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 31회(8-2구간.월성치~삿갓봉~삿갓골재 대피소~무룡산~동엽령)

opal* 2006. 2. 25. 12:37

 

05:30. 출발, 08:10. 인삼랜드 휴게소에서 미역국으로 따뜻한 아침식사.

 

09:55. 거창 북상면 병곡리 도착, 황점을 들머리로 잡겠다던 계획이 도착 전에 변경 되었다.

학교앞에 하차하여 동네 아주머니들이 마당에서 두부를 만들고 있는 집 몇 채의 골짜기 마을을 지나 들머리를 잡으니

출입금지(병곡리↔동엽령 4.2Km 구간) 안내판이 있다.

 

 눈 녹은 물이 옆으로 도랑을 이루며 졸졸 흐르는 콘크리트 길을 지나 양식장 옆 산 속으로 오르니

어느새 물이 한여름 계곡처럼 쏟아져 내린다.  계곡건너 급경사 오르막의 얼음 때문에 아이젠을 착용한 채

돌과 낙엽 길을 오르니 주체할 수 없는 땀이 흐른다. 방한용 옷들을 이제 하나씩 바꿔야 겠다.

 

가파른 눈길과 돌많은 오솔길, 눈이 다져진 얼음길과 산죽사이 좁은 길을 계속 걸어 작은 능선에 오르니

 맞은편 산줄기엔 눈이 하얗게 쌓여 있다. 대간길이려니 하고 오르면 아니고, 속고 또 속는다, 경사가 급해  

대간길 오르기도 전에 기운이 다 빠진다. 매표소가 없다는 이유로 들머리를 바꾼 댓가를 치루는가 보다.

 

11:55. 동엽령(1320m) 도착, 산행 시간 두 시간 반만에 대간길에 올라서니 반대편 칠연계곡 등산로와 만나는 사거리다.

능선엔 날아갈 듯한 세찬 바람이 불어오니 옷을 바꿔 입어야겠다던 생각은 꼬리를 감추고 벗었던 옷을 도로 꺼내 입는다.

2주 전 월성치에서 삿갓봉을 지나 동엽령까지의 산행 계획은 눈이 많이 내려 월성치에서 삿갓재까지만 산행했던 관계로,

속도빠른 선두그룹 몇 명은 향적봉에 다녀오겠다며 우측 반대로 떠나고 나머지는 좌측 무룡산을 향해 세찬 바람을 안고 향한다.

유난히 많은 눈이 쌓여있고, 좌우 양쪽이 시원스레 조망되는 능선 길, 제멋대로 가지 뻗은 고목사이의 눈길을 오르내린다.

 

12:35. 해발 1380m 이정표가 있는 바위에 올라서서 뒤돌아 바라보니 동엽령 뒤로 뻗은 향적봉까지의 산줄기가 시원스럽다.

몇 명이 둘러 앉아 떡 간식과 뜨거운 물을 마시고 다시 나목사이로 난 눈길을 오르니 드문드문 주목나무가 푸른잎을 자랑한다.

 

13:05. 커다라 바위 위에 작은 돌들을 쌓아놓아 돌탑처럼 보이는 봉우리, 앞을 가로막은 능선허리 뒤로

남덕유산과 장수 덕유산이 고개를 쳐들고 어서오라 손짓한다. 경사면의 눈에 반사되는 빛이 나무사이로 눈부시다.

 바람이 몰고와 만든 눈쌓인 능선을 오르고 잡목 숲을 빠져 나오니 삿갓봉이 한 발 앞으로 다가 온다.

 

14:00. 무룡산(1491.9m) 도착, 사방으로 장쾌하가 뻗은 산줄기들의 조망이 가슴 속까지 시원하다.

산 아래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희열감을 맛본다. 멀리 보이는 육십령 뒤로 하늘 위에

천황봉 부터 길게 늘어진 지리산 능선이 다시 한 번 마음을 설레게 한다. 흰 눈은 양지와 음지를 구별시키고,  

삿갓봉과 서봉, 남덕유산의 모습은 입체감이 느껴지는 수묵화 같다. 

 

헬기장을 지닌 나무 없는 민둥산 위에 서니 멀리 내려딛는 일행이 점으로 나타난다. 경사면 나무계단은

오래되고 흙이 깊게 파여 무용지물이 되니 계단 옆의 비탈면을 밟고 오르내린다. 맞은편에 뾰족하게 생긴 삿갓봉이

몇 개의 봉우리로 이어져 있다. 영취산에서 깃대봉을 거쳐 육십령까지 걷던 능선이 어디일까 바라보며 내려 딛는다.

 

14:50. 삿갓골대 대피소(1280m). 배낭에 행동식을 두고도  산행 중 처음으로 라면을 사먹어 본다.

다른 팀이 주는 김치 몇 조각이 이렇게 맛있다니, 

 

 15;10. 지난번에 월성치에서 삿갓재 대피소로 넘어온 사람들과 오늘 처음 참석한 몇 명은 이곳에서 황점으로 하산하고 

종주꾼 다섯 명만 삿갓봉으로 오르는데 눈이 잔뜩 쌓인 급경사 오르막이라 기진 맥진한다. 나무사이의 오솔길로 다 올랐나 싶으면

내려딛고 다시 또 오른다. 삿갓재 내려서기 전에 본 산의 모습이 날카롭게 보였고, 반대쪽에서 오는 사람마다

'삿갓재가 어디냐, 지루하고 짜증난다' 하더니 역시 난코스 다. 오후가 되어 몸이 지쳐 더 힘이 드나보다.

 

 15:40. 삿갓봉(1418.6m). 아스라이 보이는 천왕봉에서 반야봉까지 지리산 능선부터 가까이 보이는 장수 덕유산과 남덕유산.

얼마나 기다려야 저곳을 다 걸어볼 수 있을까, 마음 같아서는 마주 보이는 장수 덕유산으로 그대로 건너뛰고 싶다.

남덕유산과 장수덕유산(서봉)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가슴에선 뭔지모를 울컥임이 솟아 오르며 요동을 친다.  

얼음길로 변해버린 가파른 내리막을 나무를 잡고 조심스레 내려 딛고 다시 오르고 내려 딛는다.

 

16:00. 작은 봉우리들로 연결된 봉우리 위에서,하산길에 있는 봉우리들과 남덕유산의 위용을 바라보며

과일과 포도주로 건배를 나누는 행복한 시간은 하루종일 힘들었던 것을 잊게 만든다. 

 

16:30. 마음은 즐거운데 다리는 그만 걷고 싶다고 신호를 보낸다. 6시간 반을 넘게 걷고 있으려니

삿갓재 올라설 때 만났던,지루해하던 사람 이해가 된다.

 

16:40. 월성치(1240m)도착, 동엽령에서 무룡산까지 4.2Km, 삿갓재까지 2.1Km, 월성치까지 2.9Km,

 대간길만 9.2Km를 모두 마치고 황점까지의 3.8Km만 내려가면 오늘의 산행도 끝난다.

 

눈이 얼어붙은 얼음길을 내려딛고, 나무사이의 눈쌓인 오솔길과 눈이녹아 질척대는 진흙길, 그리고 나무계단을 내려서자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나무로 만든 월성2교를 건너니 길이 넓고 완만하다. 올라갈 때 이곳에서 올랐다면 덜 힘들었을까?

 

월성 1교를 건너 계곡을 따라 황점 매표소가 있는 큰 길 가까이오니 일행 한 분이 마중나와 배낭을 받아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가방을 건네주고 차디찬 계곡물에 아이젠과 신발, 바지가랑이에 묻으 흙을 씻고나니 손이 시리다.

선물로 받은 주머니 속 난로, 주신분의 따뜻한 정성을 생각하고 언 손을 녹이며 차가 기다리는 곳에 도착하니 18:00.

 

(오름길 4.2Km, 하산길 3.8Km, 대간길 9.2Km,) 총길이 17.2Km 산행에 8시간 소요 되다.   

 

2006.2.25.(土). 백두대간 종주 8-2 구간을 오르다.

(황점-월성치~삿갓봉~삿갓골재 대피소~무룡산~동엽령 - 병곡리를 역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