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먹은 나뭇잎
이 생진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의 잎에 벌레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릅답다
구 름
이 생진
열 두시 넘어서야
구름이 모여 든다
어디 있다가 이제 오나
구름은 말 않는 자유
북한산 머리와
오봉산 머리에도 구름
만경대를 넘어가는
조용한 자유
가난한 이삿짐 같다
바다로 가는 길
이 생진
돈을 모았다
바다를 보러간다
상인들이 보면
흉 볼 것 같아서
숨어서 간다
바다에 오는 이유
이 생진
누구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니라
모두 버리러 왔다
몇 점의 가구와
한쪽으로 기울어진 인장과
내 나이와 이름을 버리고
나도 물처럼
떠있고 싶어서 왔다
이생진(李生珍)(1929∼ ) 충남 서산 출생
『현대문학』을 통해 김현승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
윤동주 문학상 수상/ 1996
제주도 명예도민증을 받음(2001)
상화(尙火)시인상 수상(2002년)
<시집>
산토끼/1955
녹벽/1956
동굴화/1957
이발사/1958
나의 부재/1963
바다에 오는 理由/1972
自己/1975
그리운 바다 城山浦/1978
山에 오는 理由/1984
섬에 오는 이유/1987
시인의 사랑/1987
나를 버리고/1988
내 울음은 노래가 아니다/1990
섬마다 그리움이/1992
불행한 데가 닮았다/1994
서울 북한산/1994
동백꽃 피거든 홍도로 오라/1995
먼 섬에 가고 싶다/1995
일요일에 아름다운 여자/1997
하늘에 있는 섬/1997
거문도/1998
외로운 사람이 등대를 찾는다/1999
그리운 섬 우도에 가면/2000
혼자 사는 어머니/2001
개미와 베짱이/2001
<시선집>
詩人과 갈매기/1999
<시화집>
제주, 그리고 오름(시:이생진, 그림:임현자)/2002
<수필집 및 편저>
아름다운 天才들/1962
나는 나의 길로 가련다/1963
아무도 섬에 오라고 하지 않았다/1997
걸어다니는 물고기/2000
시화전/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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