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 출발.
07:55. 치악 휴게소에서 아침식사.10:00. 거리가 멀어 민둥산 휴게소에서 한 번 더 쉰다.
10:30. 싸리재(1268m, 두문동재) 도착하여 오르기 시작하니 많은 야생화들이 눈을 휘둥글게 만들며 발목을 잡고 늘어진다.
다른 산에서 4월 초에 피는 얼레지, 현호색, 피나물, 괭이눈, 홀아비 바람꽃, 나도 바람꽃, 꿩의 바람... 등
여러 종류의 많은 봄꽃들이 한창피어 지표면을 덮고 있다. 재의 높이가 높아 십 여년 전 6월 새벽에 왔다가
추워서 혼났던 생각이 떠오른다. 꽃이 많았던 기억도 나지만 오랜만에 와보니 새삼스럽다.
11:00. 은대봉(1442.3m, 상함백). 정상은 헬기장으로 되어있고 삼각점(태백305)이 있다. 앞서가던 후미대장님이
기다리고 있어 미안한 마음인데, 꽃이 워낙 많다보니 천천히 찍고 오라며 오히려 배려를 해주어 고맙기 그지없다.
처음보는 노랑무늬 붓꽃과 벌개 덩굴을 찍으며 십 여분 더 가니 제 1쉼터(1260m).
등산로가 그려진 안내판과 돌무더기가 있는 평범한 모습이지만 아래로는 우리나라에서 길이가 가장 긴
철도터널(태백선의 추전역과 고한역사이의 정암터널, 4505m )이 지나간다.
11:30. 제2 쉼터(1268m). 제 1쉼터와 같은 그림의 안내판. 우측으로 적조암과 정암사를 갈 수 있는 갈래길 표시가 있다.
거리가 가까우면 정암사(淨巖寺)엘 들려 보고 싶지만 갈 길이 멀어 아쉬운 맘만 간직한다.
정암사엔 보물 제 410호인 수마노탑(寂滅寶宮-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모신 곳)이 있다.
(우리나라의 5대 적멸보궁- 양산 통도사, 오대산 상원사, 설악산 봉정암, 사자산 법흥사, 함백산 정암사.)
고목이 많은 고원지대의 나무들은 이제야 가지 끝에 새싹이 매달리기 시작한다. 산나물을 채취하는 사람들도 한 둘 씩 눈에 띈다.
12:00. 제 3쉼터(1508m). 같은 그림의 안내판에 ‘현 위치’ 위치만 다르다. 진달래가 한창 피어있는 바위봉에 올라
시원스레 조망되는 고한읍과 많은 산줄기 능선들을 감상한 후 십분 쯤 걸으니 만개한 진달래 뒤로 함백산 정상이 보인다.
경사가 급한 내리막을 밧줄 잡고 내려서니 보호용 울타리 안 주목나무 한 그루와 앉아 쉬기 편한 넓은 바위들이 있다.
12:25. 우측은 만항재로 가는 갈림길에 이정표가 있지만 방향을 좌측으로 돌려 백두대간 길로 올라서서 녹슨 철조망 옆으로 가니
몇 그루의 주목 나무들이 보호되고 있다. 앞에 빤히 올려다 보이는 많은 통신 시설물을 바라보며 올라서니 헬기장이 있고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산 위까지 연결된다. 헬기장 옆으로 차 두 대가 올라와 있다. 1500 고지까지 차가 오를 수 있음은
예전에 탄광 석탄을 실어나르던 곳이기 때문이다. 시원스레 보이는 하늘과 맞닿은 산줄기와 몇 겹 아래의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다.
12:40. 함백산(1572.9m) 정상. 바위군으로 되어 있고 조금 아래에는 산을 점령하듯 통신시설들이 위용을 떨치며 서 있다.
큰 나무가 없으니 사방으로의 조망은 시원스러운데 도로가 많이보여 산행하는 재미가 덜하다.
먼저 도착한 회원들과 바람이 막힌 정상 아래에서 상추쌈에 밥 한 그릇을 후딱 해 치운다.
정상 아래 산줄기 위에 대한 체육회 선수촌, 고원지대 훈련장이 좌측으로 내려다보인다. 멀리 보이는 태백산을 바라보며
내려서는데 앞에가던 후배가 꽃이 있다며 부른다. '노랑무늬 붓꽃' 으로 아무데서나 쉽게 볼 수 없는 희귀종이라
고맙고 감사하다. 케이블이 지나가는 너덜 바위 길을 내려딛고, 공터를 지나 임도를 만나고 다시 산죽사이의 길을
통과하여 내려가니 태백과 고한으로 연결되는 414번 지방도로가 옆으로 지나간다.
길을 건너 숲으로 들어서고 송전탑을 지나 다시 아스팔트로 내려서니 낙엽송이 빽빽한 함백산 소공원이 있다.
뒤돌아 올려다보니 머리에 안테나들을 꽂은 벌거숭이 함백산이 멋없게 올려다 보인다.
14:10. 만항재(1330m). 정선군 고한읍과 영월군 상동읍, 태백시 등 세 지역이 만나는 지점이다.
남한에서 여섯 번째로 높다는 함백산(1,573m)과 태백산(1,567m)사이에 있는 만항재는 우리나라의 포장도로 가운데
가장 높은 지점에 위치한 고갯길 이다. 지리산 정령치(1,172m)나 강원도 평창과 홍천의 경계선 운두령(1,089m) 보다 높다.
정선과 태백을 잇는 싸리재에 터널이 뚫려 시간이 단축되니 길고 높은 만항재는 한적한 모습으로 군데군데 차들이 서 있다.
대간 길이 헷갈릴 수 있는 곳이라 주의를 요한다. 아스팔트 길을 따라 고개 마루까지 다 올라서기 바로 전에 좌측 낙엽송
우거진 곳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낙엽송의 연두색 이파리들이 한창 예쁘게 치장하고, 숲에 어울리는 벤치들이 있다.
비록 뒤에 따라가는 후미 팀이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며 아름다운 벤치에 앉아 모델이 되어 보기도 하고
탁자 앞에 간식도 즐긴다. 산행 중에 이런 여유있는 시간이 흔치 않으니 모두들 좋아하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일반 제비꽃과는 다르게 꽃잎이 조금 크고 하얀, 태백 제비꽃을 찍고 자갈길을 따라 오르니 철망 울타리 안으로
헬기장이 있고 작은 건물과 바퀴 달린 희고 커다란 물체가 있다. 많은 리본들이 매달려 나풀대는
철조망을 좌측으로 끼고 돌아 숲으로 들어서니 오전 중에 못 본 많은 꽃들이 반긴다.
봄이면 지표면에 제일 먼저 피는 노란 양지꽃이 싱싱하고 탐스럽게 피어있고, 민들레도 군락을 이루며 무더기로 피어
눈길을 끈다. 예쁜 보라색의 벌개덩굴과 당개지치, 노란 산괴불주머니, 꽃잎이 국수처럼 하얗고 가늘게 생긴 홀아비꽃대,
이름 모를 꽃들과 처음 보는 꽃들이 많다.
태백 433 삼각점이 있는 1238봉을 올라섰다 내려서서 산죽 사이 길 따라 걸으니 고도가 낮아 나뭇잎이 제법 파랗다.
15:00. 수리봉(1214m). 정상 표시는 없고, 다른 곳에서도 가끔 눈에 띄는 흰 코팅지에 써서 매달아 놓은 둘 산악회 표시가 고작이다.
수리봉을 내려서니 빽빽하게 식재된 낙엽송이 새로 나오는 연두색을 맘껏 발산하고 있어 보는 이의 시각을 시원하게 해준다.
힘은 들어도 내려가고 싶지 않은, 마냥 걷고 싶은 숲과 색 이다.
아래에 보이는 길 건너 태백산을 오르는 맞은편 산 입구에도 같은 녹색의 물결이 출렁이고 있다.
15:30. 화방재 도착. 작은 민가 두 채 사이의 텃밭에 희고 자잘한 자두 꽃이 활짝 핀 고목 가지에 대간 길임을 알리는
많은 리본들이 걸려있다. 31번 국도의 유일사 입구로 많이 알려진 어평 휴게소 맞은편이다.
오늘의 산행 소요시간 5시간.
2006. 5. 16.(火). 일행의 발걸음에 맞추기 보다는 키 낮은 꽃들에게 눈높이를 맞춘 날, 백두대간 종주 32-1구간을 걷다.
(싸리재~ 은대봉~중함백~함백산~만항재~수리봉~ 화방재)
'백두대간 종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두대간 40회(42구간, 한계령~끝청~소청~희운각~신선봉~나한봉~마등령) (0) | 2006.06.06 |
---|---|
백두대간 39회(32-2구간.싸리재~금대봉~비단봉~고랭지밭~피재~건의령) (0) | 2006.05.30 |
백두대간 37회(5구간.유치재~사치재,88고속국도~복성이재~매봉~봉화산) (0) | 2006.05.02 |
12구간 두 번째 산행(우두령~석교산~화주봉~밀목령~삼마골재~삼도봉) (0) | 2006.04.22 |
백두대간 36회(4구간. 노치마을~수정봉~입망봉~여원재~고남산~매요리) (0) | 2006.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