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기

44회, 35구간 보충산행(원방재~백복령)

opal* 2006. 9. 10. 20:36

 

일요일 새벽, 약간 일그러진 달을 바라보며 집을 나선다.

06:00. 평소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날보다 늦은 시간에 출발하여, 만남의 광장으로 직접 나온 후미대장과 조우 한다. 
지난
8월 15일, 34, 35구간(두타,청옥산)을 무박산행 하며 원방재에서 백봉령까지 종주를 마치지 못한  5명 중 4명이

 두타산을 산행하는 일요산행 팀에 참석하여 따로 보충산행을 하기로 한 것이다.    


08:30. 횡성 휴게소. 차에서 내리니 한층 높아진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핀 무궁화와 바람에 날리는 태극기가 유난히 돋보인다.


10:50. 천은사 입구 도착. 두타산 산행하는 '일요산행' 팀을 내려주고, 되돌아 나와 무릉계곡과 삼화사입구를 지나

7번 도로와 헤어져 정선으로 넘어가는 42번 도로의 백복령으로 향한다. 고도와 난이도가 심한 S字 오르막에

"적은 인원(4명)을 태우니 차가 가벼워 운전하기가 수월하다"며 기사님이 한 마디 한다. 

"우리 산행마치고 내려올 때까지 기다려 주실 수 있나요? 우리 빨리 다녀 올께요, 부탁 드립니다."


11:50. 백복령(780m)도착. 어느곳엔 해발 높이 810m 라는 표시도 있는데 어느 것이 정확한 것인지 모르겠다. 4명이 함께하는

기념사진을 남기고 좌측 숲으로 들어선다. 하산 시간이 늦으면 일요산행 팀에게 지장을 주니 부지런히 움직이자며 몸을 놀린다.


12:00. 철탑을 지나 전망대 벤치 위에 올라 푸른 하늘과 맞닿아 경계를 구분 할 수 없는 동해를 바라보니 기분이

한없이 상큼하다. 그러나 한쪽으로 보이는 자병산의 파헤쳐진 모습은 언제 보아도 여전히 가슴 아프고 흉하다.


12:10. 새벽 세시 반에 댓재에서 출발했다는 반대 방향에서 오는 이들을 만났다. 선두 팀인가 보다.

지난번 세시에 출발했던 나는 이 시간에 이기령도 못 왔었는데 참 빠르기도 하다.

봉우리를 올라섰다 통나무 받침 계단으로 내려서고 다시 올랐다 내려서기를 서너 차례, 900봉을 지나고 959봉을 지난다.

녹음 속으로 들어서서 KTX를 탄 일행 틈에 무궁화호를 타고 따라가려니 홍일점은 바쁘기만 하다.


12:50. 987.2 봉우리.‘구정 467, 2005 재설’이라고 쓰여진 삼각점과 백봉령 3.5km, 원방재 3.59km 팻말이 있다.

오늘 대간 길 구간의 반쯤 되는 지점이다. 산행 시작 1시간이지만 시작이 워낙 늦어 출출하다. 물과 떡으로 초벌요기.

 

반갑지 않은 돌계단을 내려딛고 여전히 어두운 숲 사이를 지나 커다란 바위 전망대에 올라 좌측의 동해를 내려다본다.

다시 올라서야 할 1022봉이 앞에 우뚝 서 있고 우측으론 하산해야 할 임도가 골짜기 사이로 숨어있다.


13:35. 산죽과 싸리나무를 헤치며 급경사 오르막을 올라 1022봉 헬기장. 큰 나무가 없고 양지라서 여러 종류의 꽃이 많다. 통나무를

받친 가파른 계단을 내려서고 다시 오른 862봉엔 굵은 노송이 많고 나무들 사이로 내려선 1022봉이 뾰족하게 올려다 뵌다.

 

14:00. 다시 오르막. 능선에 오르니 좌측 나무사이로 상월산이 보인다. 지난번에 올랐을 땐 몰랐는데 건너편에서 보니

바위 봉우리가 꽤 멋지다. 조망이 잘 되는 커다란 바위에 올라 동해바다와 바위산인 상월산과 내려선 1022봉,

사방을 둘러보고 내려서서 잡목 숲 속을 걷는다. 


14:25. 원방재 도착. "험한 곳도 없고 두 시간 반이면 올 수 있는 곳을 그렇게 겁을 주고 고생을 시켰냐?"며

한 분이 "첫 날 왔을 때 보다 더 약 오르고 어처구니가 없다."고 하신다.

 ‘체력이 떨어진 오후엔 지쳐 있으니 길어야 세 시간 거리 인데...’ 우리 일행에겐 원방재가 아닌 원망재였던 곳이다.


지난번에 내려딛던 계곡 반대편 임도로 하산할 계산하고 계곡 물가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단촐하게 앉아 먹는 맛이 꽤 좋다.


13:05. 숲을 벗어난 임도엔 따가운 가을 햇살과 보라색 쑥부쟁이, 노란 미역취와 마타리... 여러 가지 가을꽃들과

곤충들이 함께 해 준다. 역광에 보이는 갈대도 억새만큼이나 희다.

원방재에서 보았던 여인이 부지런히 뒤따라오기에 말을 건네니 "댓재에서 헤어져 원방재에서 만나기로 한 서방님을 기다리다

못 만나 그냥 온다"고 한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남편을 차에 태워 들머리에 내려주고 중간 지점에서 만나고 다시 헤어져

날머리에서 만난다"고 하니 그 젊은 부부의 정성이 대단하다.


15:45. 부수베리에서 백복령 휴게소까지 차로 편하게 태워다준 화성시의 류 여사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남편 이경x씨에게도 홀로 하는 백두대간 종주 무사히 마치라고 파이팅~을 외쳐준다. 

16:35. 백복령 휴게소에서 오전에 타고 왔던 버스를 만난 삼화사 입구까지 돌아와 다시 일요산행 팀과 자리를 함께 한다.


2006. 9. 10.(日).

백복령에서 원방재까지 2시간 반을 걷기위해, 왕복 10시간이 넘는 거리를 다녀와 35구간을 마무리 하다.

(원방재~백봉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