에.. 詩와 글 2009.01.03
[애송시 100편 - 제 57편] 송 찬호 - 달은 추억의 반죽 덩어리 달은 추억의 반죽 덩어리 송 찬호 누가 저기다 밥을 쏟아 놓았을까 모락모락 밥집 위로 뜨는 희망처럼 늦은 저녁 밥상에 한 그릇씩 달을 띄우고 둘러앉을 때 달을 깨뜨리고 달 속에서 떠오르는 노오란 달 달은 바라만 보아도 부풀어오르는 추억의 반죽 덩어리 우리가 이 지상까지 흘러오기 위하여 얼.. 詩와 글 2008.12.29
[애송시 100편 - 제 56편] 고 정희 - 상한 영혼을 위하여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 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 詩와 글 2008.12.28
[애송시 100편 - 제 55편] 김 사인 - 봄바다 봄바다 김 사인 구장집 마누라 방뎅이 커서 다라이만 했지 다라이만 했지 구장집 마누라는 젖통도 커서 헌 런닝구 앞이 묏등만 했지 묏등만 했지 그 낮잠 곁에 나도 따라 채송화처럼 눕고 싶었지 아득한 코골이 소리 속으로 사라지고 싶었지 미끈덩 인물도 좋은 구장집 셋째 아들로 환생해설랑 서울 .. 詩와 글 2008.12.22
[애송시 100편 - 제 54편] 박 목월 - 나그네 나그네 박 목월 강(江)나루 건너서밀밭 길을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길은 외줄기남도(南道) 삼백리(三百里)술 익는 마을마다타는 저녁 놀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 ▲ 일러스트=잠산 이 시는 박목월(1916~1978)이 조지훈, 박두진과 함께 펴낸 3인 시집 '청록집'(1946)에 실려 있다. 임시 정가 30원의 '.. 詩와 글 2008.12.21
[애송시 100편 - 제 53편] 김 기림 - 바다와 나비 바다와 나비 김 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수심)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나미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 밭인가 해서 내려 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三月)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청산(靑山)이.. 詩와 글 2008.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