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100편 - 제 66편] 이 정록 - 의자 의자 이 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 詩와 글 2009.02.03
[애송시 100편 - 제 65편] 유 치환 - 생명의 서(書) 생명의 서(書) 유 치환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救)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永劫)의 허적(虛寂)에 오직 .. 詩와 글 2009.01.31
[애송시 100편 - 제 64편] 김 용택 - 섬진강1 섬진강 1 김 용택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 詩와 글 2009.01.29
[애송시 100편 - 제 63편] 구상 - 그리스도 폴의 강(江) 1 그리스도 풀의 강(江) 1 구 상 아침 강에 안개가 자욱 끼어 있다. 피안(彼岸)을 저어 가듯 태백(太白)의 허공속을 나룻배가 간다. 기슭, 백양목(白楊木) 가지에 까치가 한 마리 요란을 떨며 날은다. 물밑의 모래가 여인네의 속살처럼 맑아 온다. 잔 고기떼들이 생래(生來)의 즐거움으로 노닌다. 황금(黃金).. 詩와 글 2009.01.27
이 어령- 날게 하소서, 벼랑 끝 입니다, 날게 하소서 이 어령 벼랑끝에서 새해를 맞습니다. 우리에게 날 수 있는 날개를 주소서. 여기까지 온 사람들 입니다. 험난한 기아의 고개에서도 부모의 손을 뿌리친 적 없고 아무리 무서운 전란의 들판이라도 등에 업은 자식을 내려놓은 적 없었습니다. 남들이 앉아 있을 때 걷고 그들.. 詩와 글 2009.01.26
[애송시 100편 - 제 62편] 김 현승 - 눈물 눈물 김 현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生命)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들이라 하올제, 나의 가장 나아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 詩와 글 2009.01.25
최 승호 - 대설 주의보, 텔레비젼, 북어, 세속 도시의 즐거움2. 大雪 注意報 최 승호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 올 리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 잃은 등산객들 있을 듯 외딴 두메마을 길 끊어놓을 듯 은하수가 펑펑 쏟아.. 詩와 글 2009.01.24
[애송시 100편 - 제 61편] 박 노해 - 노동의 새벽 노동의 새벽 박 노해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새벽 쓰린 가슴 위로차거운 소주를 붓는다아이러다간 오래 못가지이러다간 끝내 못가지설은 세 그릇 짬밥으로기름투성이 체력전을전력을 다 짜내어 바둥치는이 전쟁 같은 노동일을오래 못가도끝내 못가도어쩔 수 없지탈출할 수만 있다면,진이 빠져, .. 詩와 글 2009.01.23
오 탁번 - 폭설, 벙어리 장갑, 학번에 대하여, 굴비. 폭 설 (낭송 이인철) 三冬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南道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暴雪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ㅡ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 잉! 눈이 좆나게 내려 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 詩와 글 2009.01.21
[애송시 100편 - 제 60편] 박 재삼 - 울음이 타는 가을강(江) 울음이 타는 가을江 박 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江)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 詩와 글 2009.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