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 출발.
09:35 강릉 휴게소에서 한 번 더 휴식을 취하고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35번 지방도로 산기슭 따라 구불구불 달리니
높은 산의 모습을 그대로 수면 위로 드리운 저수지와 냇가 옆 벌판의 노송 한 그루가 높은 산을 배경으로 그림처럼 서있다.
10:30. 삽당령(揷當嶺,680m) 도착. 석병산 서쪽 강릉시 왕산면과 목계리, 송현리 사이에 위치한 고개다.
다른 날과 달리 많은 인원이 참석하여 삽당령이란 커다란 표지석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고 산행을 시작한다.
잡목 숲의 산죽사이로 난 길을 따라 15분쯤 오르니 임도가 옆으로 보이고 다시 5분을 올라 임도를 건너
신갈나무의 울창한 숲으로 들어선다.
들미골이라 써있는 표지목 앞에서 좁은 각도의 좌측으로 방향을 돌린다. 오늘 구간은 지도에 길주의 표시가 유난히 많아
리본을 잘 보고 확인해야 한다. 바람 한 점 없는 오르막엔 얼음물로 목을 축여도 옷이 푹푹 젖는다.
11:40. 대용수동 방향의 표지 목을 지나 멋진 소나무 몇 그루와 키보다 큰 풀이 우거진 능선을 따라 한동안을 오른다.
나무그늘을 벗어나니 햇살이 뜨겁다. 마타리, 모싯대, 쑥부쟁이, 참취 등 여러 가지 꽃들과 억새가 한창 붉게 피어
계절의 변화를 알린다. 아직 은빛 물결은 아니라도 억새가 좋다며 젊은 아낙들 기념사진 찍기 바쁘다.
다시 평지에 가까운 숲속으로 그늘로 들어서니 어느새 무덥던 여름과 다른 느낌의 서늘한 바람이 와 닿는다.
정오가 되니 출출하여 휴식 겸 과일과 떡 간식을 먹는다. 오늘은 거리가 길지 않고 육산이라 길도 험하지 않아 마음이 여유롭다.
산에 더덕이 많은지 바람을 타고 냄새가 솔솔 코를 건드린다. 캐고 싶어 하는 동료에게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걷는 것도 보약이란 얘기를 나누며 시원한 잡목 숲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낑낑대며 올라섰다 내려서기를 반복한다.
12:45. 석두봉(982m). 부산 어느 산악회에서 나무에 달아놓은 코팅지로 알 수 있을 뿐 아무런 표시가 없다.
봉우리라고는 하지만 나무에 가려져 건너편 산 중턱으로 방화선인지 임도가 있는 봉우리와 좌측으로 산줄기 일부문만 조망된다.
돌이 많고, 어둡고 음습한 내리막을 내려섰다 다시 올라선다. 대용수동을 방향의 표지목이 있는 헬기장 터엔 여러 가지
꽃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돌리니 나뭇가지가 옷소매를 부여잡고 놓지 않으려 한다.
13:15. 점심식사. 낯익은 얼굴들이 많이 참석하여 오랜만에 떠들썩하며 먹으니 한층 즐겁다. 식사 후 다시 걷는 길은
교목의 신갈 나무 아래로 산죽이 밭을 이루고 있다. 유난히 산죽이 많은 이 산은 오르막도 길지 않아 걷기에도 한결 수월하다.
14:05. 높은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로 들으며 걷다보니 계곡이 시작되는 곳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다.
물이 부족하면 내려가 마셔도 되겠다. 날씨가 흐리며 더위를 식혀준다. 오르막을 올라 우측으로 방향을 꺾고
다시 올라서니 신갈 군락지. 생육상태가 좋지 않아 잎이 다 떨어진 산죽 길을 지나 계속해서 잡목 숲을 오른다.
14:30. 금강송을 닮은 소나무가 많은 쉼터에서 목을 축이고 다시 행진. 울창한 숲에 불어오는 서늘한 공기와
싱그러운 잎들이 몸과 맘을 살찌게 한다. 산행하기 좋은 계절이 오고 있다. 오르느라 힘들다 싶으면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대자연 속에서의 활보. 오늘 같은 조건이라면 얼마 던지 걸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그 생각이
방정맞은 생각이란 걸 입증하듯 금방 급경사의 힘든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축축한 땅에 애꿎은 스틱만 팍 팍 꽂으며 오른다.
어떤 이는 더덕과 당귀 등 약초를 캐며 일석 삼조를 얻고 있다. 급경사라서 계속 오르지를 못하고 잠시 쉬고 다시 오른다.
15:15. 화란봉(1069m). 작은 팻말에 써있는 봉우리 이름과 타 산악회에서 높이를 적은 코팅지가 매달려 있다.
울창한 숲에 조망이 없어 그런지 오늘의 구간엔 널리 잘 알려진 산이 없다.
나무 사이로 하늘이 보이는 전망대 바위에 오르니 날씨가 흐려 먼 곳은 안 보이고 오랜 세월을 홀로 지낸 바위에
많은 이끼와 바위 채송화만 만발하여 있다.
빨간색의 며느리밥풀 꽃이 깔려있는 사이를 지나니 노송 몇 그루가 한껏 폼을 잡고 눈길을 잡는다. 멋대로 휘어지고 구부러진,
줄기 보다 더 긴 가지들이 산 아래를 바라보며 고향을 지키는 듯 서 있고 이끼 많은 바위엔 구절초가 피어 계절 바뀜을 알린다.
신갈나무 우거진 비탈을 내려딛고, 마을이 보이는 능선을 따라 한 동안을 오르내리고 임도를 건너
처음 보는 흰색 며느리 밥풀꽃과 흰 물봉선을 담고 내려서서 건물과 당집이 있는 닭목재에 이른다. 16:05.
오늘의 산행 소요시간 5시간 반.
2006.8.29.(火).백두대간 종주 37-1구간을 오르다.
(삽당령~들미재~석두봉~화란봉~닭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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