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100편-제43편] 문 인수 - 쉬 쉬 문 인수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生)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 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 농.. 詩와 글 2008.11.17
박 인환- 세월이 가면, 얼굴, 고향에 가서, 어린 딸에게. 세월이 가면 박 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그 눈동자 입술은내 가슴에 있네.바람이 불고비가 올 때도나는저 유리창 밖 가로등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그 벤취 위에나뭇잎은 떨어지고나뭇잎은 흙이 되고나뭇잎에 덮여서우리들 사랑이.. 詩와 글 2008.11.13
정 지용- 고향, 저녁햇살, 그의 반, 호수, 무어래요. 故 鄕 정 지용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꽁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 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 詩와 글 2008.11.10
[애송시 100편-제42편] 황 지우 -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零下) 십삼도(十三度) 영하(零下) 이십도(二十度) 지상(地上)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裸木)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 詩와 글 2008.11.08
황 명걸- 흰 저고리 검정 치마, 개개비, 한국의 아이, 신초가. 개개비 황 명걸 개개비 이름처럼 가벼운 꼬마 새 작은 몸집에 체온은 따스해 알을 품어 깐다 저 핏덩이 죽인 뻐꾸기 새끼를 피붙이로 잘못 알고 애지중지 키우고는 친어미에게 빼앗기고도 기른 정 고집할 줄 모르는 착한 심성 멍청이라 더 정이 가는 꼬마 새 개개비 너를 닮아 세상이 좀 너그러웠으면 .. 詩와 글 2008.11.07
박 경리- 가을, 대추와 꿀벌, 모순, 삶, 가을 박 경리 방이 아무도 없는 사거리 같다 뭣이 어떻게 빠져나간 걸까 솜털같이 노니는 문살의 햇빛 조약돌 타고 흐르는 물소리 나는 모른다 나는 모른다 그러고 있다 세월 밖으로 내가 쫓겨난 걸까 창밖의 저만큼 보인다 칡넝쿨이 붕대같이 감아 올라간 나무 한 그루 같이 살자는 건지 숨통을 막자.. 詩와 글 2008.11.05
김 동환 - 웃은죄, 꿈, 유성. 웃은 죄 김 동환 즈름길 묻길래 대답했지요 물 한 모금 달라기에 샘물 떠주고 그러고는 인사하기 웃고 받았지요 평양성에 해 안 뜬대도 난 모르오, 웃은 죄밖에 꿈 김 동환 같은 城中 사오면서 꿈에 밖에 못뵈오니 애닯어라 그 꿈조차 이편에만 있잖는가. 유성 김 동환계곡의 물소리에 실린 바람이 잠.. 詩와 글 2008.11.03
[애송시 100편-제41편] 박 상순- 6은 나무 7은 돌고래, 열번째는 전화기 6은 나무 7은 돌고래, 열번째는 전화기 박 상순 첫번째는 나 2는 자동차 3은 늑대, 4는 잠수함 5는 악어, 6은 나무, 7은 돌고래 8은 비행기 9는 코뿔소, 열번째는 전화기 첫번째의 내가 열번째를 들고 반복해서 말한다 2는 자동차, 3은 늑대 몸통이 불어날 때까지 8은 비행기, 9는 코뿔소, 마지막은 전화기 숫.. 詩와 글 2008.11.02
김 재진-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아직도 누군가를..., 어딘가에서...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 김 재 진 나 몰래 집 나간 내 마음 돌아오지 않고 남의 마음만 바람 불어 심란한 날 길 위에 앉아 길 끝을 본다. 이제 그만 돌아가야지. 원래의 그 자리, 너 없던 그 평온하던 자리로 돌아가야지. 나의 전쟁은 내 마음속으로 네가 들어온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너에게 쫓겨난 내 마.. 詩와 글 2008.11.01
시의 날 제 22회 詩의 날.(詩の ひ, Poetry day) 육당 최남선이 1908년 11월 1일 '소년'이라는 잡지를 창간하고, 그 지면에 <해에게서 소년에게>라는 신체시를 발표했던 때로부터 꼭 100주년 되는 날, 1986년 그 날을 기념하여 '시의 날'을 제정 했다. 월간 '시 문학'(2004,12월 호, 통권 401호)에 실렸던 제 '18회 시의 날'.. 詩와 글 2008.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