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日記

선자령 산행.

opal* 2006. 1. 10. 22:26

 

 06:00. 다른 날과 달리 출발이 늦다. 거리와 산행시간이 짧아 그런가 보다.

08:10. 문막 휴게소 도착하여 콩나물국에 밥 한술 말아 아침식사. 영동고속도로를 가는 동안 날씨는 금방이라도

눈이 쏟아질듯 잔뜩 흐렸고 어제 살짝 내린, 소나무에 내려앉은 눈이 멋진 설경을 연출하고 있다.

걷기에 힘들어도 선자령에 눈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10:00. 명태가 잔뜩 걸린 덕장을 경유하여 대관령의 옛 도로 휴게소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니 바람소리가 무섭다.

영동과 영서를 갈라놓는 곳이다. ‘대관령 국사 성황당 입구’ 라고 새겨진 커다란 돌 옆으로 선자령 안내판을 따라 올라서고,

괴물같이 서 있는 철 구조물과 빨간 벽에 파란색의 두 글자 KT를 바라보며,

항공통제소까지 땀을 흘리며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걸으니 바람에 날리는 흙가루가 눈에 들어간다.


10:30. 포장도로 옆 오솔길로 접어들어 백두대간 등산로 안내판을 보니 언젠가는 또 걸어야 할 곳 이다.

눈에 살짝 덮여 가문비인지 전나무인지 구별하기 힘든 조림 식재를 한 작은 나무사이를 지나 비탈진 오솔길에서 앞에 가던 일행이 꽈다당 엉덩방아를 찧는걸 보며 정신 바짝 차린다. 앞서 가다 사진 찍느라 뒤로 쳐진 나 대신 혼 난 것 같아 괜시리 미안하기도 하다.


10:45. 안테나 하나가 서 있는 울타리를 쳐 놓은 철 구조물 옆. 전망 좋은 곳에 서 있으나 안개인지 눈이 오려는지 잔뜩 흐려

먼 곳은 전혀 보이지 않고 가까운 곳 아래로 지나가나는 고속도로, 반대편으론 어느 목장 초지 위의 하얀 눈만 보인다.

신갈나무 숲 사이의 내리막을 내려서니 북쪽이라 눈이 제법 있어 미끄럽다.


억새와 키 작은 잡목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 오르내리며 비탈진 능선에 이르니 바람의 방향대로 가지가 뻗은 나무가 인상적이다.

안개비가 얼며 내리는지 까만 수피의 나목에 흰색의 옷을 덧입혀 주고 있다.


11:15. 황량한 벌판의 초지. 우리나라에서 적설량이 많다는 곳이라 은빛설원과 나무에 활짝 핀 눈꽃을

 머릿속에 그리며 기대하고 왔는데 눈은 없고 풀들만이 누워 알몸으로 매서운 바람을 맞고 있다.


11:25. 선자령. 고개도 아니고 봉우리도 아닌 곳에  앞서왔던 일행들은 강풍에 쫓겨 모두 달아나고

선자령, 1157.1m라는 표지석만 덩그마니 혼자 서 있다. 대관령의 높이가 840m이니 삼백 십 여m의 높이를

오르내리며 온 셈이다. 뒤에 오는 일행 기다려 겨우 기념사진 한 장 찍힌다.

남쪽엔 발왕산, 서북쪽엔 노인봉, 북쪽엔 황병산, 방향 따라 가리왕산, 계방산 등이 보인다고 했는데, 

흐린 날씨도 날씨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니 내 눈엔 아무 곳도 보일리 없고 가까운 곳 초지 위의 바람개비 풍력 발전기만 보인다.


11:45. 빽빽하게 우거진 나목 숲속의 가파른 눈길을 따라 내려서서 다시 포장도로를 만나 걷다보니 ‘선자령 나즈목’ 표지목 앞.

아니 벌써 하산? 언젠가 H산악회 따라 왔다가 초막골로 하산해야 하는 걸 혼자 이곳까지 와서 하산했던 기억이 난다.

초행길이라 대장님이 지리를 잘 모르고 일행이 너무 힘들어해 안내를 제대로 못해 주어 미안하다는 그 산악회는

다시는 안 가게 되니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버렸다.


앞에 간 일행들은 곤신봉을 향해 콘크리트 포장 도로를 따라 올라섰는데 후미 일행은 이곳에서 하산 한다.

아직 12시도 안 되었는데. 오늘의 산행은 재미도 덜하고 길이도 짧지만 백두대간 종주 때 다시 밟을 생각을 하며 내려선다.


제법 큰 나무들로 채워진 일명 보현산, 가파르기가 심해 지그재그로 한 동안을 내려서서 계곡을 만나니 물은 모두 얼어

빙판을 이루고 있어 미끄러워 조심조심 걷는다. 바위와 얼음뿐이라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어 어느 분은 빙판을 피해

낙엽을 밟으며 내려서다가 낙엽 속으로 가슴까지 빠져 황당해 하는데 옆에서 걷던 분들은 재미있다며 웃기 바쁘다.

이런게 다 재미라는 걸까? 낙엽의 깊이를 알 수 없어 스틱으로 먼저 찍어보며 내려선다.


13:05. 보현사 도착. 신라시대에 낭원이 창건한 지장선원이 보현사로 바뀌고  월정사의 말사이다.

보물 191호인 낭원대사 오진 탑은 원래의 자리인 산꼭대기로 옮겨지고 낭원대사 오진탑비만 사찰 앞에 서있다.

길가의 멋진 노송을 바라보며 몇 발자국 내려서서 20 여 기의 부도가 있는걸 보니 예전엔 사찰의 규모가 무척 컸던 모양이다.


13:30. 곤신봉까지 갔다 오는 팀 기다려 모두 모여 주문진으로 가 싱싱한 회와 매운탕 찌개로 맛있는 점심을 먹고

잠시 각자 쇼핑 등 자유 시간, 그리고 집으로 향하는 차에 오른다. 16:00.

 

2006. 1.10.(火). 설원이 아닌 선자령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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