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日記

충주 국망산과 보련산

opal* 2006. 1. 25. 23:03

 

 

집을 나서니 구정을 닷새 앞둔 그믐 달이 별들과 사이좋게 빛나고 있다.

06:00. 출발시간이 늦은 걸 보니 거리가 가깝고 산행시간이 짧은가 보다.

07:50. 여주 휴게소에서 된장국으로 아침식사. 새로 오신 대장님과 총무님이 사정이 있어 불참했지만

 회원들의 셀프식사는 모범적으로 진행된다.


08:50. 양지마을 도착. 원래 예정은 들머리 하남고개에서 보련산 한 곳만 산행하고 온천에 들리기로 한 것인데

산행길이가 짧다며 옆에 있는 국망산을 먼저 오른 후 보련산으로 가자하여, 1진은 양지마을에서 하차하고 2진은 하남고개로 간다.

양지마을 뒤 물이 얼어붙은 계곡 옆으로 오르니 낙엽 속의 흙이 얼어 밟는 대로 푸석거리며 주저앉는다.

낙엽위에 하얗게 내려앉은 서리모양이 아름답다. 높은 산 위의 파란 하늘에 아직도 달이 떠날 줄 모르고 해님과 같이 놀자 한다.

가파른 오르막의 잡목 숲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오르니 금방 땀이 쏟아진다.


09:30. 능선위로 올라서니 반대편 산기슭은 공원묘지 조성을 위해 모두 파 헤쳐지고 그 옆으론 골프장이 들어서서

산이 많이 훼손 되었다. 낙엽 아래로 얼음이 있어 주의를 요하는 오르막은 진땀을 나게 하기도 하지만,

바위와 잘 어우러지며 군락을 이룬 아름다운 노송들은 자태를 뽐내며 눈길을 유혹한다.

날카로운 능선이 높아질수록 속도가 늦어지며 자꾸 뒤로 밀려나 꼴찌를 향해 달린다. 뒤에 연배 높으신 분과 후미대장이 있다.


10:00. 동쪽 멀리 보련산의 정상과 산줄기가 사선으로 비치는 빛에 뽀얗고  아득하게 보인다.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고

괜히 쫓아 온건 아닐까? 우회로를 놔두고 바위로 이어지는 능선이 위험하기도 하지만, 아기자기 한 게 재미있다.


10:10. 국망산 정상(770m) 도착. 날씨가 좋으니 앞뒤로 조망이 시원스럽다.

차에서 내린 곳 위 하늘가, 몇 겹의 산줄기를 넘어 구름 위로 떠있는 산 능선이 함양 백운산에서 지리산 능선을

바라볼 때처럼 아름다운데 어느 산 인지를 몰라 답답하다. 이곳에서 북쪽 방향이니 치악산쯤 될라나?

바위 틈의 밧줄을 잡고 가파르게 내려가는데 젊은 남자 분이 힘들어 한다. 오랜만에 나왔나 보다.

내려서며 돌아보니 국망산은 완전히 바위산이다. 하산 길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노송이 많다.

구조지점 3번 안내판을 지나고 낙엽송 빽빽한 곳을 지나 국망산을 끝내고 하남고개로 내려선다.


11:00. 하남고개(해발 340m). 충주시 앙성면과 노은면의 경계로 49번 지방도로다.

국망산 정상에서 내려올 때 힘들어 하던 젊은 친구는 이곳에서 기권하고 주차장으로 가고,

세 명만 길을 건너 다시 보련산을 향해 오른다. 선두는 이미 보련산을 하산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콘크리트 포장 따라 중계소 탑까지 오른 후 산길로 접어드니 무척 가파르다. 뒤 따라 오시는 분은 힘들다며 자꾸 앉아서 쉰다.

서서 쉬는 게 좋다 얘기 해 드려도 여전하다. 능암 쪽이 고향인데 이 산은 처음이라 하신다.


11:30. 610m봉. 아침에 하차했던 마을이 보이고 우리가 올랐던 국망산의 산줄기가 다 보인다.

후미대장과 떡 간식을 먹으며 뒤에 오시는 분을 기다렸다 같이 오르지만 다시 뒤로 쳐진다.


11:55. 676m봉. 한쪽으로 단애의 낭떠러지인 바위 군과 멋진 소나무 사이로 보련산이 올려다 보인다.

보련산 정상이 1.6km 남았다는 표지판을 본 가파르게 내려서니 석굴이라기보다는 뚫려있는 바위 뒤 비탈면의 나무가 보인다.


12:10. 685봉. 돈산리쪽의 벌판과 마을이 보이고 건너편 산중턱의 커다란 건물이 눈에 거슬린다.

산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저렇게 큰 건물을 왜 산 위에다 짓도록 허가를 내 줬을까?

뒤에 오시는 분은 걱정 말고 먼저 가라 하지만 봉우리에 올라서서 기다렸다 같이 가고, 다시 한 봉우리를 올랐다 같이 가고,

맨 뒤에서 혼자 걸을 때의 불안감을 아는지라 뒤에 안 보이면 후미대장에게 불러보라 하여 대답을 들은 후에 다시 걷는다.


12:35. 보련산 정상(764.9m). 나무에서 나무로 연결하여 매어놓은 밧줄을 잡고 급경사를 올라 정상에 도착.

하산 할 돈산리 쪽을 바라보니 차 길 뒤로 나지막한 산을 넘어 푸른 물의 강줄기가 보인다. 충주호에서 이어지는 남한강 줄기 같다. 


정상에서 기다리며 십여 분을 지체하고 좌측 길로 하산 시작. 올라올 때 쇠바위봉(까치봉)에서의 하산길이 험난하고 위험하니

삼거리에서 안전하게 하산하라는 선두의 교신을 옆에서 들은지라 낙엽과 마사토로 된 급경사 길을 내려서서 같이 행동한다.


13:10. 성안 고개. 급경사진 곳에 기다랗게 생긴 그림자를 밟으며 밧줄잡고 내려선다.

잡목 숲으로 볕이 안 들어 그늘진 동암골 계곡의 흐르던 물은 얼은 채 움직일 줄을 모르고, 아침에 보았던 서리가

아직도 못 녹고 하얀 채 그대로 있는데 숲에서 작은 소리로 지저귀는 새 소리는 봄이 가까이 와 있음을 알린다. 


13:40. 골짜기의 외딴집 하나. 마당에 크고 작은 긴 바위를 입석으로 세워놓고, 기도 하는지 바위 앞에 타다 만 촛대와 잔이 있다.

넓은 길로 내려오니 옆으로 바위를 채취하느라 한쪽 면이 절개된 산이 위태롭게 보인다.

작은 소나무들을 심어놓긴 했는데 언제 자랄까? 속성수라도 심어 빨리 뿌리를 뻗게 해야 될 것 같다.


등에 지고 내려오는 햇살이 따사로워 봄의 기운을 느낀다.  높은 곳에서 볼 땐 산 중턱으로 보이던 커다란 콘도 건물이,

빨간 지붕이 여러 채 있는 마을에서 보니 산꼭대기로 올려다 보이며 더 볼썽 사납다.


14:00. 차가 기다려 주는 어느 온천장의 마당.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목욕 하러가고,

 남아있는 어느 분은 이렇게 일찍 오는 줄 알았으면 1진으로 따라나설 걸 그랬다며 부러운 눈치로 바라본다.

그러지 않아도 후미대장과 내려오며 보련산 한 곳만 탔으면 재미도 없고 너무 짧아 후회 할 뻔 했다 했었다.

오늘의 산행 소요시간 5시간.


늦은 점심 먹고, 온천갔던 사람들 기다려 15:30에 출발. 싫 컷 졸다 보니 두 시간 여 만에 서울 도착.

그러고 보니 휴게소를 한 번도 안 들리고 입성했다. 일몰 전에 집에 도착한 것이 얼마 만인가?


2006. 1. 24.(火). 충주의 國望山과 寶蓮山에 오르다.

'山行 日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니온 님의 고대산 산행일기.  (0) 2006.02.10
네 번째 오른 태백산.  (0) 2006.01.31
선자령 산행.  (0) 2006.01.10
감악산 산행날.  (0) 2005.12.24
평창 절구봉.  (0) 2005.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